행정
육군 상사 A씨는 부대 내 성희롱 사건이 발생한 후, 피해자에게 부적절한 언행을 했다는 이유로 육군 제1군단장으로부터 경고처분, 파견명령, 전속명령을 받았습니다. 상사 A씨는 이 처분들이 부당하다고 주장하며 처분 무효 확인 및 취소를 청구했습니다. 법원은 A씨가 피해자에게 한 일부 발언이나 행동이 처분 사유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고, 피고 측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처분 사유가 인정되기 부족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법원은 경고처분, 파견명령, 전속명령이 위법하므로 모두 취소해야 한다고 판결했습니다. 다만 법적 하자가 명백하다고 보기는 어려워 무효는 아니며 취소 사유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2021년 4월 22일, 육군 D 중사가 동료 E 중사에게 '우리가 서로 잤다는 소문이 있다'는 성희롱성 발언을 했습니다. 이에 E 중사는 D 중사를 성희롱으로 신고했고, 같은 대대 상사인 원고 A 상사는 이 사건을 보고하는 과정에서 흥분한 E 중사에게 '감정 조절을 하라'고 말했습니다. 이후 E 중사가 D 중사에게 무릎 꿇고 사과할 것을 요구하고 D 중사가 이를 이행하자, 원고 A 상사는 이를 제지하는 과정에서 E 중사와 말다툼을 벌이며 '내가 니 쫄로 보이냐? 이 새끼야?'라는 비속어를 사용했습니다. 이에 피고 육군 제1군단장은 원고 A 상사에게 성희롱 사건 처리 과정에서 부적절한 언행을 했다는 이유로 경고처분과 함께 수차례 파견 및 전속명령을 내렸고, 원고 A 상사는 이 처분들이 부당하다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이 사건 각 파견명령과 전속명령이 행정소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에 해당하는지 여부와, 원고가 피해자에게 부적절한 언행을 했다는 이유로 받은 경고처분 및 인사명령의 처분 사유가 적법한지 여부입니다.
법원은 원고 A 상사의 주위적 청구(처분 무효 확인)는 기각했습니다. 그러나 예비적 청구(처분 취소)는 받아들여, 피고가 원고에게 내린 2021년 8월 18일 자 경고처분, 2021년 6월 23일, 2021년 6월 28일 자 각 파견명령, 그리고 2021년 8월 23일, 2021년 11월 25일 자 각 전속처분을 모두 취소한다고 판결했습니다. 소송 비용은 피고가 부담하도록 했습니다.
법원은 군인의 파견명령과 전속명령이 소속 부대와 근무지, 담당 업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므로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원고에게 내려진 처분의 사유가 피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인정하기에 부족하며, 원고의 언행이 ‘품위유지의무 위반’이나 ‘2차 가해’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해당 처분들은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하지만, 그 하자가 명백하다고 볼 정도는 아니므로 무효는 아니라고 결론 내렸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행정청의 처분이 행정소송의 대상이 되는지 여부와 그 처분의 적법성 판단이 핵심입니다.
항고소송의 대상인 '처분': 행정청의 어떤 행위가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으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해당 행위가 공권력의 주체로서 행하는 구체적 사실에 대한 법 집행이어야 하며, 국민의 권리 의무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행위여야 합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군인의 파견명령이나 전속명령이 군인사법, 국방 인사관리 훈령 등 법령에 근거하여 이루어지고, 그로 인해 소속 부대, 근무지, 담당 업무가 바뀌는 등 군인의 권리 의무에 직접적이고 중대한 영향을 미치므로 '처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는 단순한 인사 조치도 그 내용과 파급 효과에 따라 법적 분쟁의 대상이 될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행정 처분의 위법성 판단 및 재량권의 한계: 행정 처분은 그 처분 사유가 존재해야 하며, 인사권자에게 재량권이 인정되는 경우에도 그 재량권의 범위를 넘어서는 부당한 처분은 위법하여 취소될 수 있습니다. 법원은 원고에게 내려진 경고처분 및 파견, 전속명령의 사유들이 피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입증하기 부족하고, 원고의 발언이나 행동이 '2차 가해'나 '품위유지의무 위반'에 이를 정도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특히, 인사명령이 단순한 인사권 행사가 아니라 처분 사유를 이유로 원고에게 불이익을 주기 위한 목적이었다면, 그 처분 사유가 인정되지 않을 경우 재량권의 한계를 넘어선 위법한 처분이 됩니다.
처분의 무효와 취소의 구분: 행정 처분의 위법성이 있다고 해서 모두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무효는 처분의 하자가 중대하고 명백하여 누구라도 그 하자를 알 수 있을 정도일 때 인정됩니다. 반면, 취소는 처분의 하자가 중대하지만 명백하지 않거나 사실관계 판단 오류 등 그 정도가 무효에 미치지 않을 때 해당합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처분에 위법성이 인정되지만, 그 하자가 사실관계에 대한 법률적 평가를 그르친 것에 가깝고 명백하다고 보기 어려워 무효가 아닌 취소 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군대 내 성희롱 사건 발생 시, 피해자는 물론 관련자들은 반드시 공식적인 절차와 규정을 따라야 하며, 개인적인 감정이나 친밀한 관계를 이유로 비공식적인 해결을 시도하거나 사적으로 개입하는 것은 오해나 추가적인 문제를 야기할 수 있습니다. 상급자는 하급자의 고충을 경청하되, 위로와 조언의 경계를 넘어 피해자의 감정을 억누르거나 사건 처리 방식에 개입하는 듯한 발언은 피해야 합니다. 불필요한 발언이나 비속어 사용은 의도가 어떠했든 간에 상대방에게 불쾌감을 주거나 품위유지 의무 위반으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각별히 유의해야 합니다. 특히, 성희롱 사건의 피해자에게 '감정 조절'을 요구하거나 개인적인 상황을 언급하는 것은 2차 가해로 인식될 수 있으므로 매우 조심해야 합니다. 군 인사권자의 인사명령이라 할지라도 그 근거가 되는 사유가 명확하지 않거나, 재량권의 범위를 넘어선 것으로 판단될 경우 법적으로 취소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