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채권/채무
기술보증기금이 대출 보증을 선 회사와 그 대표이사가 빚을 갚지 않기 위해 부동산을 다른 사람들에게 매각한 행위가 채권자를 해치는 사해행위라고 판단하여 법원은 일부 매매계약을 취소하고 해당 부동산의 가액만큼 기술보증기금에 돈을 돌려주라고 판결한 사건입니다. 특히 회사의 대표이사가 자신의 부동산을 배우자에게 넘긴 경우와 회사가 다른 회사에 부동산을 넘긴 경우를 다루었습니다.
주식회사 D는 기술보증기금의 보증을 받아 F은행과 중소기업은행에서 각각 5억 8천만 원과 2억 5천 8백만 원을 대출받았습니다. D의 대표이사 E은 이 대출에 대해 연대보증을 섰습니다. 그러나 D가 대출금을 갚지 못하게 되자 기술보증기금은 은행 대신 총 보증원금 7억 1천 2백 3십만 원을 대위변제하고 D와 E에게 구상금을 청구할 권리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기술보증기금은 D와 E이 자신들의 채무를 갚지 않으려 2018년 11월과 12월에 각각 부동산을 A(E의 배우자)와 주식회사 B에 매각한 것이 채권자들을 해치는 '사해행위'라고 보고 이 매매계약을 취소하고 그에 상응하는 금액을 돌려받기 위해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또한 E이 주식회사 C에 근저당권을 설정해준 행위도 사해행위라고 주장했습니다.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주식회사 D와 그 대표이사 E이 기술보증기금에 빚을 갚아야 하는 상황에서 자신들의 부동산을 각각 A와 주식회사 B에게 매각한 행위가 채권자인 기술보증기금을 해치는 '사해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입니다. 사해행위로 인정될 경우 채권자취소권 행사를 통해 해당 매매계약이 취소되고 부동산 가액 상당의 돈을 채권자에게 반환해야 하는지가 문제였습니다.
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결했습니다. 1. A에 대한 판결: 피고 A과 주식회사 D 사이에 체결된 2018년 12월 17일자 부동산 매매계약(2건)을 3억 5천만 원 한도 내에서 취소했습니다. A는 기술보증기금에 3억 5천만 원과 이 판결 확정일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5%의 이자를 지급해야 합니다. 2. 주식회사 B에 대한 판결: 피고 주식회사 B와 E 사이에 체결된 2018년 11월 26일자 부동산 매매계약을 200만 원 한도 내에서 취소했습니다. 주식회사 B는 기술보증기금에 200만 원과 이 판결 확정일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5%의 이자를 지급해야 합니다. 3. 주식회사 C에 대한 판결: 기술보증기금의 피고 주식회사 C에 대한 청구는 기각했습니다. 4. 소송비용: 기술보증기금과 A, 주식회사 B 사이에 발생한 소송비용은 위 피고들이 부담하고 기술보증기금과 주식회사 C 사이에 발생한 소송비용은 기술보증기금이 부담합니다.
이 판결은 빚을 갚아야 할 채무자가 자신의 재산을 다른 사람에게 넘겨 채권자가 돈을 회수하기 어렵게 만든 행위가 '사해행위'로 인정될 경우 그 계약이 취소될 수 있음을 명확히 보여줍니다. 특히 대표이사의 배우자에게 부동산을 매각하는 등 특수관계인 간의 거래는 사해행위로 의심받을 가능성이 높으며 이 경우 채무자의 재산은 원래 채권자에게 빚을 갚는 데 사용되어야 한다는 원칙을 재확인했습니다. 그러나 모든 청구가 받아들여진 것은 아니며 주식회사 C에 대한 청구는 기각되어 사해행위의 인정 요건이 개별 상황에 따라 다르게 적용될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이 사건은 민법 제406조(채권자취소권)와 관련된 전형적인 사례입니다. 1. 민법 제406조 제1항: "채무자가 채권자를 해함을 알고 재산권을 목적으로 한 법률행위를 한 때에는 채권자는 그 취소 및 원상회복을 법원에 청구할 수 있다. 그러나 그 행위로 이익을 받은 자나 전득한 자가 그 행위 또는 전득 당시 채권자를 해함을 알지 못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이 조항은 채무자가 채권자를 해칠 목적으로 재산을 처분했을 때 채권자가 그 행위를 취소하고 재산을 되돌릴 수 있도록 하는 '채권자취소권'에 대한 것입니다. 채무자가 재산 처분 당시 채권자를 해함을 알고 있었다면 사해의사가 인정됩니다. 이 사건에서는 주식회사 D와 대표이사 E이 자신의 부동산을 매각한 행위가 사해행위로 인정되었으며 그 가액만큼 돈으로 채권자에게 지급되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2. 구상권: 보증기관이 채무자를 대신하여 빚을 갚으면 그 보증기관은 채무자에게 자기가 갚아준 돈을 돌려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권리(구상권)가 발생합니다. 기술보증기금은 이 구상권을 행사하기 위해 D와 E의 사해행위를 취소하고자 했습니다. 이 판결은 채무자가 채권자의 권리 행사를 방해하기 위해 재산을 은닉하거나 처분하는 행위에 대해 채권자가 법적인 구제 수단을 통해 자신의 채권을 보호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입니다. 특히 채무자와 수익자(재산을 넘겨받은 자)가 특수관계에 있는 경우 사해의사가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시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