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 중 태아 뇌손상에 대한 의료진 손해배상 청구 사건

산모가 출산 과정에서 태아에게 태변 착색, 태아 빈맥, 심장박동수 감소 등 이상 징후가 있었음에도 의료진이 응급 제왕절개 수술을 지연하고 산소 공급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아 신생아에게 저산소성 뇌손상이 발생했다고 주장하며 병원 운영자와 담당 의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건입니다. 법원은 의료진의 경과 관찰과 제왕절개 수술 결정 및 시행 과정에서 진료상 과실이나 설명의무 위반이 없었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관련 당사자

• 원고 A (미성년자, 저산소성 뇌손상으로 영구적 장애 예상), 법정대리인 부 B, 모 C (산모)
• 피고 D (G병원 운영자)
• 피고 E (G병원 소속 의사, 산모의 산전 진찰 및 원고 분만 담당 의사)

분쟁 상황

2015년 12월 20일 산모 C는 임신 38주 2일째에 양수가 파막되어 피고병원에 내원했습니다. 내원 시 자궁경부 3cm 개대, 80% 소실된 상태였고 양수에 태변이 섞인 것이 확인되어 분만실에 입원했습니다. 피고병원 의료진은 02:20경부터 전자태아감시장치를 부착하여 모니터링을 시작했고, 02:2002:42경 태아빈맥(160-180회/분), 최소변이도, 2차례의 다양성 태아심장박동수 감소 소견을 보였습니다. 02:30경 간호사는 이 사실을 당직의 피고 E에게 보고했습니다. 의료진은 수액 처치 및 체위 변경 조치를 취했고, 02:4303:05경에는 태아심장박동수 변이도가 중등도로 개선되고 감소 소견은 없었습니다. 그러나 03:53~04:15경 다시 태아심장박동수가 180회, 변이도가 거의 없고 자궁 수축 시마다 심장박동수가 감소되는 소견을 보였습니다. 이에 피고 E은 04:05경 응급 제왕절개수술이 필요하다고 판단하여 산모와 보호자에게 설명 후 동의를 받았습니다. 피고 E은 04:30경 제왕절개수술을 시작하여 04:40경 원고를 만출했습니다. 원고는 1분 아프가 점수 6점, 5분 아프가 점수 8점이었고, 태변이 섞인 양수가 흡인되었으며 약하게 울고 산소포화도 80% 이하, 심장박동수 107회로 확인되었습니다. 의료진은 산소 공급, 에피네프린 주사, 기관내삽관 등 응급 처치를 시행했고, 원고는 04:47경 울음을 터트리고 산소포화도 100%, 심장박동수 168회로 회복되어 05:10경 H병원으로 전원되었습니다. H병원에서 원고는 빈호흡과 저혈당 증세를 보였고, 21일 떨림과 사지 강직, 발작 증세를 보였습니다. 22일 뇌파검사에서 간질성 발작이, 23일 뇌MRI에서 저산소성 뇌손상이 확인되었습니다. 원고는 현재 사지 불수의 운동형 마비, 인지 저하, 일상생활 동작 전적인 의존, 연하장애 상태로 영구적인 장애가 예상됩니다. 원고 측은 의료진이 02:20경부터 태아곤란증을 의심하고 조기에 응급 제왕절개수술 등 조치를 취했어야 하는데 지연했으며, 산소 공급 등 적절한 조치도 없었다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태아곤란증 발생 여부 등 중요사항에 대한 설명의무를 위반했다고 주장하며 총 1,378,340,681원 및 지연손해금의 배상을 청구했습니다.

핵심 쟁점

분만 과정에서 태아에게 저산소성 뇌손상이 발생한 것이 의료진의 진료상 과실(응급 제왕절개 수술 지연 및 부적절한 조치) 때문인지, 또는 의료진이 산모에게 태아의 이상 증상 및 필요한 조치에 대해 설명할 의무를 위반했는지 여부입니다.

법원의 판단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청구를 모두 기각하고 소송 비용은 원고가 부담하도록 판결했습니다.

결론

법원은 피고 의료진이 산모 내원 시부터 태아의 상태를 전자태아감시장치로 면밀히 모니터링했고, 태아 상태 변화에 따라 수액 처치, 체위 변경 등 적절한 조치를 취했으며, 응급 제왕절개 수술 결정 및 시행 과정도 지연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저산소성 뇌손상이 의료진의 침습행위로 인한 것이 아니며, 당시 추가적인 검사나 조치에 대한 자기결정권 행사 상황으로 보기도 어렵다고 보아 설명의무 위반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피고들에게 의료과실이나 설명의무 위반이 없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연관 법령 및 법리

이 판례는 의료과실 및 설명의무 위반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과 관련된 법리를 다루고 있습니다.

