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계약금
주택자재 제조업체인 원고가 물류센터 신축 공사 시공사인 피고에게 HCS 자재를 납품하는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원고는 계약된 자재를 모두 납품했으나, 피고는 납품 지연을 이유로 지체상금 공제를 주장하며 잔여 물품대금 지급을 거부했습니다. 법원은 원고가 자재를 모두 납품했음을 인정하면서도 납품 지연에 대한 원고의 책임 또한 인정했습니다. 그러나 피고의 책임 있는 일부 지연 사유와 과도한 지체상금률을 고려하여 지체상금액을 크게 감액한 후, 피고는 원고에게 남은 물품대금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습니다.
원고 A 주식회사는 2018년 3월 9일 피고 주식회사 B와 27억 8,300만 원 규모의 HCS 자재 납품 계약을 맺고 C D 물류센터 신축공사에 자재를 공급하기로 했습니다. 계약 기간은 2018년 7월 31일에서 2018년 8월 31일로 변경되었습니다.
2018년 7월 초부터 피고는 원고에게 HCS 생산 지연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고, 2018년 7월 26일에는 2018년 8월 1일부터 계약금액의 1,000분의 3에 해당하는 금액을 지체상금으로 공제하겠다고 통보했습니다. 원고는 현장의 타 공정 지연으로 인해 자신의 귀책 사유가 아니라고 반박했습니다.
2018년 8월 15일 원고 아산공장에서 근로자 사망 사고가 발생하여 작업중지 명령을 받으면서 생산 및 납품이 약 한 달간 추가로 지연되었습니다. 원고는 외주 생산을 통해 생산량을 증대하여 지연을 만회하려 노력했습니다.
2018년 11월 27일 피고는 원고에게 2018년 10월 1일부터 지체상금을 부담해야 한다고 재차 통보했습니다. 원고는 2018년 12월 18일 다시 피고의 현장 공사 지연 및 현장 내 안전사고로 인한 공사 중단(약 35일)이 납품 지연의 원인이라고 반박하며, 지체상금 통보를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원고는 2019년 4월 8일 자재 납품을 완료했고, 2019년 12월 8일 피고에게 미지급 물품대금 786,130,600원 및 지연손해금을 청구하는 통고서를 발송한 뒤 2020년 7월 17일 이 사건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피고는 원고가 실제 납품한 수량이 계약 수량에 미치지 못하며, 설령 모두 납품했더라도 원고의 귀책사유로 납품이 지연되었으므로 지체상금을 물품대금에서 공제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대금 지급을 거부했습니다.
원고가 계약된 HCS 자재를 모두 납품했는지 여부, 피고가 주장하는 원고의 납품 지연에 따른 지체상금 청구가 정당한지 여부, 지체상금의 기준액은 어떻게 산정해야 하는지, 지체상금액을 감액할 사유가 있는지 여부, 피고의 책임으로 인한 지연 사유가 지체상금 산정에 어떻게 반영되어야 하는지.
재판부는 원고가 계약된 모든 HCS 자재를 피고에게 납품 완료했다고 판단했습니다. 하지만 원고의 납품 지연 책임이 인정되어 지체상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보았습니다. 다만 피고가 계약기간을 2018년 9월 30일까지 연장해 주었거나 적어도 그 이전 지체상금을 청구하지 않기로 한 것으로 보아 지체상금 발생 시기를 2018년 10월 1일로 보았습니다. 또한 피고의 첫 출하 요청 지연과 현장 작업 중단 등 피고에게도 납품 지연에 대한 일부 책임이 있는 점, 그리고 계약상 지체상금률인 1일당 계약금액의 3/1000이 일반적인 건설자재 납품 하도급 계약에서 정하는 비율보다 상당히 높다는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지체상금액을 90% 감액했습니다. 최종적으로 원고가 청구한 미지급 물품대금 786,130,600원에서 감액된 지체상금 586,872,000원을 공제한 199,258,600원을 피고가 원고에게 지급하도록 판결했습니다. 이 금액에는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에 따른 연 15.5%의 지연손해금이 추가됩니다.
민법 제398조 제2항 (손해배상액의 예정 감액): 이 조항은 손해배상액을 미리 정해두는 계약(손해배상액의 예정)에서 그 예정액이 너무 과다할 경우, 법원이 이를 적절히 줄일 수 있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본 사건에서 법원은 원고의 납품 지연에 피고의 출하 요청 지연, 현장 작업 중단 등 일부 책임이 있었던 점, 그리고 계약상 지체상금률인 1일당 계약금액의 3/1000이 일반적인 건설자재 납품 계약에 비해 매우 높다고 보아, 지체상금액을 90% 감액했습니다. 이는 손해배상액 예정이 실제로 부당하게 과다한 경우 법원이 개입하여 금액을 조정한 중요한 사례입니다.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제13조 제8항 (하도급대금 지연 지급 시 지연이자): 이 법률은 하도급 계약에서 원사업자가 수급사업자에게 대금을 제때 지급하지 않을 경우 발생하는 지연이자율에 대해 규정합니다. 본 판결에서는 피고가 원고에게 미지급 물품대금에 대해 이 조항과 공정거래위원회의 고시에 따라 연 15.5%의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도록 명령했습니다. 이는 하도급 관계에서 약자인 수급사업자를 보호하기 위한 규정입니다.
산업안전보건법 (중대재해 발생 시 작업중지 명령 등): 과거 산업안전보건법 제51조 제7항 및 시행규칙 제2조는 사업장에서 중대재해가 발생했을 경우 작업중지 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했습니다. 본 사건에서 피고 공사 현장에서의 중대재해로 작업이 중단된 사실은, 비록 직접적으로 원고의 지체일수를 공제하는 사유로 인정되지는 않았지만, 원고의 납품 지연에 피고 측의 책임도 일부 있었음을 인정하고 지체상금을 감액하는 중요한 참작 사유 중 하나로 고려되었습니다. 이는 계약 이행에 있어 예기치 못한 외부적 요인이 발생했을 때 그 책임 분배를 어떻게 할지에 대한 법원의 판단 기준을 보여줍니다.
건설 자재 납품 계약을 맺을 때, 납품 지연이 발생할 경우 즉시 상대방과 서면으로 소통하여 지연 원인과 예상 완료일을 공유하고, 필요한 경우 계약 내용(납품 기한, 지체상금률 등)을 변경하거나 보완해야 합니다. 구두 합의보다는 이메일, 공문 등 기록이 남는 방식으로 진행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상대방의 귀책사유(공정 지연, 출하 요청 지연, 설계도면 제공 지연, 현장 안전사고로 인한 작업 중단 등)로 인해 납품이 지연되는 경우에는 그 사실을 명확히 문서화하고, 지체상금 적용에 대한 이의를 제기해야 합니다. 이때 관련 증거(공정표, 사고 보고서, 소통 내역 등)를 철저히 보관해야 합니다.
계약서에 명시된 지체상금률이 일반적인 거래 관행에 비해 지나치게 높다고 판단되는 경우, 해당 조항이 민법 제398조 제2항에 따라 부당하게 과다한 손해배상 예정액으로 감액될 여지가 있는지 검토해 볼 수 있습니다.
기성 부분에 대한 검사 및 인수가 이루어졌다면, 해당 금액은 지체상금 산정의 기준이 되는 계약금액에서 공제될 수 있으므로, 계약서 내용을 상세히 확인하고 기성 처리 내역을 정확히 관리해야 합니다.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등으로 인해 발생한 작업 중단은 중대한 사유로 인정될 수 있으며, 이는 납품업체의 귀책 사유가 아니라는 중요한 근거가 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