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경찰의 구조 실패 및 허위 보고서 작성 사건

AI 여객선 침몰 사고 당시 해양경찰의 구조 활동과 관련하여, 대부분의 해양경찰관들은 업무상과실치사 및 치상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 재판부는 급격한 침몰 상황, 해양경찰의 현장 상황 파악 및 통신 한계, 그리고 현장 지휘관의 숙련도 부족 등을 고려할 때 이들에게 형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나 당시 AH해양경찰서장 피고인 C과 AJ함 함장 피고인 K는 사고 초기 퇴선명령이 없었음에도, 감사 및 국회 질의에 대비하고 비난을 피하고자 부하직원에게 허위 내용이 담긴 문건을 작성하도록 지시하고 이를 행사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허위공문서작성 및 허위작성공문서행사 혐의로 유죄가 인정되어 각각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습니다. 피고인 C은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3년, 피고인 K는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습니다.

관련 당사자

• 피고인 C (AH해양경찰서장): AI 침몰 사고 당시 AH해양경찰서장으로서 구조 지휘 및 사고 후 허위 보고서 작성 지시 및 행사 혐의로 기소되었습니다.
• 피고인 K (AJ함 함장): AI 침몰 사고 당시 구조 지휘함 AJ함의 함장으로, 피고인 C의 지시를 받아 허위 보고서 작성을 지시한 혐의로 기소되었습니다.
• 피고인 A (AX), 피고인 B (광역구조본부장), 피고인 D (AZ국장), 피고인 E (BM과장), 피고인 F (BB지방해양경찰청 상황담당관), 피고인 G (CY), 피고인 H (해양경찰청 상황담당관), 피고인 I (BB지방해양경찰청 경비안전과장), 피고인 J (AH해양경찰서 상황담당관): 각각 해양경찰청 중앙, 광역, 지역 구조본부의 장 또는 구성원으로서 AI 침몰 사고 관련 구조 업무를 지휘하거나 보좌할 임무를 가졌던 해양경찰 간부 및 직원들로, 업무상과실치사 및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로 기소되었습니다.
• AL 순경 (AJ함 서무 업무 담당자): 피고인 C과 K의 지시를 받아 허위 내용의 'AH서장 행동사항 및 지시사항' 문건을 작성했습니다.
• AK정장 AT: AI 사고 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한 해경 경비정 AK정의 정장으로 현장지휘관으로 지정되었으며, 다른 판결에서 업무상과실치사죄 등으로 유죄가 확정되었습니다.
• AI 승객 및 선원: 침몰 사고의 피해자와 당시 선박에 탑승했던 사람들로, 사고로 303명이 사망하고 142명이 상해를 입었습니다.

분쟁 상황

2014년 4월 16일, AI 여객선은 승객 476명을 태우고 제주도로 향하던 중 전남 진도군 병풍도 해상에서 급격히 좌현으로 기울어져 침몰했습니다. 이 사고로 승객 303명이 사망하고 142명이 상해를 입는 참사가 발생했습니다. 사고 직후, AI 선원들과 승객들은 구조 요청을 하였고, 해양경찰은 AK정을 비롯한 구조 세력을 현장으로 출동시키고 중앙, 광역, 지역 구조본부를 가동했습니다. 그러나 AI 선장과 선원들은 승객들에게 '선내 대기' 방송을 지속적으로 내보내 퇴선 기회를 박탈했고, 구명조치 없이 먼저 탈출했습니다. 해양경찰 구조본부는 AI와의 교신 및 현장 상황 파악에 어려움을 겪었으며, BWVTS(진도 연안 해상교통관제센터)가 AI와 교신 중이었음에도 그 정보가 다른 구조본부에 제대로 공유되지 못했습니다. 현장 구조 세력인 AK정 및 헬기 등은 주로 선박 밖으로 나온 승객들을 구조하는 데 주력했고, 선내에 남은 다수 승객들에 대한 신속한 퇴선 유도 조치는 미흡했습니다. 사고 이후, 해양경찰의 구조 활동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자, 당시 AH해양경찰서장인 피고인 C과 AJ함 함장인 피고인 K는 자신들에 대한 비난을 피하고 감사원 조사 및 국회 질의에 대비하기 위해 부하직원인 AL 순경에게 실제로는 하지 않았던 '사고 초기 09:05경 퇴선명령을 지시했다'는 허위 내용이 포함된 'AH서장 행동사항 및 지시사항' 문건을 작성하도록 지시했습니다. AL 순경은 처음에는 기록이 없음을 보고했으나, 피고인 K의 반복된 지시와 피고인 C이 건네준 허위 내용의 쪽지를 바탕으로 문건을 수정하여 상황실로 전송했습니다. 이 허위 내용은 피고인 C의 결재를 거쳐 해양경찰청으로 송부되었고, 국회 및 감사원에 제출되었습니다.

