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차
임차인이 지하 주택 임대차 계약 후 누수와 습기, 특약 불이행 등을 이유로 계약 해지를 통보하고 보증금 및 손해배상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임대인의 수선의무 위반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보아 임차인의 청구를 기각한 사례입니다. 임차인은 호실을 살펴보았을 때 누수와 습기로 인해 입주할 수 없었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제출된 증거와 감정 결과를 종합하여 누수가 없었으며, 습기 또한 도배 직후의 건조 과정이나 지하층의 특성, 장마기간 등을 고려할 때 사용·수익을 방해할 정도가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원고 A는 2023년 6월 7일 피고 E 소유의 지하층 주택(보증금 1억 3천만원, 월차임 25만원)에 대해 임대차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계약 전인 2023년 5월경 원고는 중개보조원과 함께 호실을 살펴봤고, 5월 31일에 계약금 일부인 200만원을 송금했습니다. 계약 체결일에는 나머지 계약금 500만원을 추가 송금했습니다. 임대차 계약서에는 '임대인이 도배, 장판, 화장실 문 수리를 해주기로 하는 특약'이 포함되었습니다. 중개사는 '누수 없음(육안으로 확인되지 않은 누수 있을 수 있음)', '도배 필요'라고 기재된 중개대상물확인·설명서를 원고에게 교부했습니다.
원고와 피고는 2023년 7월 14일을 잔금일, 7월 15일을 기존 임차인 퇴거일 및 특약 이행 시작일, 7월 17일을 원고 입주일로 정했습니다. 원고는 7월 14일에 나머지 임대차보증금 1억 2천 3백만원을 피고에게 지급했습니다. 그러나 원고는 7월 18일경 호실을 인도받고도 실제로는 입주하지 않았습니다.
원고는 7월 18일 호실 내부를 확인했을 때 화장실 문 수리가 되어 있지 않았고, 새로 도배했음에도 곳곳에 누수 얼룩과 도배지가 부풀어 오르는 현상이 발견되었으며, 손으로 만져도 축축할 정도로 누수가 진행되어 입주할 수 없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피고가 민법 제623조에 따른 누수 수선 의무를 위반했으므로 임대차 계약이 해지되었고, 피고는 원상회복으로 임대차보증금 1억 3천만원 및 각종 손해배상으로 1억 3천 1백 3십 5만 4천 6백 7십 5원과 이에 대한 월 61만 3백 2십원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고 청구했습니다.
임대인의 수선의무 위반 여부, 특히 누수나 습기, 그리고 특약으로 정해진 수리가 임대차 목적물 사용·수익을 방해할 정도인지 여부가 핵심 쟁점이었습니다. 또한 임차인의 계약 해지 통보가 적법한지, 이에 따른 보증금 반환 및 손해배상 청구가 인정될 수 있는지가 다투어졌습니다.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고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하도록 판결했습니다. 즉, 법원은 임대인인 피고가 수선의무를 위반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법원은 임차인이 주장한 누수가 감정 결과 상으로는 없었으며, 입주 예정일 당시 벽체에서 느껴진 습기는 도배 직후의 미건조 상태, 지하층 특성, 장마기간 등을 고려할 때 임차인의 사용·수익을 방해할 정도는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바닥에서 올라오는 습기 문제는 임차인이 입주하지 않고 장기간 방치된 이후의 상태이며, 그에 대한 수선 요청이나 원인 확인 요청이 없었던 점, 과거 거주 시 불편이 없었던 점 등을 들어 임대인의 수선의무 위반으로 보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화장실 문 수리 불이행 특약은 있었으나, 그로 인해 계약 목적 달성이 어려울 정도라고 보지 않았고, 오히려 임차인이 수리에 협조하지 않은 정황도 있다고 판단하여, 결국 임대인의 수선의무 위반을 인정할 수 없으므로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이 사건의 핵심 법리는 민법 제623조(임대인의 의무)에 명시된 임대인의 수선의무입니다. 민법 제623조는 '임대인은 목적물을 임차인에게 인도하고 계약존속 중 그 사용, 수익에 필요한 상태를 유지하게 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법리에 따라 법원은 임대인이 임대차 목적물을 임차인이 계약에 정해진 목적에 따라 사용·수익하는 것을 방해받지 않도록 필요한 상태로 유지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해석합니다. 다만, 대법원 판례(대법원 2012. 3. 29. 선고 2011다107405 판결)에 따르면, 이러한 수선의무는 목적물의 종류 및 용도, 파손 또는 장해의 규모와 부위, 이로 인하여 목적물의 사용·수익에 미치는 영향의 정도, 수선 용이성 및 비용, 임대차계약 당시 목적물의 상태와 차임 액수 등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사회 통념에 따라 판단해야 합니다.
본 사건에서 법원은 원고가 주장한 '누수'가 감정 결과 상으로는 없었음을 확인했습니다. 또한 '습기' 문제에 대해서는, 도배 직후의 미건조 상태, 지하층이라는 특성, 당시 장마기간이었던 점 등을 고려할 때 원고가 입주 예정일에 느꼈던 습기가 곧바로 사용·수익을 방해할 정도의 하자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추가로, 바닥에서 올라오는 습기 문제 또한 임차인이 입주하지 않은 상태에서 장기간 방치된 후 발생한 문제이고, 임대인에게 수선을 요청하거나 원인을 살펴보도록 요청한 적이 없다는 점, 그리고 과거 실제 거주 시 불편이 없었다는 점 등을 들어 임대인의 수선의무 위반을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보았습니다. 이는 임대인의 수선의무가 모든 사소한 하자에 대해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임차인이 계약 목적에 따라 건물을 사용·수익하는 것을 실질적으로 방해할 정도의 하자가 있을 때 발생한다는 법리 해석을 따른 것입니다. 더불어 화장실 문 수리 불이행 특약은 있었으나, 이 또한 계약 해지권을 인정할 정도의 중대한 하자는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