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 · 의료
가정의학과 전문의가 다른 의사에게 자신의 의사면허증을 대여하여 의료기관 중복 개설을 돕고, 이로 인해 벌금형을 받은 후 보건복지부장관으로부터 의사면허 취소 처분을 받은 것에 대해, 해당 처분이 재량권 일탈·남용에 해당한다며 취소를 청구했으나 법원에서 기각된 사건입니다.
가정의학과 전문의인 원고 A는 2010년 1월부터 의사 D에게 매월 100만 원을 받고 자신의 의사면허증을 빌려주었습니다. 의사 D는 이미 다른 병원을 운영 중이었는데, 원고 A의 면허증을 이용해 2010년 2월부터 2011년 10월까지 약 1년 8개월간 두 곳의 의료기관을 원고 A 명의로 추가 개설하여 중복 운영했습니다. 이로 인해 원고 A는 의료법 위반(의료기관 중복개설 공모) 혐의로 2013년 12월 31일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벌금 500만 원의 약식명령을 받아 확정되었습니다. 이후 피고 보건복지부장관은 2014년 6월 20일 원고 A에게 의사면허 취소 처분을 내렸고, 원고 A는 이 처분이 지나치게 가혹하다며 법원에 취소를 청구했습니다.
의사면허증을 다른 의사에게 대여하여 의료기관 중복 개설을 돕고 벌금형을 받은 경우, 보건복지부장관의 의사면허 취소 처분이 재량권 일탈 또는 남용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이 사건의 쟁점입니다.
법원은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며, 보건복지부장관의 의사면허 취소 처분이 적법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법원은 의사면허증 대여행위가 의료법상 무면허 의료행위와 더불어 가장 중대한 범죄행위이며, 비록 상대방이 의사였다 하더라도 의료기관 중복 개설을 유도한 것은 국민보건에 위해를 초래할 우려가 있어 무면허 의료행위와 유사한 위법성을 가진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면허 대여 기간이 2010년 2월부터 2011년 10월까지 약 1년 8개월로 짧지 않고, 그 대가로 받은 금액이 매달 100만 원으로 적지 않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이 사건 처분으로 달성하려는 공익 목적이 원고가 입게 될 불이익보다 결코 가볍다고 할 수 없으므로, 재량권 일탈·남용이 아니라고 결론 내렸습니다.
의료법 제27조 제1항은 의료인이 아니면 누구든지 의료행위를 할 수 없으며 의료인도 면허된 것 외의 의료행위를 할 수 없다고 규정하여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기본 원칙을 제시합니다. 의료법 제33조 제8항은 의료인은 어떠한 명목으로도 둘 이상의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할 수 없다고 명시합니다. 이 조항은 의료인이 직접 의료행위를 수행할 수 있는 장소적 범위를 제한하여, 의료기관이 의사 아닌 자에 의해 관리되는 것을 개설 단계부터 방지하고자 하는 취지이며, 이 사건에서 의사 D가 다른 의료기관을 운영하면서 원고 A의 면허로 또 다른 의료기관을 개설한 것이 이 조항에 위배됩니다. 의료법 제65조 제1항 제5호에 따르면 보건복지부장관은 의료인이 면허증을 빌려준 경우 그 면허를 취소할 수 있으며, 의료법 제87조 제1항 제1호는 면허증을 대여한 자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여 면허증 대여 행위의 중대성과 형사적 처벌 가능성을 명확히 합니다. 재량권 일탈·남용 판단 법리에 따르면, 행정청의 제재적 처분이 재량권을 벗어났는지 여부는 처분 사유의 내용, 달성하려는 공익 목적, 그리고 개인의 불이익 등을 종합적으로 비교·형량하여 판단합니다. 부령 형식의 행정처분 기준은 행정청 내부의 사무처리 준칙일 뿐 대외적인 구속력은 없지만, 그 기준이 합리적인 이유 없이 헌법이나 법률에 어긋나지 않는 한 함부로 재량권 일탈·남용이라고 판단하기는 어렵습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면허증 대여의 중대성과 공익적 해악이 원고가 입는 불이익보다 결코 가볍지 않다고 보아 처분이 적법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의료인이 면허증을 타인에게 대여하는 행위는 의료법상 가장 중대한 위법 행위로 간주되어 엄격한 제재를 받습니다. 면허증 대여 상대방이 무자격자가 아닌 다른 의사라고 할지라도, 해당 행위가 의료기관의 중복 개설을 유도하거나 국민 보건에 위해를 가할 우려가 있다면 면허 취소 등 강한 행정처분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의료법은 한 명의 의사가 하나의 의료기관만을 개설·운영하도록 제한하고 있으며, 이는 의료기관이 의사 아닌 자에 의해 관리되는 것을 막기 위한 중요한 규정입니다. 면허 대여의 대가로 받은 금액이 크지 않거나, 개인적인 친분 때문에 도왔다는 주장 등은 면허 취소와 같은 중대한 처분의 위법성을 뒤집기 어렵습니다. 관련 법규를 숙지하고 면허증 대여와 같은 중대한 위법 행위는 절대 하지 않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