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동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정책에 반발하여 전공의들이 집단으로 사직서를 제출하고 진료 현장을 이탈하자, 정부는 '전공의 집단 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을 발령했습니다. 이에 따라 국립중앙의료원이 전공의들의 사직서를 즉시 수리하지 않았고, 전공의들은 이 행정명령이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하고 강제 근로를 강요하는 위법한 행위라며 국가와 병원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전공의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2024년 2월, 대한민국 정부는 의사 인력 확충을 위해 2025학년도부터 의과대학 정원을 2,000명 증원하기로 발표했습니다. 이에 C협회 등 의사 단체들은 이 정책에 반대하며 집단 행동에 나설 것을 예고했고, 실제로 D협의회 소속 전공의 대표들은 2024년 2월 15일 회의를 거쳐 2월 19일까지 전원 사직서를 제출하고 2월 20일 오전 6시부터 근무를 중단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원고들인 전공의 A와 B 역시 이 결의에 따라 사직서를 제출하고 진료 현장을 이탈했습니다. 정부(피고 대한민국)는 이러한 상황에 대응하여 2024년 2월 7일 전국 수련병원을 대상으로 '전공의 집단 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을 발령했으며, 이후 '집단 연가 사용 불허 및 필수 의료 유지 명령', '진료 유지 명령' 및 '업무 개시 명령' 등 후속 행정명령을 추가로 발령했습니다. 정부는 2024년 6월 4일 이 사건 행정명령을 철회했고, 원고들과 국립중앙의료원(피고 의료원) 사이의 수련 계약 기간은 2024년 2월 29일 만료되었으며, 피고 의료원은 2024년 7월경 원고들의 임용포기각서를 수리했습니다. 원고들은 정부의 '집단 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이 위법하여 직업 선택의 자유와 강제 근로 금지를 침해했고, 이로 인해 다른 병원에서 근무할 수 없어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며 피고들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정부가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을 막기 위해 발령한 '집단 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이 헌법상 직업 선택의 자유와 근로기준법상 강제 근로 금지를 위반하여 위법한지에 대한 판단입니다. 위 행정명령 및 이에 따른 병원의 사직서 수리 금지 행위로 인해 전공의들이 입은 손해에 대해 국가와 병원이 불법 행위 책임을 져야 하는지에 대한 판단입니다.
법원은 원고인 전공의들의 피고들(국립중앙의료원, 대한민국)에 대한 청구를 모두 기각하고, 소송 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하도록 판결했습니다.
법원은 정부의 '전공의 집단 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이 위법하지 않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는 국민 보건에 중대한 위협이 발생할 우려가 있는 상황에서 의료법에 따라 발령된 것으로, 정부의 전문적이고 재량적인 판단에 해당하며 재량권을 일탈하거나 남용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이 명령이 전공의들의 직업 선택의 자유나 강제 근로 금지를 침해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명령은 기존 근로계약에 따른 근무를 유도하는 것이었으며, 집단행동을 위한 사직서 수리만을 금지했을 뿐 개인적인 사유의 사직은 수리된 점, 그리고 정부의 비상진료대책을 통해 의료 공백이 어느 정도 해소된 점 등을 고려했습니다. 따라서 피고들의 행위가 불법 행위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원고들의 손해배상 청구는 이유 없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의료법 제59조 제1항 (지도와 명령): 보건복지부장관 또는 시·도지사는 보건의료정책을 위하여 필요하거나 국민 보건에 중대한 위해가 발생하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으면 의료기관이나 의료인에게 필요한 지도와 명령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합니다. 