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정
교육부장관이 학교법인의 재정 위기를 이유로 임원(이사)에 대한 임원취임 승인을 취소한 처분에 대해, 법원이 교육부장관의 시정요구는 적법하나 처분 사유(재정 건전성 악화에 대한 임원의 책임, 자구책 불이행)가 충분히 인정되지 않고, 설령 인정되더라도 재량권 일탈 및 남용에 해당하여 위법하다고 판단하여 취소 처분을 기각한 사례입니다.
학교법인 B는 산하 수익사업체 Q 주식회사에 대한 대여금, P 노인복지주택 사업 관련 부채, 그리고 국세청으로부터 부과된 증여세 및 법인세 등 약 2,066억 원에 달하는 막대한 부채로 인해 심각한 재정 위기에 직면했습니다. 이에 교육부장관은 2019년 6월 14일 B에 재정 위기를 해결할 현실적이고 근본적인 자구책을 요구했고, B는 7월 1일 운영정상화 방안(자구책)을 제출했습니다. 하지만 교육부장관은 9월 4일 B에 시정요구 및 임원취임승인 취소 계고 통지를 보내며 자구책 이행을 요구했습니다. 이후 2020년 2월 3일 교육부장관은 B의 전현직 임원인 원고 A를 포함한 12명의 임원에 대해 임원취임승인 취소 처분을 내렸습니다. 원고 A는 이 처분이 시정요구의 위법성, 취소사유의 부재, 신뢰보호 원칙 위반, 재량권 일탈·남용 등의 이유로 부당하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교육부장관이 학교법인 이사에게 내린 임원취임승인 취소 처분이 적법한지 여부입니다. 구체적으로는 시정요구의 적법성, 취소 처분의 사유가 존재하는지, 그리고 재량권 일탈 및 남용에 해당하는지 등이 다루어졌습니다.
법원은 피고(교육부장관)가 2020년 2월 4일 원고(A)에 대하여 한 임원취임승인 취소 처분을 취소한다고 판결했습니다.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하도록 했습니다.
법원은 교육부장관의 임원취임승인 취소 처분 사유가 충분히 인정되지 않고, 설령 인정된다 하더라도 원고의 재직 기간과 업무 내용에 비추어 볼 때 과도한 처분으로 재량권 일탈 및 남용에 해당하므로 위법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따라 원고의 청구를 인용하여 취소 처분을 취소하였습니다.
이 사건과 관련된 주요 법령과 법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구 사립학교법 제20조의2 제1항: 학교법인의 임원이 '학교의 사무집행에 현저한 장애를 초래하거나 회계부정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유에 해당하는 경우' 교육부장관이 임원취임승인을 취소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는 임원의 부적절한 행위나 학교 운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한 조항입니다.
구 사립학교법 제20조의2 제2항: 제1항의 사유에 해당할 경우, 교육부장관은 시정을 요구할 수 있으며, 이에 불응할 경우 임원취임승인을 취소할 수 있습니다. 이는 교육부장관에게 시정 명령을 통해 학교 운영의 정상화를 유도하고, 최종적으로 임원 교체를 통해 문제를 해결할 권한을 부여하는 것입니다.
구 사립학교법 시행령 제9조의2: 구체적으로 임원취임승인 취소 사유를 명시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학교의 재산 상황을 악화시키거나 예산을 부당하게 집행하는 등의 행위가 포함될 수 있습니다.
구 행정절차법 제22조: 행정청이 당사자에게 의무를 부과하거나 권익을 제한하는 처분을 하는 경우, 처분 전에 당사자에게 의견을 진술할 기회를 주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임원취임승인 취소라는 중대한 처분 전에 청문 절차를 거쳐야 함을 의미합니다.
신뢰보호 원칙: 행정청이 과거에 특정 개인에게 어떤 처분이나 약속을 통해 형성된 신뢰를 보호해야 한다는 원칙입니다. 이 사건에서 원고는 교육부장관이 과거에 자신의 연임을 승인했으므로, 이는 이사직 수행에 문제가 없다는 공적 견해 표명으로 보아 이후 취소 처분은 신뢰보호 원칙에 반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비례의 원칙 및 재량권 일탈·남용: 행정청의 처분은 추구하는 공익 목적 달성에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 이루어져야 하며, 그로 인해 침해되는 사익과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는 원칙입니다. 만약 처분의 정도가 과도하거나 공익과 사익의 균형을 현저히 벗어난다면, 이는 재량권의 범위를 넘어서거나 남용한 것으로 보아 위법한 처분이 될 수 있습니다. 법원은 이 사건에서 원고의 재직 기간과 책임 정도를 고려할 때 취소 처분이 과도하여 재량권을 일탈·남용했다고 판단했습니다.
유사한 재정 위기 상황에서 학교법인의 임원 및 관련 당사자들이 참고할 만한 사항은 다음과 같습니다. 행정청의 시정요구가 구체적인 내용을 담고 있어 당사자가 충분히 인식할 수 있었다면 적법하다고 판단될 수 있습니다. 학교법인의 재산은 사립학교 운영의 핵심 요소이므로, 학교 운영자의 자율성은 재정 건전성 확보를 위해 일정 부분 제한될 수 있습니다. 임원취임승인 취소 처분 시, 해당 임원이 재정 건전성 악화에 기여한 정도나 재직 기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책임이 판단됩니다. 특히, 문제가 된 채무 발생 시점이 해당 임원의 재직 이전이라면 책임이 제한될 수 있습니다. 행정청이 요구하는 자구책은 단순히 제출하는 것을 넘어 그 내용이 현실적이고 근본적인 해결 방안을 포함하는지, 그리고 이행 노력이 있었는지가 중요합니다. 자구책 내용이 미흡하더라도 곧바로 명령 불이행으로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학교법인의 수익사업회계와 교비회계는 엄격히 구별되므로, 수익사업회계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은 그 특성에 맞게 마련되어야 합니다. 임원취임승인 취소와 같은 중대한 처분은 해당 임원의 재직 기간, 처리 업무 등을 고려하여 비례의 원칙에 맞게 이루어져야 합니다. 과도한 처분은 재량권 일탈 또는 남용으로 위법하게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