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금전문제 · 노동
주식회사 A는 주식회사 F에게 단독주택 인테리어 설계 용역을 제공하고 용역대금 3천만 원을 청구했으나 주식회사 F가 지급하지 않았습니다. 법원은 정식 계약 체결은 인정하지 않았지만, 주식회사 F가 주식회사 A의 설계 작업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도 계약 교섭을 부당하게 파기한 점을 인정하여 주식회사 F가 주식회사 A에게 1천2백만 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습니다.
주식회사 F는 주식회사 A에게 단독주택 신축공사의 인테리어 설계 용역을 의뢰했습니다. 주식회사 A는 2022년 8월 4일부터 2022년 11월 23일까지 약 3개월간 설계 용역을 이행하여 인테리어 설계도서 등을 납품했지만, 주식회사 F는 약정된 용역대금 3천만 원(부가세 별도)을 지급하지 않았습니다. 이에 주식회사 A는 설계용역계약이 체결되었으므로 용역대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하거나, 만약 계약이 체결되지 않았다면 주식회사 F가 원고의 인테리어 설계를 사용했으므로 부당이득을 반환하거나, 계약 교섭을 부당하게 파기했으므로 그에 상응하는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원고와 피고 사이에 인테리어 설계 용역 계약이 체결되었는지 여부와 계약이 없더라도 피고가 원고의 설계 작업을 활용한 것에 대한 부당이득 반환이나 계약 교섭 부당 파기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이 있는지, 그리고 그 손해배상액이 얼마인지가 이 사건의 주요 쟁점입니다.
법원은 원고와 피고 사이에 인테리어 설계용역 계약이 체결되었다는 증거는 부족하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나 피고가 3개월 이상 원고와 인테리어 설계에 대해 지속적으로 협의하고 원고의 작업물을 구체적으로 수정 요청하며 피고의 홍보물에도 사용한 점 등을 종합하여, 피고가 계약 교섭을 부당하게 파기했다고 보아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습니다. 법원은 원고와 피고의 교섭 기간, 원고의 작업 내역, 설계도서 내용, 평균적인 평당 인테리어 설계비용 등을 고려하여 손해배상액을 12,000,000원으로 정했습니다. 이에 따라 피고는 원고에게 12,000,000원과 2022년 11월 25일부터 2024년 12월 17일까지는 연 5%,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이자를 지급해야 합니다. 원고의 나머지 청구는 기각되었으며, 소송비용은 원고가 60%, 피고가 40% 부담하도록 결정되었습니다.
법원은 명시적인 설계 용역 계약의 존재는 인정하지 않았으나, 계약 교섭 과정에서 피고가 원고의 설계 작업물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도 정당한 이유 없이 교섭을 파기함으로써 원고에게 손해를 입혔다고 보아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습니다. 이는 계약 체결 전 단계의 행위라도 상대방에게 손해를 입히면 배상 책임이 발생할 수 있다는 중요한 판결입니다.
이 사건은 계약이 명시적으로 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발생하는 손해배상 책임에 대한 중요한 법리를 보여줍니다. 여기에는 '계약 교섭의 부당 파기로 인한 손해배상' 원칙과 '민사소송법 제202조의2'가 적용되었습니다.
1. 계약 교섭의 부당 파기: 계약이 아직 체결되지 않았더라도, 계약 체결을 위한 교섭 단계에서 한쪽 당사자가 상당한 이유 없이 교섭을 중단하거나 파기하여 상대방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 이는 신의성실의 원칙에 어긋나는 위법한 행위로 보아 불법행위에 해당하고 손해배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피고가 원고와 3개월 이상 인테리어 설계를 협의하고 원고의 구체적인 작업물을 받아 활용했음에도 정당한 이유 없이 최종 계약으로 이어지지 않고 교섭을 중단한 것을 부당한 파기로 인정한 것입니다. 이 경우 손해배상의 범위는 계약이 유효하게 체결되었다면 얻었을 이익(이행이익)이 아니라, 계약 교섭을 믿고 지출한 비용(신뢰이익)을 원칙으로 합니다.
2. 민사소송법 제202조의2 (손해액의 인정): 이 조항은 손해가 발생한 것은 명백하지만 그 손해액을 정확히 증명하기가 어려운 경우, 법원이 변론 전체의 취지와 증거조사의 결과에 기초하여 적절한 손해액을 정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입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원고와 피고의 교섭 기간, 원고가 수행한 작업의 내용과 품질, 제출된 인테리어 설계도서의 완성도, 유사한 인테리어 설계 용역의 평균적인 비용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1천2백만 원을 손해배상액으로 결정했습니다. 이는 손해액을 정확히 계산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법원이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재량으로 손해액을 인정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유사한 문제 상황에 처했을 때는 다음과 같은 점을 참고할 수 있습니다. 첫째, 계약서나 구체적인 업무 지시 서면을 반드시 작성하여 용역 범위, 대금, 지급 시기 등을 명확히 해야 합니다. 구두 합의만으로는 나중에 법적 분쟁 발생 시 계약 존재를 입증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둘째, 계약 체결을 위한 교섭 단계에서 주고받은 모든 의사소통 기록(이메일, 카카오톡 메시지, 회의록 등)을 상세하게 보관해야 합니다. 이는 계약 체결의사나 교섭의 진행 상황, 상대방의 책임 등을 입증하는 중요한 증거가 될 수 있습니다. 셋째, 상대방이 자신의 작업물이나 아이디어를 활용하거나 홍보에 사용하는 경우에는 그 증거를 반드시 확보해야 합니다. 이는 나중에 손해배상 청구 시 작업물 사용 사실을 증명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넷째, 계약 교섭이 부당하게 파기되었다고 판단되는 경우, 그로 인해 발생한 손해(예: 작업에 소요된 시간, 인건비, 지출된 비용, 다른 계약 기회 상실 등)를 구체적으로 증명할 수 있는 자료를 최대한 준비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