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금전문제 · 노동
건설공사 설계기술자인 원고가 피고 회사와 기계설비 및 소방설비 설계도면 작성 용역 계약을 맺고 현장 상주 의무를 다하지 않고 설계도면 작성을 불완전하게 이행한 후 용역비 지급을 청구하였으나, 법원은 원고의 현장 상주의무가 계약의 주된 채무였다고 판단하고 원고의 묵시적 이행거절에 따라 계약이 해제되었다고 보아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 사건입니다.
원고(설계기술자 A)는 2016년 4월 26일경 피고(유한책임회사 B) 및 E 주식회사와 D 아파트 건설공사에 필요한 기계설비 및 소방설비 설계도면 작성 용역 계약(이하 '이 사건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총 용역비는 3,100만 원이었고, 이 중 피고가 60%인 1,860만 원, E 주식회사가 40%를 부담하기로 약정했습니다. 그러나 E 주식회사는 2016년 5월 23일 소방설비공사 부분에 대한 계약 해제 의사를 원고에게 통보했습니다. 원고는 2016년 5월 6일부터 5월 20일까지 공사현장에 상주하며 설계도면 작성을 완료했다고 주장하면서, 피고에게 이 사건 계약에 따라 피고가 부담하기로 한 용역비 1,860만 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청구했습니다. 반면 피고는 원고가 2017년 10월 9일 공사 완료 시점까지 현장에 상주하면서 설계도면을 제공할 의무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2016년 5월 20일까지만 상주하고 도면 작성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계약 해제를 통보했으며, 제공된 도면 또한 사용할 수 없어 결국 다른 업체에 다시 의뢰하여 설계 도면을 받았으므로 원고의 주장은 부당하다고 맞섰습니다.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원고의 공사현장 상주의무가 이 사건 용역 계약의 핵심적인 주된 채무였는지 여부. 둘째, 원고가 현장 상주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거나 불완전한 도면을 제공하여 채무불이행에 해당하고, 그로 인해 이 사건 계약 중 피고와 관련된 기계설비공사 부분이 해제된 것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입니다.
원고의 항소를 기각하고, 항소비용은 원고가 부담합니다. 즉, 제1심 법원의 판결이 정당하다고 보아 원고의 용역비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법원은 원고가 최소 3개월 이상의 현장 상주 필요성을 스스로 언급하며 계약을 체결했고, 실제 기계설비 도면 작성에 현장 확인 및 타 설계자와의 협의가 필수적이라는 점 등을 고려하여, 원고의 현장 상주의무가 계약의 주된 채무라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원고가 2016년 5월 24일 이후 현장에 출근하지 않고, 피고의 이행 촉구에도 응하지 않은 점, 계약 해제 의사표시 후 2년 6개월이 지나서야 용역대금을 청구한 점, 피고가 결국 다른 업체에 2,310만 원을 들여 설계 도면을 재발주한 점 등을 종합하여 원고가 묵시적으로 이행 거절 의사를 표시하였고, 이에 따라 피고가 이 사건 계약을 해제한 것이 정당하다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원고의 용역비 청구는 이유 없다고 판단하여 기각되었습니다.
이 사건 판결에 적용된 법률과 법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민법 제544조 (이행지체와 해제)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계약 해제 및 이행거절
유사한 건설 및 설계 용역 계약 상황에서는 다음과 같은 사항들을 참고할 수 있습니다. 첫째, 계약서 작성 시 업무 범위와 기간, 대금 지급 조건뿐만 아니라 현장 상주 의무, 도면 수정 및 협의 의무 등 실질적인 이행 사항을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명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어떤 의무가 '주된 채무'에 해당하는지 양 당사자가 인지하고 합의하여 분쟁의 소지를 줄여야 합니다. 둘째, 계약 이행 과정에서 의무 불이행이나 이행 지체 상황이 발생하면, 구두가 아닌 서면(문자, 이메일, 내용증명 등)으로 이행을 촉구하고 그 기록을 남겨두는 것이 좋습니다. 이는 나중에 채무불이행 주장의 중요한 증거가 될 수 있습니다. 셋째, 계약 해제 통보 시에는 해제 의사를 명확하게 표시하고, 해제의 원인이 되는 채무불이행 사실을 구체적으로 적시해야 합니다. 묵시적 이행 거절도 해제 사유가 될 수 있으나, 그 판단은 정황상 명확해야 하므로 분쟁을 피하기 위해서는 명시적인 의사표시가 유리합니다. 넷째, 용역 결과물(설계도면 등)의 완성 여부는 단순히 서류를 넘겨주는 것이 아니라, 계약의 목적에 부합하고 실제 현장에서 사용 가능하며 하자가 없는지를 기준으로 판단됩니다. 계약 목적 달성에 필요한 정도의 품질과 내용을 갖추었는지 사전에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마지막으로, 용역 대금 청구는 계약 이행 완료 후 합리적인 기간 내에 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장기간 청구를 미룰 경우 권리 행사 불리익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