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 후 촉탁직 운전기사 재계약 거부 부당해고 판결

A 주식회사는 정년퇴직한 버스 운전기사 B와 촉탁직 근로계약을 맺은 후, 2020년 5월 31일자로 계약 기간 만료를 통보하며 계약 갱신을 거부했습니다. 이에 B는 부당해고를 주장하며 노동위원회에 구제 신청을 하였고, 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 모두 B에게 근로계약 갱신에 대한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되고 회사의 갱신 거절에 합리적인 이유가 없다고 판단하여 부당해고로 인정했습니다. 회사는 이 중앙노동위원회의 재심판정에 불복하여 재심판정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했으나, 법원은 노동위원회의 판단이 적법하다며 회사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관련 당사자

• A 주식회사: 시내버스 운송 사업을 영위하는 회사 (원고)
• 중앙노동위원회: 부당해고 구제 재심판정을 내린 기관 (피고)
• B: A 회사에서 정년퇴직 후 촉탁직 버스 운전기사로 근무하다 계약 갱신이 거부된 근로자 (피고 보조참가인)

분쟁 상황

시내버스 운수회사인 A 주식회사는 정년(만 61세)에 도달한 버스 운전기사 B와 촉탁직 근로계약을 체결하여 B는 2019년 6월 1일부터 촉탁직으로 근무했습니다. 약 1년 뒤인 2020년 4월 28일, A 회사는 B에게 근로계약 기간 만료를 이유로 2020년 5월 31일부로 근로관계가 종료됨을 통보하며 계약 갱신을 거절했습니다. 이에 B와 노동조합은 A 회사의 계약 갱신 거절이 부당해고에 해당한다며 인천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 신청을 하였고, 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 모두 B의 주장을 인용하여 부당해고로 판정했습니다. A 회사는 이에 불복하여 중앙노동위원회의 재심판정을 취소해달라고 행정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핵심 쟁점

정년퇴직 후 촉탁직 근로자로 근무하던 운전기사에게 근로계약 갱신에 대한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되는지 여부와, 회사(사용자)가 근로계약 갱신을 거절한 것에 합리적인 이유가 있는지 여부입니다.

법원의 판단

원고인 A 주식회사의 청구를 기각하며, 중앙노동위원회가 촉탁직 운전기사 B에 대한 계약 갱신 거부를 부당해고로 인정한 재심판정이 적법하다고 판단했습니다.

결론

법원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촉탁직 운전기사 B에게 근로계약 갱신에 대한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되고, 회사의 계약 갱신 거절에 합리적인 이유가 없다고 판단하여 회사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1. 갱신기대권 인정 사유: 회사의 단체협약, 취업규칙 및 노사합의서에 재계약 절차와 요건이 명시되어 있었고 재계약 시 서류 대체 규정이 존재하여 갱신을 전제하고 있었습니다. 또한, 다른 촉탁직 근로자들의 높은 계약 갱신 비율과 전 대표이사의 '적어도 65세까지 고용 보장' 발언, 그리고 B가 수행하는 업무가 상시적으로 필요한 업무라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B에게는 계약 갱신에 대한 정당한 기대권이 형성되어 있었다고 보았습니다. 계약서나 확인서의 '자동 종료' 문구는 형식적인 것으로 보았고, '어쩔 수 없이 썼다'는 B의 진술을 받아들였습니다.
2. 갱신 거절의 합리적 이유 부재 사유: B는 회사에서 통상적으로 이루어지는 구두 방식으로 기한 내에 재계약 의사를 밝혔으며, 입사 서류 제출 지연은 회사의 안내 지연 때문으로 판단했습니다. 회사의 대표이사 또한 B에게 특별한 결격사유가 없어 재고용을 요청했으면 고용했을 것이라고 진술한 바 있습니다. 과거의 허리 수술 및 장해 판정은 현재 운전 업무에 지장이 없는 것으로 확인되었고, 회사는 이미 B의 건강 및 과거 교통사고 이력, 징계 전력을 알고 있는 상태에서 촉탁직 근로계약을 체결했습니다. 또한, B보다 중한 사고 이력이 있는 다른 근로자들과도 재계약을 체결한 사례가 있어 B의 교통사고 이력이나 징계 전력이 갱신 거절의 합리적 이유가 될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연관 법령 및 법리

이 사건은 근로계약 갱신에 대한 '정당한 기대권' 법리가 주요하게 적용되었습니다.

