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배상
원고가 피고들의 부동산을 매수하려 가계약금을 지급하고 정식 계약서 작성을 시도했으나, 계약의 중요 내용에 대한 최종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아 계약이 성립되지 않았다고 판단되어, 원고가 청구한 손해배상 요구가 기각된 사건입니다.
피고들이 자신들의 공유 부동산을 공인중개사에게 매도의뢰했고, 원고는 중개사를 통해 매수 의사를 밝혔습니다. 2018년 10월 20일 중개사는 원고와 피고들에게 매매 조건이 담긴 문자메시지를 보냈고, 원고는 10월 20일과 25일 두 차례에 걸쳐 총 1,000만 원의 가계약금을 피고들에게 송금했습니다. 이후 11월 17일 원고와 피고들은 정식 매매계약서 작성을 위해 만났으나, 원고가 나머지 계약금 2,400만 원 중 1,000만 원만 당일 지급하겠다고 하여 피고 D이 이를 거부하며 계약 체결이 어렵다고 밝히고, 이미 받은 가계약금 1,000만 원의 반환 의사를 표시했습니다. 그러나 원고는 피고들과 협의 없이 11월 17일 1,000만 원, 11월 21일 1,400만 원을 피고 E의 계좌로 일방적으로 송금했습니다. 이에 피고들은 원고에게 12월 7일 2,400만 원, 12월 14일 1,000만 원을 각 공탁하며 계약 불성립을 주장했습니다. 원고는 매매계약이 성립되었음에도 피고들이 일방적으로 계약을 파기하고 이행을 거절했다며, 약정 계약금의 배액인 6,800만 원에서 피고들이 공탁한 3,400만 원을 제외한 3,400만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부동산 매매계약의 본질적 또는 중요 사항에 대한 당사자들의 구체적인 의사 합치가 있었는지 여부, 즉 매매계약이 유효하게 성립되었는지 여부.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고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하도록 판결했습니다.
재판부는 부동산 매매계약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계약의 본질적 중요 사항인 계약금, 중도금, 잔금의 액수, 지급 시기 및 방법, 매매목적물 인도 시기 및 방법 등에 대해 구체적이고 확정적인 의사 합치가 있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중개사의 문자메시지에 잔금일만 기재되어 있을 뿐 중도금과 잔금의 구체적인 액수나 지급 방법, 시기가 불분명했고, 원고가 주장하는 임대차보증금으로 중도금을 갈음하는 합의도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또한, 3억 원 이상의 고액 부동산 거래에서 구두 약정이나 문자메시지 만으로 계약을 확정하는 것은 이례적이며, 당사자들이 정식 계약서 작성을 별도로 예정하고 있었음에도 원고가 계약금 지급 방식을 변경하려 하여 계약서 작성이 무산된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매매계약이 성립되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민법상 계약의 성립과 관련하여, 계약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당사자 사이에 의사의 합치가 요구됩니다. 이러한 의사의 합치는 당해 계약의 내용을 이루는 모든 사항에 관하여 있을 필요는 없지만, 그 본질적 사항이나 중요 사항에 관하여는 구체적으로 의사의 합치가 있거나 적어도 장래 구체적으로 특정할 수 있는 기준과 방법 등에 관한 합의는 있어야 합니다. 그러한 정도의 의사의 합치나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계약은 성립하지 아니한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합니다(대법원 2017. 10. 26. 선고 2017다242867 판결 참조). 이 사건에서는 부동산 매매계약에서 계약금, 중도금 및 잔금 액수, 그 지급시기, 지급방법, 매매목적물의 인도 시기 및 방법 등이 계약의 본질적 내지 중요 사항에 해당한다고 보아, 이러한 사항들에 대한 구체적인 합의가 부족했으므로 계약이 성립되지 않았다고 판단했습니다.
부동산 매매와 같은 중요한 계약에서는 구두 약정이나 문자메시지 만으로는 계약의 완전한 성립을 인정받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특히 고액의 거래일수록 정식 계약서 작성을 통해 계약금, 중도금, 잔금의 액수, 지급 시기와 방법, 매매 목적물 인도 시기 등 모든 본질적이고 중요한 사항에 대해 당사자 간의 명확한 합의를 문서화하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가계약금을 주고받았다고 해도 중요 조건에 대한 최종적인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면 본 계약은 성립되지 않을 수 있으며, 이 경우 가계약금은 반환될 수 있습니다. 또한, 상대방의 명확한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추가 금액을 송금하는 행위는 계약 성립의 근거가 되기 어렵다는 점을 유의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