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건물 매매 시 임대차보증금 반환 요구 사건

상가 임차인이 임대차 도중 건물이 매매되어 임대인이 변경되자, 기존 임대인에게 임대차계약 승계를 거절하고 임대차보증금 반환을 요구하였습니다. 법원은 임차인이 새로운 소유자에게 임대인의 지위가 승계되는 것을 원하지 않아 매매 사실을 안 날로부터 상당한 기간 내에 이의를 제기했으므로, 기존 임대인들이 임차보증금 반환 채무를 부담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다만, 임차인이 연체한 차임은 보증금에서 공제되어야 한다고 보아, 공제 후 잔여 보증금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한 사례입니다.

관련 당사자

• 원고 A: 수원시 영통구의 한 상가에서 'H약국'을 운영하던 임차인.
• 피고 D, E: 원고 A에게 상가 점포를 임대했던 공동 소유주들.
• 원고보조참가인 B, C: 피고 D, E로부터 이 사건 상가 점포를 매수한 새로운 소유자들.

분쟁 상황

원고 A는 2019년 9월 17일 피고 D, E로부터 수원시 영통구의 한 상가 점포를 임대보증금 1억 원, 월 차임 500만 원(부가세 별도)에 임차하여 약국을 운영했습니다. 임대차 기간은 2019년 9월 27일부터 2021년 9월 26일까지였습니다. 약국 운영 직후부터 영업 부진을 겪던 원고는 피고들의 대리인에게 계약 해지나 차임 감액 등을 부탁했습니다. 2020년 7월경 피고들의 대리인은 원고 측에 상가 매도 계획을 알리며, 소유자가 변경되면 임차인이 계약을 해지할 권리가 있음을 언급했습니다. 이에 원고는 상가 매매 전부터 지속적으로 피고들의 대리인에게 새로운 소유자와 임대차계약을 유지할 의사가 없음을 밝혔습니다. 2020년 10월 21일 피고들은 원고보조참가인들에게 이 상가를 매도했고, 원고보조참가인들은 2020년 11월 20일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습니다. 원고는 2020년 11월 24일경 공인중개사를 통해 소유권 변경 사실을 알게 되자마자 피고들의 대리인에게 유선으로 임대인 지위 승계를 원하지 않으며 피고들에게 임대차보증금을 반환받겠다는 의사를 표시했습니다. 2020년 11월 25일에는 공인중개사를 통해 새로운 소유자들에게도 임대차계약 승계를 거부하고 2020년 12월 19일까지 상가를 인도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으며, 실제로 그 날짜에 상가를 인도했습니다. 이후 내용증명과 소송 제기를 통해 재차 피고들에게 임대차계약의 승계 거절과 해지 및 보증금 반환 의사를 명확히 했습니다. 이에 피고들은 원고의 이의 제기가 양도 사실을 안 때로부터 '상당한 기간 내'에 이루어지지 않았으므로, 임대인의 지위는 새로운 소유자들에게 승계되었고 자신들은 보증금 반환 의무가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피고들은 설령 보증금 반환 의무가 있다 하더라도 원고가 연체한 차임 48,033,333원을 공제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원고는 연체차임 면제 합의가 있었다고 반박했습니다.

핵심 쟁점

상가건물 매매 시 임차인이 기존 임대인에게 임대차보증금 반환을 요구할 수 있는지 여부 및 이 경우 임차인의 이의 제기가 '상당한 기간 내'에 이루어졌다고 볼 수 있는지 여부, 또한 반환할 임대차보증금에서 연체차임을 공제할 수 있는지 여부.

법원의 판단

법원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원고 A의 주장을 일부 받아들였습니다.

1. 임대차계약의 승계 여부: 상가임대차법상 대항력을 갖춘 임차인은 원칙적으로 임차건물 양수인에게 임대인의 지위가 승계되는 것을 받아들여야 하지만, 임차인 보호를 위해 임차인이 임대인 지위 승계를 원하지 않는 경우에는 양도 사실을 안 때로부터 '상당한 기간 내'에 이의를 제기함으로써 임대차관계의 구속에서 벗어날 수 있으며, 이 경우 양도인(기존 임대인)의 임차보증금 반환 채무는 소멸하지 않습니다. 이 사건의 경우 원고는 약국 영업 부진으로 계약 변경이나 해지를 원하고 있었고, 피고들의 대리인 역시 상가 매도 계획을 알리며 소유자 변경 시 임차인이 계약을 해지할 권리가 있음을 언급했습니다. 원고는 매도 사실을 알기 전부터 지속적으로 새로운 소유자와 임대차계약을 유지할 의사가 없음을 피력해왔으며, 매매 사실을 알게 된 직후인 2020년 11월 24일경 피고들의 대리인에게 전화로 승계 거절 및 보증금 반환 의사를 명확히 밝혔고, 다음 날 새로운 소유자들에게도 같은 의사를 전달한 후 상가를 인도했습니다. 이후 내용증명 발송과 소송 제기를 통해서도 일관되게 임대차계약 승계 거절 의사를 표시했습니다. 따라서 법원은 원고가 상가 양도 사실을 안 때로부터 '상당한 기간 내'에 이의를 제기했다고 보았고, 피고들의 임대인 지위는 새로운 소유자들에게 승계되지 않고 피고들이 원고에게 임대차보증금 반환 채무를 진다고 판단했습니다.
2. 연체차임 공제 여부: 피고들은 원고가 연체한 차임 48,033,333원을 보증금에서 공제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원고는 피고들이 연체차임을 면제해 주기로 합의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법원은 피고들의 모친이 원고의 모친과의 통화에서 '월세 나온 거 받을 생각 말고 시설비라도 받아 사모님네 드리자'는 취지로 말한 사실은 인정되지만, 이러한 발언만으로 연체차임을 모두 면제해주기로 하는 확정적인 합의가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임대차보증금은 계약 종료 후 발생할 수 있는 임차인의 모든 채무를 담보하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별도의 의사표시 없이 보증금에서 당연히 공제됩니다. 따라서 원고가 연체한 차임 48,033,333원은 임대차보증금 100,000,000원에서 공제되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결론: 피고들은 공동하여 원고에게 51,966,667원(100,000,000원 - 48,033,333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지연손해금은 2021년 2월 19일부터 2022년 9월 1일까지는 연 5%,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비율로 계산하도록 했습니다.

