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해배상
원고는 성명불상자의 고수익 투자 제안에 속아 피고 주식회사 C 명의 계좌로 1억 원을 송금했습니다. 이후 성명불상자가 수익금 출금을 위한 세금 명목으로 9,325만 원을 추가 요구하자, 원고는 피고 주식회사 B 명의 계좌로 해당 금액을 추가 송금하여 총 1억 9,325만 원의 손해를 입었습니다. 이에 원고는 피고 회사들과 그 대표이사들이 성명불상자에게 회사 명의의 계좌 접근 매체를 제공하여 사기 행위를 방조했다고 주장하며, 공동불법행위 책임을 물어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고수익을 미끼로 한 투자 사기에 의해 피해자가 금전적 손실을 입었으나, 사기범이 이용한 계좌의 명의자 및 그 회사의 대표이사들이 사기 행위를 방조했는지 여부에 대한 법적 공방이 발생한 상황입니다. 피해자는 계좌 명의자들이 사기범에게 접근 매체를 제공함으로써 사기를 도왔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들에게 불법행위 방조의 예견 가능성과 인과관계가 부족하다고 판단했습니다.
피고 회사들과 그 대표이사들이 보이스피싱 사기범에게 회사 명의 계좌 접근 매체를 양도한 행위가 사기 행위를 방조한 것으로 인정되는지, 그리고 이 방조 행위가 원고의 손해와 상당한 인과관계를 가지므로 손해배상 책임을 져야 하는지 여부가 이 사건의 주요 쟁점입니다.
법원은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고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하도록 판결했습니다.
법원은 전자금융거래법상 접근 매체 양도 금지 규정이 전자금융거래의 안정성과 신뢰 확보를 위한 것임을 인정했습니다. 하지만 접근 매체의 양도 자체만으로는 피해자가 잘못된 신뢰를 형성하여 사기 피해가 발생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접근 매체 명의자가 과실에 의한 방조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을 지려면, 접근 매체 양도 당시의 구체적인 상황을 바탕으로 해당 개별 거래가 불법행위에 해당하고 그 불법행위를 용이하게 할 것이라는 점을 명의자가 예견할 수 있었으며, 접근 매체 양도와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인정되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본 사건의 경우, 법원은 피고들이 접근 매체를 양도할 당시 이러한 예견 가능성이 충분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원고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본 판결과 관련된 주요 법령 및 법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전자금융거래법 제6조 제3항: 이 법 조항은 현금카드나 비밀번호 등 전자금융거래에 사용되는 접근 매체를 타인에게 양도하는 행위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으며, 이를 위반할 경우 형사 처벌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규정의 목적은 예금주 명의와 다른 사람이 전자금융거래를 할 때 발생할 수 있는 불투명한 거래를 방지하여, 전자금융거래의 안정성과 신뢰를 확보하기 위함입니다.
2. 불법행위 방조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 법리: 민법상 타인의 불법행위를 방조(돕는 행위)한 자는 공동불법행위자로서 피해자에게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습니다. 그러나 방조 책임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요건이 충족되어야 합니다.
본 판례에서는 단순히 계좌 접근 매체를 양도했다는 사실만으로 사기 피해에 대한 방조 책임이 자동으로 인정되는 것이 아님을 명확히 했습니다. 법원은 접근 매체 양도 당시의 목적, 경위, 양도의 대가나 이익 유무, 양수인의 신원, 불법행위의 내용 및 접근 매체의 기여도 등 여러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예견 가능성과 인과관계를 판단하며, 이 사건에서는 피고들에게 이러한 요건이 충분히 충족되지 않았다고 보아 방조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고수익을 보장하거나 원금을 확실하게 보장한다는 식의 투자 권유는 대부분 사기일 가능성이 매우 높으므로 각별히 주의해야 합니다. 특히 비대면으로 이루어지는 투자는 신뢰할 수 없는 경우가 많으니, 큰 금액을 송금하기 전에는 상대방의 신원과 투자 상품의 실체를 반드시 철저히 확인해야 합니다. 수익금 출금을 위해 추가 세금이나 수수료를 요구하는 것은 전형적인 사기 수법이므로 절대로 응해서는 안 됩니다. 자신도 모르게 계좌 접근 매체(현금카드, 비밀번호, OTP 등)를 타인에게 양도하는 행위는 전자금융거래법 위반으로 형사 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 또한, 해당 계좌가 범죄에 이용될 경우 본 판례와 같이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의 다툼에 휘말릴 수도 있으니, 어떠한 경우에도 타인에게 자신의 금융 계좌 정보를 넘겨주어서는 안 됩니다. 다만, 본 판례에서처럼 접근 매체 양도 사실만으로 무조건 사기 피해에 대한 방조 책임이 인정되는 것은 아니며, 양도 당시의 구체적인 사정과 불법행위 예견 가능성 등 여러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책임 여부가 판단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