핵심 쟁점

1. 해양경찰 지휘부 및 현장 구조 관계자들이 AI 침몰 사고 발생 초기부터 구조 활동에 필요한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아 다수의 사망 및 상해를 초래한 업무상과실이 인정되는지 여부입니다. 2. 피고인 C과 K가 AI 침몰 사고 후 비난을 피하고자 AH해양경찰서장의 초기 퇴선명령 지시 사실을 허위로 기재한 공문서 작성을 지시하고 이를 행사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허위공문서작성 및 허위작성공문서행사 혐의가 인정되는지 여부입니다. 3. 다수인의 과실이 경합하여 발생한 결과에 대해 개별 행위자에게 과실범의 공동정범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 그리고 인과관계가 인정되는지 여부입니다.

법원의 판단

피고인 C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허위공문서작성, 허위작성공문서행사 혐의로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습니다. 업무상과실치사,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는 무죄로 판단되었습니다. 피고인 K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으며, 업무상과실치사,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는 무죄로 판단되었습니다. 피고인 A, B, D, E, F, G, H, I, J은 업무상과실치사, 업무상과실치상 혐의에 대해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

결론

재판부는 피고인 C과 K가 AI 사고 초기 실제로는 퇴선명령을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국민적 비판을 모면하고 국회 질의 및 감사원 조사에 대비하기 위해 부하 직원에게 허위 내용의 문건 작성을 지시하고 이를 결재하여 행사한 직권남용 및 허위공문서 관련 혐의에 대해서는 유죄를 인정했습니다. 그러나 나머지 피고인들을 포함한 해양경찰관들의 업무상과실치사 및 업무상과실치상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이는 AI 선박의 급격한 침몰 속도, 해양경찰이 현장에서 얻을 수 있었던 제한적인 정보, 미비한 통신 체계, 현장 지휘관의 경험 부족 등 여러 복합적인 요인을 고려할 때, 피고인들이 통상적으로 예견 가능한 범위를 넘어선 최선의 조치를 다하지 못한 것을 형사상 과실로 보기는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입니다. 또한 법원은 과실범의 공동정범이 성립하려면 각 행위자의 주의의무 위반이 결과 발생에 본질적으로 기여해야 한다는 엄격한 법리를 적용했습니다.

