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건설 설계 용역대금 미지급 분쟁 사건

주식회사 A(원고)는 B 주식회사(피고)와 아파트 건설 사업의 설계 용역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원고는 지구단위계획 결정 고시를 위한 설계 업무를 수행했고, 피고는 이에 대한 용역대금 9억 9백여만 원의 지급을 청구했습니다. 그러나 피고의 사업 부지가 공공주택지구로 편입되면서 사업 진행이 불가능해졌고, 피고는 계약 해제를 주장하며 용역대금 지급을 거부했습니다. 법원은 계약이 묵시적으로 합의 해제되었다고 보아, 원고가 수행한 업무의 기성고를 고려하여 약 6억 3천 6백만 원의 용역대금과 지연이자를 피고에게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관련 당사자

• 주식회사 A: 아파트 건설 사업의 설계 용역을 맡았던 회사
• B 주식회사: 아파트 건설 사업을 추진했던 시행사

분쟁 상황

B 주식회사는 2009년 경기도 화성시에 대규모 아파트 건설 사업을 계획하고, 주식회사 A와 2009년 11월 11일 이 사업의 각종 설계 업무 및 인허가 관련 용역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주식회사 A는 이 계약에 따라 지구단위계획 결정을 위한 설계 업무를 수행하여 2019년 9월 20일 화성시로부터 지구단위계획 결정 고시를 받았습니다. 주식회사 A는 계약에 따라 지구단위계획이 완료되었으므로, 총 계약금액 2,952,939,000원의 30%인 885,881,700원에 부가가치세를 더한 총 909,152,640원을 용역대금으로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2021년 8월 30일, 이 사업 부지가 정부의 공공주택 공급 확대 방안에 따라 'H 공공주택지구'에 편입되면서 더 이상 아파트 건설 사업 진행이 불가능해졌습니다. 이에 B 주식회사는 계약 일반조건에 따라 사업 이행이 불가능해진 부득이한 사유로 계약을 해제한다고 주장하며, 원고의 용역대금 청구를 거부했습니다. B 주식회사는 설령 용역대금 지급 의무가 인정되더라도 원고가 수행한 업무는 극히 일부에 불과하여 기성고율이 30%에 이르지 않는다고 주장했습니다.

핵심 쟁점

1. 설계 용역 계약이 해제되었는지 여부 및 그 시점
2. 계약 해제 시 원고가 수행한 업무에 대한 용역대금(기성고) 산정 방법
3. 총 계약금액과 기성고율 적용의 적정성 및 불가피한 사업 중단 상황 반영 여부

법원의 판단

법원은 피고 B 주식회사가 원고 주식회사 A에게 636,406,848원과 이에 대한 2021년 8월 31일부터 2023년 12월 20일까지는 연 6%,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이자를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원고의 나머지 청구는 기각되었습니다.

결론

법원은 피고의 아파트 건설 사업 부지가 공공주택지구에 편입되면서 더 이상 사업 진행이 불가능해진 2021년 8월 30일 무렵 계약이 묵시적으로 합의 해제되었다고 판단했습니다. 계약 일반조건에 지구단위계획 결정 고시 완료 시 총 계약금의 30%를 지급하기로 정하고 있고, 이는 기성 부분 보수에 대한 별도 약정으로 보았습니다. 그러나 총 계약금액이 확정되지 않았고, 사업이 초기 단계에서 중단되었으며, 용역 결과가 피고에게 더 이상 쓸모없게 된 점 등 신의칙과 형평성을 고려하여 총 계약금액의 30%에 해당하는 8억 8천여만 원에서 70% 감액된 6억 3천 6백여만 원을 기성고 대금으로 인정했습니다. 지연이자는 계약 해제의 효력이 발생한 다음 날인 2021년 8월 31일부터 발생한다고 보았습니다.

