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해배상
원고 A는 공인중개사 사무소 소속 중개보조원 D의 중개로 신탁된 부동산을 임대차보증금 1억 원에 임차했지만, 이 계약은 신탁회사의 동의 없이 이루어져 대항력을 인정받지 못했습니다. 결국 원고는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고 부동산을 인도했으며, 중개보조원 D 등은 사기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법원은 임대차 계약에 관여한 피고들에게 공동으로 1억 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또한 공인중개사 E의 공제사업자인 F협회에게도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지만, 원고에게도 신탁등기 확인을 소홀히 한 과실이 있다고 보아 협회의 책임을 80%인 8천만 원으로 제한했습니다.
2017년 9월 11일, 이 사건 부동산은 G과 H의 소유권보존등기와 동시에 K 주식회사로 신탁등기가 완료되었습니다. 신탁원부에는 수탁자인 K의 사전 승낙 없이 임대차 계약을 할 수 없다고 명시되어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원고는 2019년 9월 16일, L공인중개사사무소의 중개보조원 D의 중개로 G으로부터 이 부동산을 임대차보증금 1억 원에 임차했습니다. 이 계약은 신탁회사의 동의 없이 체결되었고, 결국 원고는 2023년 4월 17일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채 부동산을 인도하게 되었습니다. 이후 피고 B와 D은 신탁계약의 중요한 사실을 고지하지 않고 원고를 속여 돈을 편취한 혐의로 사기 유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이에 원고는 임대차보증금 1억 원의 손해를 배상받기 위해 관련자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신탁된 부동산에 대한 임대차 계약의 효력 및 임차인의 대항력 인정 여부, 중개보조원의 기망 행위에 대한 공인중개사의 사용자 책임, 공인중개사협회의 공제계약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 범위, 피해자인 임차인의 과실에 따른 손해배상액 감경(과실상계) 여부, 그리고 손해배상액 산정 시 부당이득에 대한 손익상계 적용 여부가 쟁점이 되었습니다.
법원은 피고 B, C, D, E이 공동하여 원고에게 1억 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2023. 4. 17.부터 2023. 10. 25.까지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2%)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피고 F협회는 이들 피고와 공동하여 위 금액 중 8천만 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2023. 10. 2.부터 2024. 4. 9.까지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2%)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받았습니다. 원고의 피고 F협회에 대한 나머지 2천만 원 청구는 기각되었습니다.
법원은 신탁 부동산에 대해 위탁자가 신탁회사의 동의 없이 임대차 계약을 체결한 경우 임차인이 대항력을 주장할 수 없음을 확인했습니다. 또한 사기적인 임대차 계약으로 인한 임차인의 손해에 대해 사기 행위 가담자들과 해당 중개보조원을 고용한 공인중개사, 그리고 공인중개사협회 모두에게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고 보았습니다. 다만 임차인 본인도 신탁등기를 확인하지 않은 과실이 있다고 판단하여 공인중개사협회의 책임 범위를 80%로 제한했습니다. 이는 부동산 거래 시 관련 서류를 꼼꼼히 확인할 의무가 거래 당사자에게도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이 사건은 여러 법률과 법리들이 복합적으로 적용되었습니다. 먼저, 피고 B, C는 답변서를 제출하지 않아 '민사소송법 제208조 제3항 제2호'에 따른 자백간주 판결을 받았고, 피고 E는 '민사소송법 제208조 제3항 제3호'에 따른 공시송달 판결을 받았습니다. 중개보조원인 피고 D의 기망 행위는 '공인중개사법 제15조 제2항'에 따라 그를 고용한 공인중개사인 피고 E의 행위로 간주되어, 피고 E는 '공인중개사법 제30조 제1항' 또는 '민법 제756조'(사용자 배상책임)에 따라 손해배상 책임을 지게 됩니다. 공인중개사 E가 가입한 공제계약에 따라 피고 F협회도 공제사업자로서 손해배상 책임을 지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재판부는 임차인인 원고가 신탁등기 여부 등을 스스로 조사하고 확인할 책임을 게을리한 부주의를 인정하여, 손해의 공평한 분담을 위해 '과실상계' 법리를 적용하여 피고 F협회의 책임을 80%로 제한했습니다. 이는 대법원 판례(2008다22276, 2012다69654 판결 등)에 따른 것입니다. 또한 피고 협회가 주장한 손익상계에 대해서는 원고가 임대차 종료 후 이사하여 부동산을 사용 수익했다고 보기 어렵고, 부당이득이 중개행위와 인과관계가 없다고 보아 '대법원 95다14664, 14671 판결' 및 '대법원 2008다39949 판결' 등을 근거로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부동산 임대차 계약 시에는 반드시 등기부등본을 확인하여 소유권 관계는 물론, 신탁등기 여부를 꼼꼼히 살펴보아야 합니다. 만약 신탁등기가 되어 있다면 신탁원부를 열람하여 부동산의 실질적인 관리 주체와 임대차 계약 체결 가능 여부, 계약 주체 등을 정확히 확인해야 합니다. 신탁 부동산의 경우 위탁자(기존 소유자)와 임대차 계약을 하더라도 수탁자(신탁회사)의 동의가 없으면 임차인이 대항력을 주장하기 어려워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중개보조원의 위법한 행위는 공인중개사의 책임으로 이어지며, 공인중개사가 가입한 공제보험을 통해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지만, 임차인 본인도 주의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면 손해배상액이 감경될 수 있음을 유의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