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
컴퓨터 소프트웨어 개발자로 일하던 망인이 이직 후 약 10일 만에 극단적 선택으로 사망했습니다. 배우자인 원고는 망인이 이전 직장에서 겪은 업무상 스트레스 때문에 사망에 이르렀다며 유족급여 및 장의비 지급을 청구했으나, 근로복지공단은 업무와 사망 사이의 상당한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며 지급을 거부했습니다. 법원은 망인의 업무 환경, 퇴사 과정, 개인적 사정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 업무상 스트레스가 사회 평균인이 도저히 감수하거나 극복할 수 없을 정도였다고 보기 어렵다며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망인 E는 F 주식회사에서 소프트웨어 개발 프리랜서로 근무하며 동료 직원과의 갈등, 프로젝트 관리자 역할 부재 등으로 업무상 스트레스를 받았습니다. 망인은 2022년 8월 19일 퇴사 의사를 밝혔고, 회사로부터 계약 파기에 따른 손해배상 가능성 고지를 받으며 약 일주일간 퇴사 전 마무리 업무를 수행했습니다. 2022년 8월 31일 F 주식회사에서 퇴사하고 9월 1일 G 주식회사로 이직했으나, 9월 10일 농로에 주차된 차량에서 갈탄을 피워 스스로 목숨을 끊은 상태로 발견되었습니다. 망인의 배우자인 원고는 망인의 사망이 F 주식회사에서의 업무상 스트레스로 인한 것이라 주장하며 유족급여 및 장의비 지급을 청구했으나, 근로복지공단은 업무와 사망 간의 상당한 인과관계가 없다고 보아 부지급 처분을 내렸고, 이에 원고가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사망한 컴퓨터 소프트웨어 개발자의 극단적 선택이 이전 직장에서 받은 업무상 스트레스와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어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업무상 재해로 인정될 수 있는지 여부.
법원은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고, 피고 근로복지공단이 유족급여 및 장의비 지급을 거부한 처분이 적법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소송 비용은 원고가 부담하도록 했습니다.
법원은 망인의 사망과 업무 사이의 상당한 인과관계를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판단했습니다. 구체적으로, 망인이 이전 직장에서 프로젝트 관리자 역할 부재로 인한 부담을 느꼈을 수 있으나, 약 16년 경력의 고참 개발자였고 담당 프로젝트가 비교적 소규모였던 점 등을 고려할 때 업무 부담이 심각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퇴사 과정에서 스트레스를 받았으나, 요구된 업무를 모두 처리하고 새로운 회사로 이직함으로써 스트레스가 상당 부분 해소되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습니다. 망인의 부친상으로 인한 정신적 충격 등 개인적 요인이 자살에 더 큰 영향을 미쳤을 개연성이 있다고 보았고, 이직 후 10일 뒤 발생한 자살에 대해 이전 직장 스트레스가 희석되었을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수면제 복용과 자살 간의 명확한 인과관계도 인정하기 어렵다고 보아, 종합적으로 업무와 자살 사이의 상당한 인과관계를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이 사건은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업무상 재해 인정 여부에 관한 것으로, 특히 근로자의 자살이 업무상 재해로 인정되기 위한 기준을 다루고 있습니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업무상 재해의 원칙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은 근로자가 업무상 사유로 부상, 질병, 장해 또는 사망한 경우를 '업무상 재해'로 규정하고 유족급여 및 장의비 등을 지급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때, 업무와 재해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존재해야 합니다.
자살의 경우 업무상 재해 인정 기준 (대법원 2008두2029, 2011두24644 판결 등)
본 사안에의 적용 법원은 망인이 겪은 업무상 스트레스가 있었음을 인정하면서도, 그 정도가 사회 평균인이 도저히 감수하거나 극복할 수 없을 정도였다고 보지 않았습니다. 망인이 16년 경력의 고참 개발자였고, 담당 프로젝트가 소규모였으며, 퇴사 과정에서 겪은 스트레스도 마무리 업무를 성공적으로 이행하고 새 직장으로 이직함으로써 상당 부분 해소되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망인의 부친 사망 등 개인적인 가정사가 자살에 영향을 미쳤을 개연성이 높은 반면, 이전 직장의 업무 스트레스가 자살의 주된 동기였다고 볼 증거는 부족하다고 보았습니다. 이직 후 10일이라는 기간이 경과한 점, 사망 직전 망인의 심리 상태나 새 직장에서의 스트레스 등 객관적 자료가 부족한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업무와 자살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를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업무상 스트레스로 인한 극단적 선택이 업무상 재해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업무와 사망 사이에 매우 강력한 인과관계를 증명해야 합니다. 단순히 업무 스트레스가 우울증을 유발했다는 사실만으로는 부족하며, 사회 평균인이 도저히 감수하거나 극복할 수 없을 정도의 업무상 스트레스와 그로 인한 정신질환이 자살의 주된 원인이었음을 입증해야 합니다. 업무 환경, 스트레스의 정도와 지속 시간, 개인의 건강 및 정신적 상황, 자살에 이르게 된 경위, 기존 정신질환 유무 등 모든 정황을 상세히 기록하고 증거로 제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스트레스 요인이 해소된 후 사망이 발생한 경우(예: 퇴사 후 이직), 업무와 사망 간의 인과관계가 약해질 수 있으므로, 사망 직전까지의 심리 상태와 추가적인 스트레스 요인에 대한 객관적인 자료 확보가 중요합니다. 가족의 사망이나 질병 등 개인적 스트레스 요인이 있다면, 업무상 스트레스가 자살에 미친 영향이 상대적으로 낮게 평가될 수 있음을 유념해야 합니다. 수면제 등 약물 복용 사실이 있더라도, 그것이 자살에 결정적인 인과관계를 미쳤는지 의학적으로 명확히 입증되지 않는 한 업무상 재해 인정을 받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