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 행정
원고인 영국 유한 파트너쉽들이 한국 부동산 투자를 위해 벨기에 법인을 설립하고, 이 벨기에 법인을 통해 한국 유동화전문회사 주식을 매각하여 얻은 432억 원의 양도차익에 대해 한국 정부가 법인세를 부과하자, 이에 불복하여 제기한 법인세부과처분 취소 소송입니다. 원고들은 한·벨 조세조약에 따라 벨기에 법인이 양도인이므로 한국에서 과세할 수 없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벨기에 법인들이 조세회피 목적으로 설립된 도관회사이며 양도차익의 실질 귀속자는 원고들이므로 실질과세원칙에 따라 한국에서 법인세를 부과하는 것이 정당하다고 판단하여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원고들인 영국 유한 파트너쉽들은 한국 부동산 투자를 위해 룩셈부르크 법인들을 거쳐 벨기에 법인들을 설립했습니다. 벨기에 법인들은 한국의 유동화전문회사인 노스게이트의 주식 전부를 47억 2,500만 원에 인수한 후, 노스게이트를 통해 서울 종로구의 ○○○○빌딩을 매수하여 보유했습니다. 2004년 9월 9일, 벨기에 법인들은 이 노스게이트 주식을 영국 법인인 푸르덴셜에 432억 9,500만 원에 매각하여 상당한 주식 양도차익을 얻었습니다. 푸르덴셜은 대한민국과 벨기에 간의 소득에 대한 조세조약 제13조에 따라 주식 양도소득은 양도인의 거주지국(벨기에)에서만 과세된다는 이유로 원천징수를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서울지방국세청은 벨기에 법인들이 조세회피 목적으로 설립된 도관회사에 불과하다고 보고, 양도소득의 실질적인 귀속자는 원고들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종로세무서장은 2006년 12월 18일 원고 1에게 76억 3,898만 4,440원, 원고 2에게 26억 7,239만 1,460원의 법인세를 부과했고, 이에 원고들이 이 부과처분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외국 법인이 조세회피를 목적으로 국내 부동산 투자를 위해 해외에 특수목적법인을 설립하고 이를 통해 주식 양도차익을 얻었을 때, 해당 특수목적법인이 조세조약상 거주자로 인정되어 과세 면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지, 아니면 실질과세원칙에 따라 실제 이익의 귀속자인 외국 법인에게 국내에서 과세할 수 있는지 여부가 쟁점이 되었습니다. 특히 조세조약과 국내세법상 실질과세원칙 중 어떤 것이 우선 적용되는지와 조세조약상 무차별 원칙 위배 여부도 포함됩니다.
법원은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고,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하도록 판결했습니다. 이는 피고인 종로세무서장의 법인세 부과처분이 정당하다고 인정한 것입니다.
법원은 한국과 벨기에 간의 조세조약이 탈세 방지 목적도 포함하며, 헌법상 조세평등주의 이념을 실현하기 위한 실질과세원칙은 조세조약의 적용에 있어서도 예외가 아니라고 보았습니다. 이에 따라 벨기에 법인들은 조세회피 목적으로 설립된 형식상의 회사에 불과하고, 이 사건 주식 양도소득의 실질적 귀속자는 원고들이라고 판단하여, 원고들에게 법인세를 부과한 처분은 정당하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대한민국 헌법 제6조 제1항 (조약의 효력): "헌법에 의하여 체결·공포된 조약과 일반적으로 승인된 국제법규는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갖는다." 이 규정에 따라 국회의 동의를 얻어 체결된 조세조약은 국내 법률에 준하는 효력을 가지며, 특정 법률관계에서는 국내법의 특별법 지위로 우선 적용됩니다. 대한민국 헌법 제38조 (납세의 의무) 및 제59조 (조세법률주의):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납세의 의무를 진다", "조세의 종목과 세율은 법률로 정한다." 이 원칙에 따라 과세요건, 면세요건 등은 법률로 규정되어야 하며 엄격하게 해석·적용되어야 합니다. 외국인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국세기본법 제14조 제1항 (실질과세의 원칙): "과세의 대상이 되는 소득, 수익, 재산, 행위 또는 거래의 귀속이 명의일 뿐이고 사실상 귀속되는 자가 따로 있을 때에는 사실상 귀속되는 자를 납세의무자로 하여 세법을 적용한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벨기에 법인들이 명의상 양도인이지만, 실질적인 주식 양도 및 이익 귀속자는 원고들이라고 판단하여 이 원칙을 적용했습니다. 실질과세 원칙은 헌법상 조세평등주의 이념을 실현하기 위한 것으로, 조세조약의 해석에도 적용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대한민국과 벨지움간의 소득에 대한 조세의 이중과세회피와 탈세방지를 위한 협약 (한·벨 조세조약) 제13조 제3항 (양도소득): "상기 1항과 2항에 규정된 재산 이외의 재산의 양도로부터 발생하는 이득은 그 양도인이 거주자로 되어 있는 체약국에서만이 과세된다." 원고들은 이 조항에 따라 벨기에 법인이 양도인이므로 한국은 과세권이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이 조항의 '양도인'을 조세회피 목적 없이 실질적인 사업 활동을 하는 법인으로 한정하여 해석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한·벨 조세조약 제4조 제3항 (거주자): 개인 이외의 법인이 양 체약국의 거주자인 경우 그의 실질적인 관리 장소가 있는 체약국의 거주자로 간주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는 법인의 실질적 지배와 관리 주체를 중요하게 본다는 해석의 근거가 됩니다. OECD 조세조약 모델협약 주석: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조세회피 행위 방지를 위한 국제적 해석 기준으로 참고할 수 있습니다. OECD 주석은 조약 편승을 통한 조세회피 목적의 도관회사 설립 시 조세조약 남용 방지를 위해 국내법상 실질과세 원칙 적용을 인정합니다.
해외 투자를 계획할 때는 단순히 조세조약의 문언만을 보고 유리한 조세 혜택을 기대하기보다, 해당 국가의 국내 세법과 조약 해석에 관한 원칙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합니다. 특히 조세회피 목적으로 보이는 복잡한 지배구조나 법인 설립은 실질과세원칙에 따라 부인될 수 있습니다. 법인의 실질적인 사업 목적, 경제 활동 여부, 인적 및 물적 자원의 보유 여부 등이 중요하게 평가될 수 있습니다. 특수목적법인(SPC)이나 지주회사를 활용할 경우에도 해당 법인이 독립적인 경제적 실체로서 기능하는지, 아니면 단순한 도관회사(서류상의 회사)에 불과한지에 따라 과세 여부가 달라질 수 있으므로 유의해야 합니다. 조세조약의 목적이 이중과세 방지뿐만 아니라 탈세 방지도 포함한다는 점을 인식하고, 조약 남용 행위로 판단될 경우 조약 혜택이 거부될 수 있음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투자 전 전문가를 통해 실제 투자 구조가 국내외 세법상 문제가 없는지, 조세회피로 해석될 여지는 없는지 충분히 검토하는 것이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