1. 진료상의 과실 여부 (의료과실)​

• 법리: 의료행위는 고도의 전문적 지식을 요하므로, 일반인이 의료과실을 밝히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수술 중/후 중대한 결과가 발생했을 때, 의료상 과실 외 다른 원인을 찾기 어려운 간접사실들을 증명하여 과실을 추정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그러나 '과실로 인한 결과 발생을 추정할 수 있을 정도의 개연성'이 담보되지 않는다면, 막연히 중한 결과만으로 의사에게 무과실 증명 책임을 지울 수는 없습니다 (대법원 2004다45185, 2005다5867 판결 참조).
• 의사의 재량: 의사는 환자의 상황, 당시 의료 수준, 지식·경험에 따라 적절한 진료 방법을 선택할 상당한 재량을 가집니다. 그 선택이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 한, 진료 결과가 좋지 않다고 하여 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이 과실이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대법원 2005다5867 판결 참조).
• 적용: 법원은 피고 의료진의 태아감시(전자태아감시장치 3회 실시) 및 조치(수액처치, 체위변경)가 현행 의료수준에 비추어 소홀하지 않았다고 판단했습니다. 태아의 상태가 '3단계 태아심박동 해석체계'의 category II 중간 단계였고, 즉시 제왕절개 수술이 필요했다고 단정할 수 없는 상황에서 경과 관찰을 지속한 것은 의사의 합리적인 재량 범위 내였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간호사가 당직의에게 보고하고 의사의 지시에 따라 적절한 조치가 이루어졌으며, 제왕절개 수술 결정 후 원고 만출까지 소요된 시간(35분)도 지연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2. 설명의무 위반 여부

• 법리: 의사의 환자에 대한 설명의무는 수술뿐 아니라 검사, 진단, 치료 등 진료의 모든 단계에서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의무 위반으로 위자료 지급 의무가 발생하는 경우는 의사가 환자에게 질병 증상, 치료/진단 방법의 내용 및 필요성, 예상되는 위험성 등을 설명하여 환자가 '자기결정권'을 행사하여 의료행위 수용 여부를 선택할 기회를 상실하게 한 경우에 해당합니다. 따라서 환자에게 발생한 결과가 의사의 침습행위로 인한 것이 아니거나, 환자의 자기결정권이 문제 되지 않는 사항에 관한 것은 위자료 지급 대상으로서의 설명의무 위반으로 보기 어렵습니다 (대법원 2007다25971 판결 참조).
• 적용: 법원은 원고의 저산소성 뇌손상이 피고 의료진의 제왕절개 수술이나 다른 침습행위로 인해 발생한 것이 아닌 점, 당시 태아곤란증 발생 여부를 밝히기 위한 별도의 유효한 검사 방법이 불분명하고 필요했다고 보기도 어려운 점, 태아 심장박동 이상 소견 시 바로 응급 제왕절개 수술이 이루어진 점 등을 고려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피고 의료진에게 태아곤란증 여부 등 별도 검사나 조치를 받도록 설명할 의무가 있었다거나 원고 등이 자기결정권을 행사할 기회를 상실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설명의무 위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참고 사항

의료사고 발생 시 진료상 과실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고도의 전문적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한 의료행위의 적절성을 증명해야 하므로 매우 어려운 과정일 수 있습니다. 의료진이 당시 의료 수준과 환자 상황에 따라 선택한 진료 방법이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나지 않았다면, 결과가 좋지 않더라도 과실로 인정되기는 어렵습니다. 의료진의 설명의무는 수술 등 침습적 의료행위나 중대한 결과 발생 개연성이 있어 환자의 자기결정권이 요구되는 경우에 주로 적용됩니다. 단순 모니터링이나 경과 관찰 단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상황에 대해 설명을 하지 않았다고 하여 설명의무 위반으로 인정되지는 않습니다. 의료 기록은 진료 행위의 적절성 판단에 매우 중요한 증거가 되므로, 관련 기록을 철저히 확보하고 분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태아 상태의 변화는 시시각각 달라질 수 있으므로, 의료진의 단계별 조치가 당시 상황에서 적절했는지, 의학적 판단과 재량의 범위 내에 있었는지가 중요하게 고려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