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정
이 사건은 가수 A씨(본명 B)가 병역의무 회피 목적으로 미국 시민권을 취득하여 한국 국적을 상실한 후 대한민국 재외동포(F-4) 사증 발급을 신청했으나, 주로스엔젤레스총영사관 총영사(피고)로부터 거부 처분을 받은 사건입니다. A씨는 2015년 첫 신청 시 절차상 하자를 이유로 사증 발급이 거부되었고, 이에 대한 소송 끝에 2020년 3월 대법원에서 절차적 위법과 재량권 불행사를 이유로 종전 처분을 취소하는 판결이 확정되었습니다. 이후 총영사관은 법무부, 병무청, 외교부 등 관계기관의 의견 수렴을 거쳐 2020년 7월 재량 심사 후 A씨의 사증 발급 신청을 다시 거부했습니다. A씨는 이 두 번째 거부 처분이 이전 판결의 기속력에 위반되고, 법령 적용이 잘못되었으며, 비례 및 평등의 원칙을 위반한 것이라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이 두 번째 처분이 절차적 하자를 보완하고 재량권을 행사한 적법한 처분이며, 대한민국의 안전보장, 질서유지, 공공복리 등 국익을 해칠 우려가 있다는 사유가 인정되므로 위법하지 않다고 판단하여 A씨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가수 A씨는 1990년대 후반부터 한국에서 활발히 활동하던 중 2001년 공익근무요원 소집통지를 받았습니다. 그러나 소집기일을 연기한 상태에서 2002년 1월 국외여행 허가를 받아 미국으로 출국한 뒤 미국 시민권을 취득하고 한국 국적을 상실했습니다. 이에 병무청은 법무부에 A씨에 대한 입국금지를 요청했고, 법무부장관은 2002년 2월 출입국관리법에 따라 기한의 정함이 없는 입국금지 조치를 내렸습니다. 2015년 8월 A씨는 주로스엔젤레스총영사관에 재외동포(F-4) 사증 발급을 신청했지만, 총영사관은 '입국규제대상자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사증 발급을 거부했습니다. A씨는 이 거부 처분에 불복하여 소송을 제기했고, 대법원은 2019년 7월 '종전 처분이 절차적 하자가 있고 재량권을 제대로 행사하지 않아 위법하다'며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돌려보냈습니다. 서울고등법원은 2019년 11월 이 판결의 취지에 따라 종전 처분을 취소했으며, 이 판결은 2020년 3월 대법원에서 총영사관의 상고가 기각되면서 확정되었습니다. 이후 총영사관은 법무부, 병무청, 외교부 등 관계기관과 다시 협의를 진행하여, A씨의 병역면탈 사실과 그로 인한 사회적 파장, 국민 정서 등을 고려한 재량 심사 끝에 2020년 7월 A씨의 재외동포 사증 발급 신청을 다시 거부했습니다. A씨는 이 두 번째 거부 처분 역시 위법하다고 주장하며 이 사건 소송을 제기하게 되었습니다.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이전 사증발급거부처분 취소 판결의 효력이 이번 재처분에 미쳐 재처분이 위법한지 여부입니다. 둘째, 피고가 사증발급을 거부하면서 적용한 법령 선택이 올바르며 처분 사유가 인정되는지 여부입니다. 셋째, 피고의 재량권 행사가 비례의 원칙이나 평등의 원칙을 위반하여 위법한지 여부입니다.
법원은 원고 A씨의 청구를 기각하고,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하도록 판결했습니다.
법원은 피고의 두 번째 사증발급거부 처분이 이전 판결의 기속력에 위반되지 않으며, 적법한 법령을 적용하여 정당한 사유로 재량권을 행사한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특히, 원고가 병역의무를 이행해야 할 시점에 국적을 변경하여 병역의무를 면탈한 사실이 대한민국의 안전보장, 질서유지, 공공복리 등 대한민국의 이익을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원고의 입국을 불허함으로써 얻는 공익(공정한 병역의무 이행에 대한 국민의 정의 관념 및 신뢰 부응)이 원고가 입게 되는 불이익(수익적 행정행위 거부로 인한 이득 상실)보다 크다고 판단하여 비례의 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평등의 원칙 위반 주장 역시 원고의 사례가 다른 병역면제 연예인들과 구체적인 사실관계에서 본질적으로 다르므로, 합리적인 차별에 해당하여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이 판결에서는 다음 법령과 법리들이 중요하게 다루어졌습니다.
1. 국적법 제15조 제1항: 대한민국 국민이 자진하여 외국 국적을 취득하면 대한민국 국적을 상실하게 됨을 규정합니다. 원고 A씨는 이 규정에 따라 미국 시민권 취득으로 한국 국적을 잃었습니다.
