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해배상
이 사건은 피고들이 고율의 수익금을 미끼로 투자금을 모집하고 기존 투자금으로 신규 투자자에게 수익금을 지급하는 이른바 ‘돌려막기’ 방식의 유사수신행위를 하여 원고들에게 손해를 입힌 사건입니다. 법원은 유사수신행위에 직접 가담하거나 이를 용이하게 한 피고들에게 공동불법행위 책임을 인정하여 손해배상을 명령했지만, 단순 업무 수행자나 소멸시효가 완성된 일부 피고들에 대한 청구는 기각했습니다. 특히 형사사건 진행 상황이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권의 소멸시효 기산점에 미치는 영향이 중요한 쟁점이 되었습니다.
이 사건 분쟁은 피고 T이 2015년 2월경부터 주식회사 U, V, W, X, Y를 순차적으로 설립하여, 원금 보장과 고율의 수익금 지급을 약속하며 불특정 다수로부터 투자금을 모집하는 이른바 ‘돌려막기’ 방식의 유사수신행위를 계획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피고 T은 이 유사수신조직의 실질적인 운영자였고, 다른 피고들은 명의상 대표이사, 수석팀장, 지점장, 영업팀장, 마케팅팀 직원 등 다양한 직책으로 근무하며 투자자 유치, 투자상품 설명, 자금 관리 등의 업무를 수행하여 이 불법적인 투자 모집에 적극적으로 가담했습니다. 원고들은 이러한 피고들의 투자 권유를 믿고 2015년 11월 28일경부터 유사수신조직에 투자금을 송금하였으나, 약속된 수익금을 받지 못하고 투자금을 회수하지 못하는 피해를 입게 되었습니다. 결국 피고 T 외 다수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및 유사수신행위의 규제에 관한 법률 위반 등으로 형사 처벌을 받게 되었고, 원고들은 이 사건 공동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하게 되었습니다.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불법 유사수신행위에 직간접적으로 가담한 자들이 공동불법행위자로서 투자자들에게 손해배상책임을 지는가 입니다. 둘째, 유사수신조직 내에서 역할이 상이한 다양한 피고들의 개별적인 책임 여부와 범위입니다. 셋째, 피해자들이 가해자를 알게 된 시점을 기준으로 한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 완성 여부입니다. 특히, 형사사건의 진행이 민사상 소멸시효 기산점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판단이 중요했습니다. 마지막으로, 투자자들의 과실이나 불법행위 가담 정도가 경미하다는 이유로 책임이 제한될 수 있는지에 대한 법리 적용 문제도 다루어졌습니다.
법원은 유사수신조직의 실질적 운영자 및 핵심 가담자들(T, K, L, AA, N, O, R, M, P, Q, S, J)이 원고들에게 공동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진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들은 원고들에게 각 투자피해금에 대하여 2015년 11월 28일부터 2021년 8월 11일까지는 연 5%,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도록 명령했습니다. 다만, 원고 H의 피고 I, J에 대한 청구는 일부만 인용되었습니다.
반면, 피고 AB, AC, V에 대한 원고들의 청구는 원고들이 제1 형사사건의 확정일인 2017년 9월 26일 무렵에는 이들의 불법행위 사실을 구체적으로 인식했음에도 3년의 소멸시효 기간이 지난 2020년 11월 4일에야 소를 제기했으므로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는 이유로 기각되었습니다.
또한, 피고 AD, AE, AF, AI, AJ, AK, AL, AM, AN, AG, AH와 같이 유사수신조직에서 단순 명의를 빌려주거나 반복적인 업무만 수행한 것으로 보이는 자들에 대해서는 공동불법행위에 가담했거나 과실로 방조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피고 M, I, P, Q의 과실상계 또는 책임제한 주장은 고의로 불법행위를 저지른 자가 피해자의 부주의를 이유로 책임을 감해달라고 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으며, 가담 정도가 경미하더라도 피해자에 대한 관계에서는 손해배상액의 일부로 제한할 수 없다는 법리에 따라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법원은 불법적인 유사수신행위에 대한 공동불법행위 책임을 엄중히 인정하면서도, 각 가담자의 역할과 불법행위 사실에 대한 피해자의 인식 시점을 면밀히 따져 소멸시효 적용 여부를 판단했습니다. 이는 불법 금융 사기로 인한 피해자 보호와 동시에 법적 청구권 행사의 시한을 준수해야 함을 강조하는 판결로 볼 수 있습니다. 고의적인 불법행위의 경우 가해자가 피해자의 과실을 주장하여 책임을 감면받을 수 없다는 점 또한 분명히 했습니다.