• 기간제 근로계약과 갱신기대권: 기간을 정하여 체결된 근로계약은 원칙적으로 기간이 만료되면 종료됩니다. 그러나 근로계약, 취업규칙, 단체협약 등에 '일정한 요건을 갖추면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규정이 있거나, 그러한 규정이 없더라도 근로계약 내용, 체결 경위, 갱신 기준 및 절차, 실제 운영 실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근로자에게 근로계약이 갱신될 수 있다는 정당한 기대권이 형성된 경우에는, 사용자가 이를 위반하여 부당하게 갱신을 거절하는 것은 부당해고와 마찬가지로 효력이 없습니다 (대법원 2011. 4. 14. 선고 2007두1729 판결 등).
• 고령 근로자의 갱신기대권: 정년이 지난 상태에서 기간제 근로계약을 체결한 경우, 위 일반적인 사정 외에도 해당 직무의 성격과 요구되는 능력, 근로자의 업무수행 적격성, 연령에 따른 작업능률 저하나 위험성 증대 정도, 해당 사업장에서 정년이 지난 고령자가 근무하는 실태 및 계약 갱신 사례 등을 추가적으로 고려하여 갱신기대권 인정 여부를 판단해야 합니다 (대법원 2017. 2. 3. 선고 2016두50563 판결 등).
• 갱신 거절의 합리적 이유: 근로자에게 갱신기대권이 인정될 경우, 사용자가 계약 갱신을 거절하려면 '합리적 이유'가 있어야 합니다. 이 합리적 이유의 유무는 사용자의 사업 목적, 사업장 여건, 근로자의 지위와 담당 직무, 근로계약 체결 경위, 갱신 요건 및 절차의 운용 실태, 근로자에게 책임 있는 사유가 있는지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사회통념상 객관적이고 합리적이며 공정한지를 기준으로 판단합니다. 이때 갱신 거절 사유에 대한 증명책임은 사용자에게 있습니다 (대법원 2017. 10. 12. 선고 2015두44493 판결 등).

참고 사항

정년퇴직 후 촉탁직이나 계약직으로 근무하는 경우 계약 갱신과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사항들을 참고할 수 있습니다.

• 내부 규정 및 관행 확인: 근로계약서에 계약 갱신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더라도, 회사의 취업규칙, 단체협약, 노사합의서에 재계약 조건이나 절차가 명시되어 있거나, 실제로 회사에서 다른 촉탁직 근로자들의 계약을 반복적으로 갱신해 온 관행이 있다면 계약 갱신에 대한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
• 계약 종료 관련 서류 서명 시 주의: 회사의 요청으로 '계약 기간 만료 시 자동 종료' 등의 문구가 담긴 확인서나 계약서에 서명하더라도, 해당 서류를 작성하게 된 경위(예: 재고용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나 회사 경영진의 구두 약속 등이 있다면, 그러한 서명만으로 계약 갱신 기대권을 완전히 부정하기는 어렵습니다.
• 갱신 신청 의사 명확화: 재계약을 희망하는 경우, 회사에서 정한 절차에 따라 기한 내에 명확하게 갱신 신청 의사를 표시해야 합니다. 서면 신청이 원칙일 수 있으나, 회사 내부에 구두 신청이 용인되는 관행이 있다면 구두 신청도 유효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의사 표시는 가급적 증거가 남는 서면(내용증명 등)으로 하는 것이 유리합니다.
• 회사의 갱신 거절 사유 확인: 회사가 계약 갱신을 거절하는 경우, 그 이유가 객관적이고 합리적이며 공정한지 따져봐야 합니다. 근로자의 업무 능력 부족, 중대한 징계 사유, 건강 문제 등은 합리적 이유가 될 수 있지만, 과거의 경미한 문제나 이미 회사가 알고 있던 사유는 인정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 증거 자료 확보: 재계약 관련 회사의 공지, 다른 근로자들의 재계약 사례, 자신의 근무 평가, 건강 진단서, 회사 담당자와의 통화 기록 등 관련 증거를 미리 확보해 두는 것이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