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정
전국농민회총연맹이 서울 도심에서 대규모 농민대회 및 행진을 계획하고 신고했으나 서울종로경찰서장은 교통량과 유동인구가 많아 심각한 교통 불편이 예상된다는 이유로 집회 및 행진 금지를 통고했습니다. 이에 농민회총연맹은 경찰의 금지 통고가 위법하다며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경찰의 금지 처분을 취소했습니다.
2016년 11월 전국농민회총연맹은 서울 종로구 세종로 공원 앞에서 약 800명이 참가하는 '농정파단 국정농단 A정권 퇴진 전국농민대회' 옥외집회와 세종로 공원에서 신교동 교차로까지 농기계 및 화물차량 800여 대를 이용한 행진을 계획했습니다. 이들은 11월 22일과 23일에 각각 집회 및 시위 계획을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그러나 서울종로경찰서장은 11월 24일, 해당 집회 및 시위 장소가 평소에도 교통 체증이 심한 곳이며, 1,000대 이상의 농기계 및 화물차량이 집결할 경우 심각한 교통 불편을 초래할 것이 명백하다는 이유로 금지 통고 처분을 내렸습니다. 이에 농민회총연맹은 이 처분이 부당하다고 보고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으며, 집행정지 신청도 하여 일부 효력이 정지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농민들이 전국 각지에서 농기계 등을 운전하여 상경하는 과정에서 경찰의 저지로 인해 양재IC 부근에서 대치하고 여러 명이 체포되는 등 마찰이 발생했습니다.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경찰이 교통 불편을 이유로 집회와 행진을 전면 금지한 처분이 적법한지 여부였습니다. 특히, 경찰이 국민의 기본권인 집회의 자유를 제한함에 있어 '비례의 원칙'을 제대로 준수하고 재량권을 적절히 행사했는지, 즉 집회의 자유를 덜 침해하는 다른 방법(예: 부분 제한이나 조건 부가)은 고려하지 않았는지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중요했습니다. 또한, 소송 과정에서 경찰이 당초 금지 사유가 아닌 다른 사유를 추가할 수 있는지에 대한 문제도 다루어졌습니다.
법원은 서울종로경찰서장이 전국농민회총연맹에 내린 옥외집회와 행진 금지 통고 처분을 취소한다고 판결했습니다. 소송 비용은 서울종로경찰서장이 부담하도록 했습니다.
법원은 경찰이 집회를 전면 금지하기 전에 농기계나 화물차량의 운행 및 주차를 제한하는 등의 덜 침해적인 수단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다고 판단했습니다. 집회의 자유 제한에 있어 '비례의 원칙'과 '재량권 행사 의무'를 다하지 않았으므로, 경찰의 금지 통고 처분은 위법하다고 보아 원고인 전국농민회총연맹의 청구를 받아들였습니다.
헌법 제21조 (집회·결사의 자유 보장): "모든 국민은 언론·출판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를 가진다. 언론·출판에 대한 허가나 검열과 집회·결사에 대한 허가는 인정되지 아니한다." 이 조항은 국민이 자신의 의사를 자유롭게 표현하기 위해 모일 수 있는 권리인 집회 및 시위의 자유를 보장하며, 정부가 이를 허가제로 통제할 수 없음을 명시하고 있습니다.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제12조 제1항 및 제2항 (도로에서의 집회 및 시위 제한): "관할 경찰관서장은 집회 또는 시위로 인하여 도로의 차량 소통 등 공공의 안전과 질서 유지에 직접적인 위험이 명백하게 예상될 때에는 이를 금지하거나 교통질서 유지를 위한 조건을 붙여 제한할 수 있다." 이 법률은 경찰이 교통 소통 등 공공의 안전을 위해 집회나 시위를 제한하거나 금지할 수 있는 근거를 제공하지만, 이때에도 '필요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 비례의 원칙에 따라 재량을 행사해야 한다는 법원의 판단이 중요하게 작용합니다.비례의 원칙: 행정작용은 행정 목적 달성에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에 그쳐야 하고, 국민의 권익 침해는 그 행정작용으로 달성하려는 공익보다 작아야 한다는 원칙입니다. 법원은 경찰이 집회 금지 처분을 내릴 때, 농기계 운행 제한 등 덜 침해적인 수단을 고려하지 않고 전면 금지한 것이 이 비례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보았습니다.재량권 행사의 의무: 행정기관이 특정 사안에 대해 재량권을 가진 경우에도, 그 재량권을 법령의 목적과 비례의 원칙에 맞게 적절히 행사할 의무가 있다는 법리입니다. 법원은 경찰이 이 사건에서 집회와 공공의 안전이 조화를 이룰 수 있는 다른 방법을 모색할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판단했습니다.처분사유 추가 및 변경의 제한: 행정소송에서 행정청은 당초 처분의 근거로 삼은 사유와 '기본적 사실관계의 동일성'이 인정되는 범위 내에서만 다른 사유를 추가하거나 변경할 수 있습니다. 법원은 경찰이 소송 과정에서 '과거 폭력 시위 전력'이나 '폭력 시위 변질 우려'를 추가 사유로 주장했으나, 이는 당초 금지 사유인 '교통 불편'과는 기본적 사실관계가 달라 허용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집회 금지 처분 전 신중한 검토 요구: 행정기관은 국민의 집회 및 시위의 자유를 제한할 때, 무조건적으로 전면 금지하기보다는 농기계 운행 제한, 주차 공간 지정 등 집회의 목적을 달성하면서도 공공의 안녕과 질서를 유지할 수 있는 덜 침해적인 다른 수단이 있는지 충분히 검토해야 합니다.비례의 원칙 준수: 집회의 자유를 제한하는 처분은 달성하려는 공익과 침해되는 기본권 사이에 균형을 이루어야 합니다. 즉, 처분으로 인해 얻는 공익보다 국민의 자유가 과도하게 침해되어서는 안 됩니다.재량권 행사의 의무: 행정기관의 재량은 단순히 '할 수도 있고 안 할 수도 있는' 자유가 아니라, 법령의 목적과 비례의 원칙에 따라 적절하게 행사해야 할 '의무'입니다. 따라서 재량권 불이행은 처분 취소의 사유가 될 수 있습니다.처분 사유의 명확성: 행정처분 당시 제시된 사유가 아닌 새로운 사유를 소송 중에 추가하는 것은 제한될 수 있습니다. 처분 사유는 당초 처분의 기초가 된 사실관계와 동일해야 합니다. 따라서 집회 금지 통고 시에는 구체적인 금지 사유를 명확히 제시하고 해당 사유에 근거하여 처분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