이 조항은 정부가 공공 보건을 위해 개입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제공하며, 법원은 이 명령의 요건 충족 여부 및 내용 판단에 행정청의 재량권이 부여되어 있다고 보았습니다. 헌법 제15조 (직업 선택의 자유) 및 제37조 (국민의 자유와 권리 제한): 헌법은 모든 국민의 직업 선택의 자유를 보장하지만, 국가 안전 보장, 질서 유지 또는 공공 복리를 위해 필요한 경우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다고 규정합니다. 법원은 이 사건 행정명령이 전공의들의 직업 선택의 자유를 일부 제한하는 측면은 인정하지만, 국민 보건이라는 공공 복리를 위한 것으로서 그 제한이 비례 원칙을 위반하거나 재량권을 남용하지 않았다고 판단했습니다. 특히 '강제 근로' 여부는 사회 통념상 근로자의 자유 의사를 제압하는 정도에 이르러야 한다고 해석했습니다. 근로기준법 제7조 (강제 근로 금지): 사용자는 폭행, 협박, 감금, 그 밖에 정신상 또는 신체상의 자유를 부당하게 구속하는 수단으로써 근로자의 자유 의사에 어긋나는 근로를 강요하지 못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법원은 정부의 행정명령이 기존 근로계약에 따른 근무를 유도하는 것이었으며, 전공의들의 자유 의사를 제압하거나 강제 근로의 효과가 발생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이 조항 위반으로 보지 않았습니다. 행정처분의 위법성 판단 법리: 민사 소송에서도 행정처분의 위법 여부가 선결 문제가 되는 경우, 민사 법원이 그 위법 여부를 판단할 수 있습니다. 다만, 행정청의 전문적이고 재량적인 판단에 기초한 처분은 중대한 오류나 객관적 불합리성이 없는 한 존중되어야 하며, 재량권 일탈·남용을 주장하는 자가 이를 증명해야 합니다. 국가배상법 제2조 (배상책임): 공무원이 직무를 집행하면서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을 위반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배상 책임을 진다고 규정합니다. 법원은 이 사건 행정명령이 위법하다고 볼 수 없으므로 국가배상책임도 인정되지 않으며, 설령 위법하다고 하더라도 공무원의 객관적 주의 의무를 위반하여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한 정도에 이르렀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민법 제661조 (기간의 약정 있는 고용의 해지): 고용 기간의 약정이 있는 경우에도 부득이한 사유가 있는 때에는 각 당사자는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명시합니다. 법원은 이 사건에서 전공의들이 의과대학 정원 증원 반대를 목적으로 집단 사직서를 제출한 것을 '부득이한 사유'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보았으며, 근로계약이 자동 해지되었다는 전공의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행정기본법 제15조 (행정처분의 효력): 행정처분은 유효하게 성립한 때부터 그 효력이 발생하고, 처분이 취소 또는 철회되거나 기간이 만료되거나 법령에서 정한 사유가 소멸하기 전까지는 유효하다는 공정력을 규정합니다. 이 원칙에 따라, 행정명령이 취소되기 전까지는 유효하므로 병원이 명령에 반하여 사직서를 수리하지 않은 것은 위법하지 않다고 판단했습니다.
국민 건강과 공공 복리에 중대한 위험이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 정부는 의료기관이나 의료인에게 필요한 지시와 명령을 할 수 있는 넓은 재량권을 가집니다. 따라서 의료 관련 직종에서 집단 행동을 고려할 때는 이러한 정부의 권한 행사가 정당하다고 판단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행정청의 전문적 판단에 기초한 재량 행위가 위법하다고 인정되려면, 그 판단의 기초가 된 사실 인정에 중대한 오류가 있거나 객관적으로 불합리 또는 부당하다는 점을 주장하는 측이 명확하게 증명해야 합니다. 단순히 행정 명령으로 인해 불이익을 받았다는 주장만으로는 부족할 수 있습니다. 직업 선택의 자유나 강제 근로 금지 원칙은 중요하지만, 공공 복리 및 국가 안전 보장 등을 위해 법률로써 제한될 수 있습니다. 특히 생명과 직결된 의료 분야에서는 이러한 제한의 폭이 더 넓게 인정될 수 있습니다. 집단적인 의사 표현으로서의 사직서 제출과 개인적인 부득이한 사유로 인한 사직은 법적으로 다르게 해석될 수 있습니다. 본 판례에서도 개인 신상 문제로 인한 사직서는 수리된 점이 언급되어 있습니다. 정부의 행정명령이 발령된 경우, 설령 그 명령에 일부 위법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취소되기 전까지는 유효한 효력을 가지는 것이 원칙입니다. 따라서 병원 등 하급 기관은 상급 기관의 유효한 명령을 따라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