연관 법령 및 법리

1. 업무상과실치사상 (형법 제268조)​: 본 죄는 업무상 필요한 주의를 게을리하여 사람을 사망이나 상해에 이르게 한 경우에 적용됩니다. 해양경찰관은 경찰관 직무집행법 제5조 제1항 및 수난구호법 등에 따라 해상 조난 사고 시 국민의 생명과 신체를 보호해야 할 직무상 임무를 가집니다. 재판부는 업무상과실을 판단할 때 통상적으로 예견할 수 있었던 사태에 대비하여 주의를 다했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삼았으며, 특수한 상황까지 예견하고 대비할 것을 요구하지는 않았습니다. 또한 과실범의 공동정범이 성립하려면 각 행위자의 주의의무 위반 행위가 결과 발생에 본질적으로 기여했음이 증명되어야 한다는 엄격한 법리가 적용되어 대부분의 피고인들에게 무죄가 선고되었습니다.
2.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형법 제123조)​: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하여 사람으로 하여금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사람의 권리 행사를 방해한 경우에 성립하는 죄입니다. 피고인 C과 K는 서장 및 함장으로서 부하 직원 AL 순경에게 실제로는 없었던 '퇴선명령' 기록을 문건에 포함시키도록 지시함으로써 AL이 법률상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것으로 인정되어 유죄가 선고되었습니다.
3. 허위공문서작성 및 허위작성공문서행사 (형법 제227조, 제229조)​: 공무원이 직무에 관하여 행사할 목적으로 공문서에 허위 사실을 기재하거나, 허위로 작성된 공문서를 행사한 경우에 적용됩니다. 피고인 C이 사고 초기에 퇴선명령을 했다는 허위 내용이 담긴 문건을 작성하도록 지시하고, 이를 결재하여 해양경찰청에 송부하도록 한 행위가 이에 해당하여 유죄로 인정되었습니다.
4. 해사안전법 제43조 제3항: 해양경찰서장은 선장이나 선박 소유자가 해양사고에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거나 적당하지 않다고 인정할 경우 필요한 조치를 명령할 수 있다고 규정합니다. 그러나 퇴선 명령의 필요성, 시기, 방법 등은 원칙적으로 선박 총책임자인 선장의 전문적 판단과 지휘에 따라야 하며, 해양경찰의 명령은 보충적으로 이루어져야 합니다(해사안전법 제45조).
5. 공소사실 특정의 원칙 (형사소송법)​: 공소제기된 범죄의 성격에 비추어 그 공소의 원인이 된 사실을 다른 공소사실과 구별할 수 있을 정도로 그 일시, 장소, 방법, 목적 등을 명확히 적시하여 특정해야 한다는 형사소송법상의 원칙입니다.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 지장이 없으면 공소제기의 효력에는 영향이 없다고 보았습니다.

참고 사항

1. 신속하고 정확한 상황 파악 및 정보 공유의 중요성: 해상 재난 발생 시 초기 교신을 통해 선박의 정확한 상태, 승선 인원, 탈출 준비 상황 등 핵심 정보를 파악하고, 이를 모든 관련 구조 기관과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것이 인명 구조의 성패를 좌우합니다. 2. 명확한 지휘 체계 확립 및 반복 훈련: 대규모 재난 시에는 여러 기관과 인력이 동원되므로, 누가 최종 지휘관인지, 각자의 역할과 책임은 무엇인지 사전에 명확히 설정하고, 실제와 유사한 합동 훈련을 반복하여 현장 대응 능력을 높여야 합니다. 통신 혼선을 방지하기 위한 명확한 통신 프로토콜도 필수입니다. 3. 긴급 상황 시에도 정확한 기록 유지: 긴급한 상황일지라도 모든 업무 기록은 사실에 근거하여 정확하게 작성되어야 합니다. 특히 추후의 감사나 조사를 의식하여 사실과 다른 내용을 지시하거나 기록하는 행위는 직권남용 및 공문서 위변조 등 심각한 법적 책임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4. 선박 내 승객 퇴선 유도 조치의 최우선화: 대형 선박 사고 시 선내에 있는 승객들의 생존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선장과 선원의 책임뿐 아니라, 구조 기관도 선내 방송, 현장 접근을 통한 직접 유도 등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신속한 퇴선 조치를 지휘하고 실행해야 합니다. 5. 공무원의 재량권 행사와 책임의 한계: 재난 대응 과정에서 공무원의 전문적 판단과 재량은 중요하지만, 이는 법령과 직무상 의무의 범위 내에서 이루어져야 합니다. 특히 인명 안전과 직결된 상황에서 현저히 불합리하거나 명백히 잘못된 조치, 또는 권한 불행사는 중대한 법적 책임을 야기할 수 있습니다. 6. 기술 및 장비의 현대화와 확보: 현장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고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영상송출 시스템, 고성능 통신 장비, 선내 진입 및 구조에 필요한 특수 장비 등 필요한 기술과 장비를 충분히 갖추고 정기적으로 점검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