결론

임차인은 상가건물 매매로 임대인이 변경될 때 기존 임대인과의 계약 승계를 거부하고 보증금 반환을 요청할 권리가 있으며, 이 사건에서는 원고가 양도 사실을 안 날로부터 상당한 기간 내에 이의를 제기한 것으로 인정되어 기존 임대인으로부터 미납 차임을 제외한 임대차보증금 51,966,667원 및 지연손해금을 반환받게 되었습니다.

연관 법령 및 법리

1.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3조 제2항: '임차건물의 양수인은 임대인의 지위를 승계한 것으로 본다.'
   • 해설: 이 조항은 상가 임차인이 대항력을 갖춘 경우(건물 인도와 사업자등록 신청), 건물이 매매되어 소유자가 바뀌면 새로운 소유자가 기존 임대인의 지위를 자동적으로 승계하여 임차보증금 반환 의무를 포함한 모든 임대인의 권리와 의무를 갖게 됨을 의미합니다. 이는 임차인을 보호하여 임대차의 안정성을 보장하기 위한 규정입니다.
2. 대법원 판례 (임차인의 지위 승계 거부권)​: '임차인 보호를 위한 상가임대차법의 입법 취지에 비추어 임차인이 임대인 지위승계를 원하지 않는 경우에는 임차목적물의 양도사실을 안 때로부터 상당한 기간 내에 이의를 제기함으로써 승계되는 임대차관계의 구속에서 벗어날 수 있고, 그와 같은 경우에는 양도인(기존 임대인)의 임차인에 대한 임대차보증금반환채무는 소멸하지 아니하며, 이 경우 임차인은 임대인과의 임대차관계도 해지할 수 있고, 그 해지통고는 즉시 그 효력이 생긴다.'
   • 해설: 위 법리(대법원 판례)는 상가임대차법의 기본 취지가 임차인 보호에 있음을 강조하며, 임차인에게 선택권을 부여합니다. 건물의 소유자가 바뀌었을 때 임차인이 새 주인과의 임대차 관계를 원치 않는다면, 그 사실을 알게 된 날로부터 '합리적인 기간' 내에 기존 임대인에게 이의를 제기하여 계약 승계를 거부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기존 임대인이 임차보증금 반환 의무를 계속 지게 되고, 임차인은 기존 임대인과의 임대차계약을 해지하여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습니다. 즉, 임차인에게는 새로운 임대인과 관계를 이어갈지, 아니면 기존 임대인에게 보증금을 돌려받고 계약을 종료할지 선택할 권리가 있다는 의미입니다.

참고 사항

1. 임대인 변경 시 임차인의 선택권: 상가건물이 매매되어 임대인이 바뀌는 경우, 임차인은 새로운 소유자와 임대차 관계를 계속 유지할 수도 있고, 기존 임대인에게 임대차계약 승계를 거부하고 임대차보증금 반환을 요청하여 계약을 종료할 수도 있습니다.
2. 의사표시의 명확성과 시기: 새로운 임대인과의 계약 승계를 원치 않는다면, 건물 양도 사실을 알게 된 즉시 기존 임대인에게 '상당한 기간 내'에 명확하게 이의를 제기하고 계약 해지 및 보증금 반환 의사를 표시해야 합니다. '상당한 기간'은 법으로 정해진 날짜가 없으므로, 최대한 신속하게, 그리고 명확하게 의사를 전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 사례에서는 양도 사실을 안 다음 날 바로 구두 통화로 의사를 표명하고, 이어서 새로운 소유자들에게도 의사를 전달했으며, 내용증명 발송과 소송 제기까지 이어졌습니다.
3. 의사표시의 증거 확보: 구두 통화, 문자 메시지, 녹취, 내용증명 발송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자신의 의사를 명확히 전달하고, 그 증거를 남겨두는 것이 나중에 분쟁이 발생했을 때 유리합니다.
4. 연체차임 공제: 임대차보증금은 임대차계약 종료 시까지 발생한 임차인의 모든 채무를 담보하는 역할을 합니다. 따라서 특별히 임대인이 연체차임을 면제해주기로 합의했다는 명확한 증거가 없다면, 연체된 차임이나 미납 관리비 등은 보증금에서 당연히 공제될 수 있습니다. 단순히 임대인이 차임을 독촉하지 않았다고 해서 연체차임 면제 합의가 있었다고 인정받기는 어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