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해배상
A 주식회사가 B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과 소방 및 정보통신공사 감리용역 계약을 체결했으나 조합 집행부 변경 후 조합 내부 사정으로 계약이 해지된 사건입니다. 조합은 원고가 '일정 무관하게 조기 선정되었다'는 이유로 계약을 해지했고 원고는 계약서에 명시된 위약금 조항에 따라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법원은 조합의 해지 사유가 적법한 해지 사유가 아니라고 판단하고 계약에 명시된 손해배상 예정액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습니다.
원고 A 주식회사는 2018년 2월 7일 피고 B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의 정보통신·소방감리업체로 선정되어 감리용역 계약을 체결하고 업무 수행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이 사건 계약에는 '해지 사유에 해당하지 않음에도 계약 해지를 하였을 경우 피고는 원고에게 계약금액의 20%에 해당하는 금원을 지급하여야 한다'는 조항(제15조 제5항)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나 2020년 8월경 피고 조합은 계약 체결 당시의 조합장이 해임되고 집행부가 변경되었습니다. 이후 2020년 12월 13일 조합원 정기총회를 개최하여 '조합 협력업체 계약 해지의 건'을 가결했습니다. 이에 따라 피고 조합은 2020년 12월 16일 원고에게 '일정 무관하게 조기 선정된 문제점'을 해지 사유로 들어 이 사건 계약 해지를 통보했습니다. 원고는 피고의 계약 해지 사유가 계약서상의 적법한 해지 사유가 아니며, 계약서 제15조 제5항에 따라 총 계약금액 7억 3,150만 원의 20%에 해당하는 1억 4,630만 원을 손해배상으로 청구했습니다. 피고는 계약이 조합 내부 규정을 위반하고 불리하게 체결되어 무효이거나, 원고가 업무를 수행하지 않아 손해가 없으므로 민법상 위임 해지에 따른 손해배상 의무가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예정된 손해배상액이 과다하므로 감액되어야 한다고 맞섰습니다.
피고 조합이 제시한 '원고가 일정 무관하게 조기 선정된 문제점'이라는 계약 해지 사유가 이 사건 계약에 명시된 적법한 해지 사유에 해당하는지 여부입니다. 이 사건 계약이 피고에게 부당하게 불리하게 체결되었거나 관련 법령을 위반하여 원천적으로 무효인지 여부도 쟁점이었습니다. 이와 함께 이 사건 계약 해지가 민법 제689조 제1항에 따른 위임계약 해지로서 손해배상 책임이 없는지 또는 민법 제689조 제2항에 따라 '상대방의 불리한 시기'에 해당하지 않아 손해배상 의무가 없는지 여부도 논의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이 사건 계약 제15조 제5항에 따라 예정된 손해배상액 1억 4,630만 원이 민법 제398조 제2항에 따라 부당하게 과다하므로 감액되어야 하는지 여부가 주요 쟁점이었습니다.
피고는 원고에게 1억 4,630만 원과 이에 대해 2021년 9월 18일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2%의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해야 합니다.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하며, 제1항은 가집행할 수 있습니다.
법원은 피고 조합이 원고와의 계약을 해지한 사유인 '원고가 일정 무관하게 조기 선정된 문제점'은 계약서에 명시된 적법한 해지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피고가 계약이 부당하게 체결되었다거나 원천 무효라는 주장, 또는 위임 계약 해지에 따라 손해배상 의무가 없다는 주장 역시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특히 원고가 계약 이행에 착수하지 않은 것은 피고의 내부 사정으로 사업이 지연되었기 때문이므로, 피고가 계약을 해지한 시점은 원고에게 불리한 시기로 보아야 하며, 계약서상 손해배상 예정액은 감액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원고의 청구를 모두 인용하여 피고는 원고에게 계약서에 명시된 손해배상 예정액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결했습니다.
