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
우정사업본부 내 교섭대표노동조합인 B노동조합과 사용자(대한민국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체결한 단체협약 중 정보 통지의무 조항과 노동조합 지부 사무실 제공 조항이 교섭참여노동조합인 A노동조합에 대한 공정대표의무를 위반했는지 여부가 쟁점이 된 사건입니다. 법원은 주요 정보 통지의무 조항에 대해서는 교섭대표노조가 아닌 다른 노동조합에게도 동등하게 정보를 제공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보아 공정대표의무 위반을 인정했으나, 노동조합 지부 사무실 제공 조항에 대해서는 과거 화해조서 내용과 조합원 수 등의 요건을 고려할 때 합리적인 차별로 보아 공정대표의무 위반이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우정사업본부에는 여러 노동조합이 있었고,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통해 B노동조합이 교섭대표노동조합으로 확정되었습니다. 이후 B노동조합은 사용자(대한민국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단체협약을 체결했는데, 이에 대해 교섭참여노동조합인 A노동조합은 단체협약 내용 중 172조(통지의무)와 부속합의서의 노동조합 사무실 제공 조항이 자신들을 차별하여 공정대표의무를 위반했다고 주장했습니다. A노동조합은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시정신청을 했으나 기각되었고,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했으나 역시 기각되자, 중앙노동위원회의 재심판정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게 되었습니다.
복수노조 체제에서 교섭대표노동조합과 사용자가 체결한 단체협약의 내용이 다른 노동조합에 대한 공정대표의무를 위반하는지 여부입니다. 구체적으로는 '사용자가 주요 정보를 교섭대표노동조합에게만 통지하도록 규정한 조항'과 '노동조합 지부 사무실 제공 요건 및 공동사용 의무를 정한 조항'이 합리적 이유 없는 차별에 해당하는지가 핵심 쟁점이었습니다.
법원은 중앙노동위원회가 2022년 9월 8일 내린 재심판정 중 단체협약 제172조 제1항, 즉 '통지의무 조항' 관련 부분을 취소했습니다. 이는 A노동조합의 주장을 일부 인용한 것으로, 이 조항이 공정대표의무를 위반했다고 본 것입니다. 그러나 A노동조합의 나머지 청구, 즉 '노동조합 지부 사무실 제공 조항' 관련 부분에 대해서는 기각했습니다. 소송비용은 원고와 피고, 원고와 피고보조참가인들 사이에 각각 1/2씩 부담하도록 결정했습니다.
재판부는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 하에서 교섭대표노동조합의 대표권은 단체교섭 및 단체협약 체결과 그 구체적인 이행 과정에만 미치고, 노사관계 전반에까지 당연히 미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사용자가 제 규정의 제정·변경, 조직 및 직제 개편, 예산 편성 등 사업장 운영 전반에 관한 주요 정보를 교섭대표노동조합에게만 통지하고 다른 노동조합에는 교섭대표노동조합을 통해 일부 정보만 공유하도록 한 것은 공정대표의무 위반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반면, 노동조합 지부 사무실 제공 조항에 대해서는 과거 관련 노동조합들의 합의 내용(화해조서)과 각 노동조합의 설립 시기, 조합원 수 차이 등을 고려할 때 합리적인 이유가 있는 차별로 보아 공정대표의무 위반이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이 사건은 주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동조합법)상의 공정대표의무와 관련된 법리를 적용했습니다.
1.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와 공정대표의무 (노동조합법 제29조의2 제1항, 제29조의4 제1항): 노동조합법은 하나의 사업장에 여러 노동조합이 있을 경우 원칙적으로 교섭대표노동조합을 정하여 단체교섭을 하도록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를 운영합니다. 이때 교섭대표노동조합과 사용자는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참여한 다른 노동조합이나 그 조합원을 합리적인 이유 없이 차별해서는 안 되는 '공정대표의무'를 부담합니다. 이 의무는 단체교섭의 과정, 그 결과물인 단체협약의 내용뿐만 아니라 단체협약의 이행 과정에서도 지켜져야 합니다. 차별에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는 점은 교섭대표노동조합이나 사용자에게 증명 책임이 있습니다.
2. 교섭대표노동조합의 대표권 범위 (노동조합법 제29조의5): 교섭대표노동조합이 가지는 대표권은 법령에서 특별히 권한으로 규정하지 않는 이상, 단체교섭 및 단체협약 체결(보충교섭 포함)과 체결된 단체협약의 구체적인 이행 과정에만 미치는 것으로 보아야 합니다. 노사관계 전반에까지 당연히 미친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따라서 사용자의 제 규정 변경, 조직 개편, 예산 편성 등 사업장 운영 전반에 관한 주요 정보는 모든 노동조합이 동등하게 제공받아야 하는 정보이며, 이는 교섭대표노동조합의 한정된 대표권 범위를 넘어서는 사항입니다.
3. 노동조합 사무실 제공과 공정대표의무: 노동조합 사무실은 노동조합의 존립과 발전에 필요한 일상적인 업무가 이루어지는 중요한 공간입니다. 따라서 사용자가 교섭대표노동조합에 상시 사용할 수 있는 사무실을 제공했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다른 노동조합에게도 상시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일정한 공간을 제공해야 합니다. 다만, 모든 노동조합이 합의한 기준이나 각 노동조합의 역사적 배경, 조합원 수 등 합리적인 이유가 있는 차별은 허용될 수 있습니다.
복수노조 체제에서 교섭대표노동조합과 사용자는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참여한 다른 노동조합이나 그 조합원을 합리적인 이유 없이 차별해서는 안 되는 공정대표의무를 준수해야 합니다.
사용자는 사업장 운영 전반에 걸쳐 모든 노동조합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 정보(예를 들어, 규정 변경, 인사, 조직 개편, 예산 등)를 동등하게 제공할 의무가 있습니다. 교섭대표노동조합이 이러한 정보를 독점하거나 임의로 선별하여 공유하는 것은 공정대표의무 위반으로 볼 수 있습니다.
노동조합 사무실 제공에 있어서도 교섭대표노동조합에게 사무실을 제공하는 경우, 다른 교섭참여노동조합에게도 물리적 한계나 비용 부담을 넘어 상시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일정한 공간을 제공해야 합니다. 다만, 과거 모든 이해관계 노동조합이 합의했던 기준(예: 조합원 수, 비율, 공동사용)이나, 각 노동조합의 설립 시기, 조합원 수의 현저한 차이 등을 고려한 경과 조치 등에는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인정될 수 있습니다.
어떤 차별 행위에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는 점은 교섭대표노동조합이나 사용자에게 증명 책임이 있습니다. 따라서 단체협약 체결 시 다른 노동조합에 대한 차별이 발생할 여지가 있는 조항에 대해서는 합리적인 근거를 명확히 마련해 두어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