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해배상
이 사건은 임대인이 아파트의 누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사업체를 통해 보수 공사를 진행하던 중, 공사업체가 임차인의 물건 보호 조치나 공사 일정 고지 없이 작업을 진행하여 임차인의 주거 생활에 지장을 주고 재산상 손해를 입힌 사안입니다. 임차인은 임대인과 공사업체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였고, 법원은 임대인의 채무불이행 책임을 인정하여 임대인에게 임차인의 재산상 손해 300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습니다. 다만 공사업체에게는 임차인과의 직접적인 계약 관계가 없다는 이유로 책임을 묻지 않았고, 정신적 손해에 대한 위자료 청구도 기각되었습니다.
원고 A는 피고 B기관으로부터 아파트를 임차하여 거주하던 중, 2018년 10월경 아파트 아래층에 누수 신고가 접수되어 관리사무소에 아파트 열쇠를 맡겼습니다. 피고 B기관은 피고 C에 누수 공사를 도급주었고, 피고 C은 2018년 10월 30일부터 약 3주간 공사를 진행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피고 C은 원고 A에게 공사 일정이나 방식을 구체적으로 고지하지 않았고, 원고 A의 가재집기에 비닐덮개를 씌우는 등의 보호 조치 없이 안방과 부엌 바닥 장판을 벗기고 시멘트를 파헤치는 작업을 하여 상당한 분진과 소음을 유발했습니다. 이로 인해 원고 A는 공사 기간 동안 외부에서 식사를 해결하고 모텔에서 숙박하는 등 정상적인 주거 생활이 어려웠으며, 가구와 생활용품 중 다수가 분진으로 뒤덮여 사용이 곤란해지는 재산상 손해를 입게 되었습니다.
임대인이 임대차 목적물의 보존 행위(누수 공사)를 할 때 임차인의 사용·수익을 방해하지 않고, 재산상 피해를 예방할 의무를 다했는지 여부와 도급을 받은 공사업체의 부주의가 임대인의 책임으로 이어지는지 여부, 그리고 이로 인해 발생한 임차인의 재산상 손해 및 정신적 손해(위자료)의 배상 범위가 주요 쟁점이었습니다.
항소심 법원은 제1심판결 중 피고 B기관에 대한 원고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피고 B기관은 원고에게 3,000,000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2019. 2. 27.부터 2020. 12. 9.까지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2%)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원고의 피고 B기관에 대한 나머지 항소(더 많은 금액 및 위자료 청구)와 피고 주식회사 C에 대한 항소는 모두 기각되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임대인 B기관은 임차인 A에게 300만 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게 되었으나, 원고가 청구한 위자료와 공사업체 C에 대한 직접적인 손해배상 청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이는 임대인이 임대차 목적물에 대한 수선 의무를 이행하는 과정에서 임차인의 주거 환경을 보호하고 피해를 최소화할 주의 의무를 다하지 못했다는 점이 인정되었기 때문입니다. 반면 공사업체는 임차인과 직접적인 계약 관계가 없으므로 임대인의 이행보조자에 해당할 뿐 임차인에게 직접적인 손해배상 책임은 없다고 보았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임대인과 임차인의 관계 및 그에 따른 책임이 주로 다루어졌습니다.
민법 제624조(임차인의 인용의무): 임대인이 임대차 목적물의 보존에 필요한 행위를 하는 경우 임차인은 이를 참아 받아들일 의무가 있습니다. 즉, 임대인의 정당한 수리 요청은 임차인이 거부할 수 없다는 의미입니다.
임대인의 목적물 사용·수익 유지 의무: 임대인은 임대차 계약이 존속하는 동안 임차인이 목적물을 사용·수익하는 데 필요한 상태를 유지하게 할 의무가 있습니다. 따라서 임대인이 보존 행위를 할 때에도 임차인의 사용·수익이 제한되는 것을 최소화하고, 그 과정에서 임차인의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주의 의무를 부담합니다. 만약 이러한 의무를 다하지 못해 임차인이 목적물을 제대로 사용·수익할 수 없게 된다면, 임대인은 이로 인한 임차인의 손해를 배상해야 합니다.
민법 제391조(이행보조자의 고의, 과실): 채무자가 이행을 보조하기 위해 타인(이행보조자)을 사용한 경우, 그 타인의 고의나 과실은 채무자 자신의 고의나 과실로 간주됩니다. 이 사건에서 피고 B기관이 누수 공사를 위해 피고 C에 작업을 도급주었으므로, 피고 C은 피고 B기관의 '이행보조자'에 해당하며, 피고 C의 부주의한 공사 방식은 피고 B기관의 채무불이행으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민사소송법 제202조의2(손해액 인정): 손해가 발생한 사실은 인정되지만 그 구체적인 액수를 증명하는 것이 사안의 성질상 매우 어려운 경우에는, 법원이 변론 전체의 취지와 증거조사 결과를 종합하여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금액을 손해배상액으로 정할 수 있습니다. 원고의 재산상 손해액 산정 시 이 원칙이 적용되어 300만 원이 인정되었습니다.
위자료 인정의 한계: 일반적으로 계약상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재산적 손해는 그 배상만으로 정신적 고통이 회복된다고 봅니다. 재산적 손해 배상만으로는 회복될 수 없는 특별한 정신적 고통이 있고 상대방이 이를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경우에만 위자료가 인정될 수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그러한 특별한 사정이 입증되지 않아 위자료 청구가 기각되었습니다.
임대차 주택에서 수리나 보수 공사가 필요한 경우, 임대인은 공사로 인해 임차인의 주거 생활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하고 재산상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충분한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공사 전 임차인에게 공사 일정, 방식, 소요 기간 등을 상세히 고지하고 가재도구 보호를 위한 비닐 덮개 설치 등의 사전 조치를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만약 공사로 인해 피해가 발생했다면, 피해 상황을 사진이나 영상으로 상세히 기록하고, 파손되거나 오염된 물품 목록을 작성하여 증거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한 공사로 인해 불가피하게 발생한 추가 비용(외부 숙박비, 식비 등)에 대한 영수증 등의 증빙 자료도 잘 보관해야 합니다. 재산적 손해 외의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는 특별한 사정이 인정되어야만 받을 수 있으므로, 재산 피해 입증에 집중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임대인이 직접 고용한 공사업체의 과실로 인한 피해는 임대인에게도 책임이 돌아갈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