이 사건 판결은 주로 계약 해지의 정당성과 손해배상액의 예정에 관한 민법 원칙을 다루고 있습니다. 계약의 구속력 및 해지 사유: 계약은 당사자 간의 합의로 체결되며, 함부로 파기할 수 없는 구속력을 가집니다(라틴어로 'Pacta sunt servanda', 계약은 지켜져야 한다). 계약을 해지하려면 계약서에 명시된 해지 사유에 해당하거나 법이 정한 해지 사유(예: 채무 불이행)가 있어야 합니다. 피고 조합이 주장한 '일정 무관하게 조기 선정된 문제점'은 이 사건 계약서 제15조 제1항, 제2항에서 정한 적법한 해지 사유가 아니었습니다. 또한 조합의 내부 규정은 외부 계약의 효력을 좌우할 수 없습니다. 손해배상액의 예정 (민법 제398조 제2항): 이 사건 계약 제15조 제5항은 '해지 사유에 해당하지 않음에도 계약 해지를 하였을 경우 피고는 원고에게 계약금액의 20%에 해당하는 금원을 지급하여야 한다'고 규정했는데, 이는 민법 제398조에서 정한 '손해배상액의 예정'에 해당합니다. 손해배상액의 예정은 채무 불이행의 경우에 채권자가 실제로 입은 손해액을 증명할 필요 없이 예정된 금액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입니다. 민법 제398조 제2항은 '손해배상의 예정액이 부당히 과다한 경우에는 법원은 이를 적당히 감액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채권자와 채무자의 지위, 계약의 목적 및 내용, 예정액의 비율, 예상 손해액, 거래 관행 등 모든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예정액 지급이 경제적 약자에게 부당한 압박을 가하여 공정성을 잃는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에만 감액합니다. 본 사건에서 법원은 조합의 재건축사업 특성, 협력업체 선정 후 집행부 변경으로 인한 계약 해지 빈번성, 용역 금액 대비 20%의 비율 등을 고려할 때 예정액이 부당하게 과다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여 피고의 감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위임 계약 해지와 손해배상 (민법 제689조): 피고는 이 사건 계약이 위임 계약의 일종이므로 민법 제689조 제1항에 따라 언제든지 해지할 수 있고, 원고가 업무를 수행한 사실이 없어 불리한 시기 자체가 존재하지 않으므로 민법 제689조 제2항에 따른 손해배상 의무도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원고가 용역 이행 완료 시 용역대금을 수령할 수 있는 상황에서 계약 이행 착수 전에 해지된 것은 원고에게 '불리한 시기'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이 사건의 경우 계약서에 손해배상액 예정 조항이 명시되어 있으므로, 민법 제389조에 따라 피고의 채무 불이행(부당한 해지) 사실만 입증되면 예정된 배상액을 청구할 수 있으며, 손해 발생 사실과 실제 손해액을 증명할 필요는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계약을 해지할 때는 계약서에 명시된 해지 사유에 해당하는지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내부적인 사정이나 '조기 선정'과 같은 불분명한 이유는 적법한 계약 해지 사유로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조합의 내부 규정은 조합원 간의 관계나 조합 운영에 영향을 미치지만, 외부 업체와 맺은 정식 계약의 효력을 직접적으로 부인할 수는 없습니다. 계약서에 명시된 내용이 우선합니다. 조합장이나 집행부가 변경되더라도 이전 집행부가 적법하게 체결한 계약은 원칙적으로 유효하게 유지됩니다. 새로운 집행부는 이전 계약의 내용을 존중하고 이행할 의무가 있습니다. 계약서에 '손해배상 예정액' 조항이 있다면, 상대방의 귀책사유로 계약이 해지될 경우 별도로 손해액을 증명할 필요 없이 예정된 금액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이는 계약 위반에 대한 위험을 줄이고 분쟁 해결을 간소화하는 장점이 있습니다. 법원이 예정 손해배상액을 감액하는 경우는 매우 예외적입니다. 채무자의 경제적 지위, 계약의 목적과 내용, 예정액의 비율, 예상 손해액, 거래 관행 등 모든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공정성을 잃을 정도로 부당하게 과다한 경우에만 감액이 이루어집니다. 본 사례에서는 계약금액의 20%가 과다하다고 보지 않았습니다. 계약 이행이 지연되거나 착수하지 못한 것이 상대방의 내부 사정이나 귀책 사유 때문이라면, 이는 계약 해지의 정당한 이유가 될 수 없으며, 손해배상 책임에서 벗어날 근거도 되지 않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