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차
임차인 A가 임대인 B와 오피스텔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고 잔금을 지급했으나, A 측 공인중개사 F이 계약서에 특약사항을 임의로 가필하여 B에게 전달했습니다. 이에 B는 가필된 계약서를 문제 삼아 A의 입주를 거부했고, A는 B의 이행 거절을 이유로 계약 해제를 통보했습니다. 법원은 B의 임대목적물 인도 거절이 정당한 사유 없는 채무불이행에 해당하여 계약이 해제되었다고 판단하며, B에게 임대차보증금 전액과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다만 손해배상 예정액은 일부 감액되었습니다.
원고 A는 2019년 7월 3일 피고 B와 수원시 권선구 오피스텔에 대해 임대차보증금 1억 6,000만 원, 임대차기간 2019년 7월 31일부터 2021년 7월 30일까지로 하는 임대차계약을 체결하고 계약금 1,600만 원을 지급했습니다. 잔금일인 2019년 7월 31일, 원고 A는 잔금 1억 4,400만 원을 지급하고 입주를 준비했습니다. 그러나 원고 A 측 공인중개사 F이 자신이 보관하던 계약서 특약사항란에 임대목적물의 마모 상태 등에 관한 내용을 임의로 가필한 후 피고 B에게 사진으로 전송했습니다. 피고 B는 공인중개사의 일방적인 계약서 가필 행위에 항의하며 원고 A에게 문제 해결 전까지 입주할 수 없음을 통지하고, 오피스텔 출입문 잠금장치에 나사못을 박아 입주를 막았습니다. 원고 A는 가필 부분이 자신과 무관하며 임대차 계약서 내용은 상이하지 않다고 주장하며 인도를 요구했으나, 피고 B는 가필 부분 해결과 사과 없이는 입주할 수 없다고 맞섰습니다. 이에 원고 A는 2019년 8월 14일 피고 B의 이행거절을 이유로 임대차계약을 해제한다는 내용증명을 발송했고, 이 내용은 2019년 8월 16일 피고 B에게 도달했습니다. 피고 B는 계약금 1,600만 원을 제외한 임대차보증금만을 반환하려 했으나 대출 문제로 반환하지 못했습니다.
원고 측 공인중개사의 임대차계약서 임의 가필 행위가 임대인(피고)의 임대차 목적물 인도 의무 불이행을 정당화할 수 있는 사유가 되는지 여부, 피고의 임대차 목적물 인도 거절이 채무불이행에 해당하는지 여부, 계약 해제에 따른 임대차보증금 반환 및 손해배상 예정액의 감액 가능성
원고 A의 항소를 일부 받아들여 제1심판결을 변경하고, 피고 B는 원고 A에게 임대차보증금 1억 6,000만 원과 손해배상금 1,000만 원을 합한 1억 7,000만 원 및 각 돈에 대한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소송 총비용의 1/8은 원고가, 나머지는 피고가 부담하도록 했습니다.
법원은 임대인 B가 임차인 A에게 임대목적물을 사용·수익하게 할 의무를 정당한 사유 없이 이행하지 않았으므로, 이는 채무불이행에 해당하고 A의 계약해제 통보는 적법하다고 판단했습니다. 공인중개사의 임의 가필 행위는 원고 A와 무관한 독립적인 행위이며, 계약의 본질적인 내용이나 신뢰를 객관적으로 훼손할 정도가 아니라고 보았습니다. 다만, 손해배상 예정액 1,600만 원은 피고가 입은 손해와 원고의 대처 가능성 등을 고려하여 1,000만 원으로 감액하는 것이 부당하게 과다하지 않다고 판단했습니다.
공인중개사법 제2조 (정의): 공인중개사는 중개대상물에 대한 거래 당사자 간의 매매, 임대차 등 권리의 득실 변경 행위를 알선하는 '중개행위'를 하는 자로 정의됩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공인중개사의 역할이나 거래당사자와의 법률관계에 비추어 공인중개사를 거래 당사자와 동등한 지위나 이행 보조자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공인중개사 F이 임의로 계약서를 가필한 행위는 원고 A와 무관한 독립적인 행위이며, 그로 인해 피고 B의 신뢰가 저해되었다 하더라도 곧바로 원고 A의 귀책사유로 볼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공인중개사의 고의나 과실로 손해가 발생하면 공인중개사가 법적 책임을 지는 것이 원칙입니다.
채무불이행 및 이행거절: 임대차 계약에서 임대인(피고 B)은 임차인(원고 A)에게 임대 목적물을 사용·수익하게 할 의무가 있으며, 임차인은 이에 대한 차임을 지급할 의무가 있습니다. 이러한 임대 목적물 사용·수익 제공 의무는 계약의 목적 달성에 필요한 '주된 채무'입니다. 피고 B가 공인중개사의 가필을 이유로 원고 A의 입주를 막고 오피스텔 인도를 거절한 행위는 정당한 사유 없는 '이행 거절'에 해당하며, 이는 채무불이행 책임으로 이어집니다.
민법 제398조 제2항 (손해배상 예정액의 감액): 민법은 손해배상의 예정액이 부당하게 과다한 경우 법원이 이를 적당히 감액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부당히 과다한 경우'는 채권자와 채무자의 지위, 계약의 목적과 내용, 예정액을 정한 동기, 채무액에 대한 예정액의 비율, 예상 손해액의 크기, 거래관행 및 경제상태 등 모든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사회 통념상 부당한 압박을 가한다고 인정될 때를 의미합니다. 이 사건에서 임대차 계약의 손해배상 예정액은 계약금 상당액인 1,600만 원이었으나, 법원은 원고 A도 분쟁 해결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은 점, 피고 B가 근저당권을 말소하고도 새로운 임대차 계약을 맺지 못해 장기간 손해를 입은 점, 원고 A가 입은 직접 손해가 예정액에 비해 과소한 점 등을 고려하여 예정액을 1,000만 원으로 감액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습니다.
계약 해제 및 원상회복 의무: 채무불이행으로 계약이 해제되면, 당사자는 원상회복 의무를 지게 됩니다. 즉, 피고 B는 원고 A로부터 지급받은 임대차보증금 1억 6,000만 원을 반환할 의무가 발생하며,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 의무도 발생합니다. 보증금 반환 시에는 받은 날로부터의 지연이자가 함께 지급되어야 합니다.
임대차 계약서와 같이 중요한 서류는 당사자 간 합의 없이는 어떤 내용도 수정하거나 추가해서는 안 됩니다. 모든 수정 사항은 반드시 계약 당사자 양측의 동의와 서명으로 명확히 해야 분쟁을 피할 수 있습니다. 공인중개사는 중개 행위를 대리하는 자이지 계약 당사자와 동일한 지위에 있는 것은 아니므로, 공인중개사의 일방적인 행위가 계약 당사자에게 자동으로 귀속된다고 볼 수 없습니다. 임대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임차인의 입주를 거부하거나 임대 목적물 사용을 막는 것은 주된 채무 불이행에 해당하여 계약 해제의 사유가 될 수 있습니다. 계약서에 손해배상 예정액을 정해두었더라도, 실제 발생할 수 있는 손해액과 비교하여 예정액이 과도하다고 판단될 경우 법원은 이를 적절히 감액할 수 있습니다. 계약 해제 통보 이후에 보증금 반환과 위약금 지급에 대한 명확한 합의가 없는 경우, 묵시적인 합의 해제가 성립되었다고 보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