이 사건에 적용된 주요 법령 및 법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유사수신행위의 규제에 관한 법률: 이 법은 인허가 등을 받지 않고 불특정 다수인으로부터 자금을 조달하는 행위(유사수신행위)를 금지하고 있으며, 이를 위반할 경우 형사처벌의 대상이 됩니다. 법원은 유사수신행위가 공신력 없는 자의 금융질서 교란 및 투자자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므로, 그 위험이 현실화되어 손해가 발생하면 민사상 불법행위가 성립한다고 보았습니다.
민법 제760조 제3항 (공동불법행위): 타인의 불법행위를 용이하게 하는 직접, 간접의 모든 행위는 방조행위에 해당하며, 방조자도 공동불법행위자로서 책임을 집니다. 민사법에서는 과실에 의한 방조도 가능하며, 이때는 불법행위를 돕지 말아야 할 주의의무 위반을 의미합니다. 법원은 유사수신행위에 가담하여 투자를 유인한 행위 또한 공동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다만, 과실에 의한 방조 책임 여부를 판단할 때는 방조행위와 손해 발생 간의 상당인과관계, 예견 가능성, 피해 발생에 끼친 영향, 피해자의 신뢰 형성 기여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합니다.
민법 제766조 제1항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은 피해자나 그 법정대리인이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간 행사하지 않으면 시효로 소멸합니다. 여기서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이란 단순히 손해 발생의 추정이나 의문만으로는 부족하고, 위법한 가해행위의 존재, 손해의 발생, 가해행위와 손해 사이의 인과관계 등 불법행위의 요건사실을 현실적이고도 구체적으로 인식한 날을 의미합니다. 이 사건에서는 형사 판결 확정일이 일부 피고에 대한 소멸시효 기산점이 되었습니다.
공동불법행위자의 과실상계 또는 책임제한 주장의 제한: 피해자의 부주의를 이용하여 고의로 불법행위를 저지른 자는 피해자의 부주의를 이유로 자신의 책임을 감하여 달라고 주장할 수 없는 것이 원칙입니다. 또한 공동불법행위자 중 한 명이 불법행위 가담 정도가 경미하다고 하더라도, 피해자에 대한 관계에서는 그 책임 범위를 제한할 수 없으며, 이는 피고들 사이의 내부적인 구상관계에서 고려될 사항입니다.
고율의 확정 수익을 보장하는 투자는 불법 유사수신행위일 가능성이 매우 높으므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특히 금융위원회 등 인허가 기관에 정식으로 등록된 금융회사가 아닌 곳에서 투자 권유를 한다면 더욱 의심해야 합니다. 투자 전에는 반드시 해당 투자 상품과 회사의 사업 구조, 인허가 여부를 철저히 확인해야 합니다. 만약 불법 유사수신 피해를 입었다고 판단되면, 모든 투자 관련 자료(송금 내역, 계약서, 대화 기록 등)를 확보하고, 관련자들에 대한 형사 고소와 함께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를 신속히 진행해야 합니다.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권에는 소멸시효가 있으므로, 가해자를 구체적으로 알게 된 시점으로부터 3년 이내에 소를 제기해야 합니다. 형사사건의 진행 상황이 민사상 소멸시효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형사 재판 과정을 주시하고 모든 관련 가해자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단순히 명의를 빌려주거나 단순 업무를 수행했더라도 불법행위에 가담했다면 공동불법행위 책임을 질 수 있으며, 고의적인 불법행위 가해자는 피해자의 부주의를 이유로 자신의 책임을 감경받을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