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용지 대부료 반환을 둘러싼 공기업 간 다툼 사건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보금자리주택사업 시행 중 학교용지를 매입하기 전 한국자산관리공사(KAMCO)와 대부계약을 맺고 대부료를 납부했습니다. LH는 이 대부계약이 법적 요건을 갖추지 못해 무효이거나 해제되어야 한다며 납부한 대부료 중 미환급분 21,416,320원을 돌려달라고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공기업 간 계약의 특성과 국유재산의 성격 변화를 고려하여 대부계약이 유효하다고 판단하고 LH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관련 당사자

• 한국토지주택공사(LH): 보금자리주택사업을 시행하며 학교 건물을 존치시키기 위해 국유지인 학교용지를 매입하려 했던 공기업입니다.
• 한국자산관리공사(KAMCO): 용도가 폐지된 국유지인 학교용지를 기획재정부로부터 위탁받아 관리하며 LH와 대부계약을 맺었던 준정부기관입니다.
• 대한민국: 국유지인 학교용지의 소유자이며 한국자산관리공사에 토지 관리를 위탁한 국가입니다.
• 경기도교육감 / 경기도성남교육지원청교육장: 이 사건 학교 건물의 소유자이며 LH와 토지 매입 및 용도 폐지 협조 약정을 맺었던 교육기관입니다.

분쟁 상황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성남시의 한 지구에 보금자리주택사업을 시행하며 지구 내 존치될 예정인 학교 건물의 부지로 사용될 국유지를 매입하고자 했습니다. 이 토지는 원래 교육부 소유의 행정재산이었으나, 용도가 폐지되면서 기획재정부 관리의 일반재산으로 전환되었고 한국자산관리공사(KAMCO)가 관리를 위탁받았습니다. KAMCO는 LH에게 토지 매각에 앞서 대부계약 체결과 대부료 납부를 요구했고, LH는 사업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이의를 유보한 채 연간 대부료 52,255,850원을 납부했습니다. 이후 토지 매매계약이 체결되면서 대부계약이 해지되었고, KAMCO는 일부 대부료를 환급했지만 미환급된 21,416,320원에 대해 LH가 대부계약의 무효 또는 취소를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하게 되었습니다.

핵심 쟁점

1. 한국토지주택공사와 한국자산관리공사 간에 체결된 국유지 대부계약이 법적 요건을 갖추고 유효하게 성립되었는지 여부
2. 대부계약 체결 시 계약서 작성이 생략될 수 있는 예외 사유가 공기업 간 계약에도 적용되는지 여부
3. 대부계약의 목적이 사용·수익 목적이 아니거나 보금자리주택건설 관련 특별법 규정에 따라 대부료가 면제될 수 있는지 여부
4. 한국자산관리공사의 기망 또는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계약 취소 또는 해제 주장의 타당성 여부

법원의 판단

법원은 한국토지주택공사의 항소를 모두 기각하고 제1심 판결을 유지했습니다. 이에 따라 한국토지주택공사는 한국자산관리공사 또는 대한민국으로부터 대부료를 반환받을 수 없으며 항소 비용도 부담하게 되었습니다.

결론

법원은 공기업과 준정부기관 상호 간에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 국가계약법령의 예외 조항에 따라 계약서 작성을 생략하고 당사자 간의 의사 합치만으로도 대부계약이 유효하게 성립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용도 폐지되어 일반재산이 된 국유지에 대해서는 행정재산에 적용되는 특별법상 사용료 면제 규정을 적용할 수 없다고 판단하여, 한국토지주택공사가 납부한 대부료는 부당이득이 아니므로 반환할 필요가 없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연관 법령 및 법리

1.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국가계약법) 제11조 및 동법 시행령 제49조: 국가와 사인 간의 계약은 원칙적으로 계약서 작성 및 기명·날인이 필요하지만, 일정한 경우(예: 공공기관 상호 간 계약)에는 계약서 작성을 생략할 수 있습니다. 이때 계약의 주요 내용에 대한 당사자 간 의사 합치가 있었다면 계약은 유효하게 성립됩니다. 이 사건에서는 공기업인 원고와 준정부기관인 피고 공사 간의 계약에 대해 이 조항이 준용되어 계약서 작성 생략의 예외가 인정되었습니다.
2.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공공기관운영법) 제39조 제3항 및 공기업·준정부기관 계약사무규칙 제2조 제5항: 공기업과 준정부기관의 계약 처리에는 다른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이 규칙이 적용되며, 이 규칙에 없는 사항은 국가계약법령을 준용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는 공공기관 간 계약의 법적 근거를 제공하며, 국가계약법의 예외 조항을 공공기관에도 확장 적용하는 바탕이 됩니다.
3. 국유재산법 제2조 제7호, 제32조 제1항 및 동법 시행령 제38조 제3항 제2호: 국유재산은 크게 '행정재산'과 '일반재산'으로 나뉘며, 각각 다른 법적 규율을 받습니다. 행정재산은 사용 허가의 대상이 되고 사용료 면제 등의 특례가 적용될 수 있지만, 용도 폐지되어 '일반재산'으로 전환되면 사용 허가의 대상이 될 수 없고 '대부계약'의 대상이 됩니다. 이 사건 토지는 용도 폐지로 인해 행정재산에서 일반재산으로 변경되었으므로, 행정재산에 적용되는 구 보금자리주택건설 등에 관한 특별법상의 사용료 면제 조항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단되었습니다.
4. 사법상 계약의 원칙: 국가가 일반재산을 대부하는 행위는 사경제 주체로서 사인과 대등한 위치에서 맺는 사법상의 계약으로 간주됩니다. 따라서 계약의 효력은 당사자 간의 의사 합치에 의해 결정되며, 내부적인 목적이나 다른 법률의 적용 여부는 계약의 유효성 판단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참고 사항

1. 공기업이나 준정부기관이 다른 공공기관과 계약을 체결할 때는 국가계약법령이 준용됩니다. 특히 계약서 작성을 생략할 수 있는 예외 조항(국가계약법 시행령 제49조 제4호)이 공공기관 간에도 적용될 수 있으므로, 구두 합의나 의사교환만으로도 계약이 유효하게 성립될 수 있음을 유의해야 합니다.
2. 국유재산은 그 종류(행정재산/일반재산)에 따라 적용되는 법규와 계약 형태(사용 허가/대부계약)가 달라집니다. 재산의 용도가 폐지되어 행정재산이 일반재산으로 전환된 경우, 이전의 행정재산 사용 관련 규정(예: 사용료 면제 조항)은 적용되지 않고 일반재산 대부 규정이 적용됩니다.
3. 계약 체결 과정에서 상대방의 요구에 따라 이의를 유보하고 일단 계약을 이행하더라도, 추후 법적 다툼에서 계약의 유효성을 부정하기는 어려울 수 있습니다. 중요한 의사표시나 법적 주장은 계약 체결 전 명확히 해야 합니다.
4. 계약의 목적이 단순한 사용·수익이 아니라 다른 복잡한 목적(예: 다른 기관에의 공급을 위한 매입)을 가지고 있더라도, 당사자 간에 대부계약의 주요 내용(목적물, 기간, 대부료 등)에 합의가 있었다면 계약의 효력은 인정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