2. 재외동포의 출입국과 법적 지위에 관한 법률(재외동포법) 제5조 제2항: 외국국적동포에게 재외동포체류자격을 부여하지 않을 수 있는 사유를 규정합니다. 특히 '병역을 기피할 목적으로 외국국적을 취득하고 대한민국 국적을 상실하여 외국인이 된 경우' 또는 '대한민국의 안전보장, 질서유지, 공공복리, 외교관계 등 대한민국의 이익을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를 그 사유로 들고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원고의 국적상실 시점(2002년)에 적용되는 구법과 이후 개정된 신법의 경과 규정 적용 여부가 중요한 쟁점이 되었습니다. 법원은 원고의 경우 2017년 개정 재외동포법의 경과규정에 따라 종전의 구법이 적용되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이 법조항의 각 호가 특별조항과 일반조항 관계에 있지 않으며, 병역기피 등과 안전보장 등의 사유는 별개로 판단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3. 출입국관리법 제1조, 제7조, 제11조: 이 법은 외국인의 출입국 및 체류 관리를 통해 국가의 이익과 안전을 도모하는 것을 목적으로 합니다. 외국인의 사증 발급은 입국을 위한 예비 조건이며, 주권 국가로서 외국인의 입국을 금지할 광범위한 재량권이 인정됩니다. 특히 제11조는 법무부장관이 외국인의 입국을 금지할 수 있는 여러 사유를 규정합니다.
4. 행정소송법 제30조 (취소판결의 기속력): 행정처분을 취소하는 확정판결은 해당 행정청을 구속하여 판결의 취지에 따라 행동할 의무를 지웁니다. 거부처분이 절차적 위법을 이유로 취소된 경우, 행정청은 위법 사유를 보완하여 다시 거부 처분을 할 수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이전 취소 판결이 절차적 하자와 재량권 불행사를 이유로 한 것이므로, 피고가 절차를 보완하고 재량권을 행사한 이 사건 재처분은 기속력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5. 헌법상 비례의 원칙 및 평등의 원칙: 행정청의 재량권 행사는 비례의 원칙(목적의 정당성, 수단의 적합성, 최소침해성, 법익의 균형성)과 평등의 원칙(합리적 근거 없는 차별 금지)에 부합해야 합니다. 법원은 이 사건에서 병역의무 이행의 공정성에 대한 국민의 정의 관념과 신뢰 보호라는 공익이 원고의 사익보다 크다고 보아 비례의 원칙을 위반하지 않았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원고의 사례는 다른 연예인들의 사례와 구체적인 사실관계에서 본질적으로 달라 평등의 원칙 위반이 아니라고 보았습니다.
6. 병역법 관련 규정: 과거 병역법(2004년 개정 전) 제64조는 국외 영주권자의 병역 면제를, 병역법 시행령 제134조는 국내 체재나 영리 활동 시 병역 면제 처분 취소 및 병역의무 부과를 규정했습니다. 원고가 공익근무요원 소집통지를 받은 상황에서 국외여행 허가를 받아 출국 후 시민권을 취득한 행위가 병역기피 행위로 판단되었습니다.
병역의무가 있는 남성이 국적을 변경하여 병역의무를 회피하려는 경우, 이후 대한민국 입국 및 체류에 상당한 제한을 받을 수 있습니다. 과거 행정처분이 절차적 위법을 이유로 취소되었다 하더라도, 행정청이 절차적 하자를 보완하고 재량권을 적법하게 행사하여 다시 동일한 내용의 처분을 하는 것은 허용될 수 있습니다. 재외동포 체류자격 부여 여부는 행정청의 광범위한 재량에 속하며, 특히 병역 관련 사안은 국가의 안전보장, 질서유지, 공공복리 등 중대한 공익과 직결되므로 엄격한 판단이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법령이 개정된 경우, 경과 규정이 없는 한 처분 당시 시행되는 개정 법령이 적용되는 것이 원칙입니다. 다만, 개정 전 법령에 대한 신뢰가 공익상의 요구보다 더 보호가치가 있다고 인정될 경우 예외가 인정될 수 있습니다. 병역의무 종료 연령이 지났다고 하여 과거 병역 회피 목적의 국적 변경 행위에 대한 입국 제한이 자동으로 해제되는 것은 아니며, 국민적 정서와 사회적 파장 등 공익적 요소가 계속해서 고려될 수 있습니다. 유명인이나 사회적 영향력이 큰 인물의 경우, 병역의무 이행과 관련된 행위가 일반 국민의 정의 관념 및 신뢰에 미치는 영향이 크므로 더욱 엄격한 기준이 적용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