연관 법령 및 법리

1. 묵시적 합의해제: 이 판결에서는 사업 진행 불가능이라는 부득이한 사유가 발생한 2021년 8월 30일 무렵 당사자들 사이에 계약이 묵시적으로 합의 해제되었다고 보았습니다. 이는 계약 당사자들이 명시적인 의사표시 없이도 계약의 이행이 불가능해진 상황에서 더 이상 계약을 유지할 의사가 없음을 암묵적으로 동의했다고 해석하는 법리입니다.
2. 기성고에 따른 용역대금 산정: 수급인(설계사)이 설계를 완성하지 못한 채 용역계약이 해제된 경우, 총 용역대금을 기준으로 계약 해제 당시까지 수급인이 수행한 업무의 기성고 비율에 따라 대금을 정산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다만, 당사자들 사이에 기성 부분의 보수에 대해 별도로 약정한 바가 있다면 그에 따를 수 있습니다 (대법원 2013다39769, 2015다20056 판결 등 참조). 이 사건에서는 계약서에 '지구단위계획 결정 고시 완료 시 총 계약금의 30% 지급'이라는 조항을 별도 약정으로 보았습니다.
3. 공공주택특별법 제11조, 제12조: 이 법령들은 공공주택지구 지정 및 사업 시행과 관련된 조항으로, 이 사건에서 사업 부지가 공공주택지구에 편입되어 기존 아파트 건설 사업의 진행이 불가능해지는 근거가 되었습니다. 공공사업의 특성상 사적 계약의 이행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4. 구 건축사법 제19조의3 제2항 및 '공공발주사업에 대한 건축사의 업무범위와 대가기준': 이 법령 및 고시는 건축사의 업무 범위와 그에 대한 대가 기준을 정하고 있습니다. 판결에서는 계획설계 업무의 비율이 전체 설계 업무 중 25~30%로 정해져 있음을 언급하며, 이 사건 계약의 기성고율(30%)이 과도하지 않다는 판단의 근거로 활용되었습니다. 이는 용역 대금 산정 시 객관적인 기준이 될 수 있습니다.
5. 신의성실의 원칙 및 형평성: 법원은 총 용역대금이 확정되지 않은 점, 사업이 불가피하게 중단된 점, 원고가 수행한 용역의 결과가 피고에게 효용이 없게 된 점 등을 고려하여, 당초 계약서상 30% 기성고율을 적용한 금액에서 신의칙과 형평성에 따라 감액(70%)하여 최종 용역대금을 산정했습니다. 이는 계약 내용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특별한 사정이 있을 때 법원이 합리적 조정을 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법리입니다.
6. 지연손해금: 계약 해제로 인한 기성고 지급 채무는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계약 해제의 효력이 발생한 날에 이행해야 하며, 지연손해금은 그 다음 날부터 발생한다고 보았습니다.

참고 사항

1. 계약서 상세 명시의 중요성: 유사한 사업 계약 시, 계약이 중단되거나 계획 변경이 발생할 경우에 대비하여 각 단계별 용역 대금 정산 기준 및 해지/해제 시 정산 방식을 계약서에 구체적으로 명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사업의 초기 단계와 최종 완료 단계의 용역 범위와 대가를 명확히 구분해야 합니다.
2. 불가항력 상황 대비: 정부 정책 변경이나 예상치 못한 공공 사업 편입 등 불가항력적인 사유로 인해 사업 진행이 어려워질 경우에 대비하여, 계약 당사자 간 책임 분담 및 정산에 대한 조항을 사전에 마련해두는 것이 분쟁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됩니다.
3. 기성고 산정 기준의 합리성: 설계 용역 등 서비스 계약에서 일부 업무만 완료된 경우, 단순히 계약서상의 비율을 적용하기보다는 실제로 완료된 업무의 가치, 투입된 노력, 그리고 그 결과물이 발주자에게 어느 정도 효용이 있는지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기성고를 산정해야 합니다. 국토교통부 고시 등 공신력 있는 기준을 참고하되, 개별 계약의 특수성을 반영할 필요가 있습니다.
4. 신의칙 및 형평성 고려: 예상치 못한 외부 요인으로 계약이 중단될 때, 한쪽 당사자에게 모든 책임을 지우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이나 형평성에 어긋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양 당사자가 합리적인 수준에서 손해를 분담하는 방향으로 해결책을 모색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