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와 통신사의 망 이용 대가 분담 분쟁 사건

이 사건은 콘텐츠제공사업자(CP)인 넷플릭스가 인터넷서비스제공사업자(ISP)인 SK브로드밴드를 상대로, 자신들이 SK브로드밴드의 국내외 인터넷망을 이용하여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에 대해 협상하거나 망 이용 대가를 지급할 의무가 없음을 확인해달라고 제기한 소송입니다. 법원은 협상의무 부존재 확인 청구는 확인의 이익이 없다고 보아 각하했고, 망 이용 대가 지급채무 부존재 확인 청구는 넷플릭스가 SK브로드밴드에 유상의 역무에 대한 대가를 지급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보아 기각했습니다. 즉, 넷플릭스는 SK브로드밴드의 망 이용에 대한 대가를 지급할 의무가 존재하며, 그 구체적인 방식과 범위는 당사자 간 협상을 통해 정해져야 한다고 판결했습니다.

관련 당사자

• 원고 넷플릭스 인코퍼레이티드: 미국에 본사를 둔 구독형 디지털 비디오 스트리밍 서비스(넷플릭스 서비스)를 제공하는 콘텐츠제공사업자(CP)
• 원고 넷플릭스서비시스코리아 유한회사: 원고 넷플릭스의 한국 계열사로 국내 이용자들에게 넷플릭스 서비스 접속을 제공하는 부가통신사업자
• 피고 에스케이브로드밴드 주식회사: 인터넷 이용자에게 기간통신역무 중 하나인 인터넷접속역무를 제공하고 대가를 받는 기간통신사업자(ISP)

분쟁 상황

넷플릭스는 2016년 1월 국내 서비스 개시 이후, 이용자 증가에 따라 피고 SK브로드밴드의 국제망을 통한 트래픽이 폭증했습니다.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는 2018년 4월 일본 도쿄의 IX(BBIX)에서 상호접속(피어링)에 합의하고, 이후 홍콩의 중립 IDC(Mega-1)에서도 직접 상호접속을 하는 등 망 연결 방식을 변경하고 관련 비용을 일부 분담했습니다. 그러나 SK브로드밴드는 2018년 10월부터 넷플릭스에 국제망 증설 비용 및 망 이용 대가 지급을 요구하기 시작했으며, 2019년 11월에는 방송통신위원회에 넷플릭스를 상대로 망 이용 대가 지급 등을 위한 협상에 성실히 임하라는 재정신청을 했습니다. 이에 넷플릭스는 SK브로드밴드에 대해 협상 의무 및 망 이용 대가 지급 채무가 존재하지 않음을 확인해달라는 이 사건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핵심 쟁점

넷플릭스가 SK브로드밴드의 국내외 인터넷망 운영 및 증설 이용에 대해 협상할 의무가 있는지 여부, 넷플릭스가 SK브로드밴드에 망 이용에 관한 대가를 지급할 채무가 존재하는지 여부, 인터넷 서비스 제공에 있어 콘텐츠제공사업자와 인터넷서비스제공사업자 간 망 이용의 유상성 원칙 적용 여부 및 그 범위.

법원의 판단

1. 이 사건 소 중 협상의무 부존재 확인 청구 부분을 각하한다.
2. 원고들의 나머지(대가 지급채무 부존재 확인) 청구를 기각한다.
3.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결론

법원은 넷플릭스의 협상의무 부존재 확인 청구에 대해, 현재 당사자 간 협상이 완전히 결렬되었다고 볼 수 없어 넷플릭스의 권리나 법률상 지위에 현존하는 불안이 없거나, 설령 불안이 있더라도 대가 지급채무 부존재 확인 청구만으로도 충분히 해소될 수 있어 확인의 이익이 없다고 판단하여 각하했습니다. 대가 지급채무 부존재 확인 청구에 대해서는, SK브로드밴드가 제공하는 망 연결 및 유지 서비스는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상행위이자 유상성이 내포된 기간통신역무이므로, 넷플릭스는 이에 대한 대가를 지급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보았습니다. 다만 그 구체적인 대가의 범위, 지급 방식, 기준 등은 당사자 간 협상을 통해 정해져야 하며, 협상이 완전히 결렬된 상태가 아니므로 법원이 직접 금전 지급을 명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하여 해당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연관 법령 및 법리

1. 국제사법 제31조, 제33조: 부당이득의 준거법 결정에 관한 조항으로, 당사자 간 합의에 따라 대한민국 법을 준거법으로 적용했습니다.
2. 상법 제47조: 상인의 행위는 영업을 위한 것으로 추정되고 상행위는 유상성이 본질적인 속성이므로, SK브로드밴드의 망 운영 및 연결 역무는 유상으로 제공되는 것으로 인정됩니다.
3. 전기통신사업법 제2조 제11호: '기간통신역무'에 인터넷접속 등이 포함되며, 음성·데이터·영상 등의 송수신을 위한 전기통신회선설비 임대 역무도 해당하므로, SK브로드밴드의 서비스는 유상인 기간통신역무에 해당합니다.
4. 전기통신사업법 제45조: 전기통신사업자 간 분쟁 시 방송통신위원회에 재정을 신청할 수 있고(제1항), 재정 절차 중 소가 제기되면 절차가 중지되며(제5항), 재정 내용에 대한 불복 소송이 없거나 당사자가 동의하면 재정 내용과 동일한 합의가 성립된 것으로 간주되는(제7항) 조항으로, 협상의무 부존재 확인 청구 각하의 근거가 됩니다.
5. 확인의 소의 확인의 이익: 권리 또는 법률상의 지위에 현존하는 불안·위험이 있고, 확인 판결이 그 불안·위험을 제거하는 가장 유효·적절한 수단일 때 인정되는 소송 요건입니다. 이 사건에서 넷플릭스의 '협상의무 부존재' 청구는 이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보았습니다.
6. 사적 자치의 원칙 및 채권 포기 관련 법리: 당사자들이 계약 내용을 자유롭게 정할 수 있다는 원칙과 채권 포기는 명시적인 의사표시 또는 엄격한 해석을 통해서만 인정될 수 있다는 법리가 적용되었습니다.

참고 사항

콘텐츠 제공 사업자(CP)와 인터넷 서비스 제공 사업자(ISP) 간의 망 이용 관련 분쟁 시, ISP의 망 연결 및 유지 서비스는 상업적 행위이자 전기통신사업법상 유상 서비스로 간주될 수 있습니다. 인터넷에서의 '전송 무상성' 원칙은 모든 상업적 관계에 보편적으로 적용되는 것은 아니며, 대량의 트래픽을 유발하는 CP는 ISP의 망 증설 및 운영에 대한 일정 부분의 대가 지급 의무를 부담할 수 있습니다. 다만, 대가 지급 방식(금전, 캐시서버 설치 지원, 독점 콘텐츠 제공 등)은 당사자 간의 사적 자치 원칙에 따라 협상을 통해 유연하게 결정될 수 있습니다. 법원은 협상 결렬 이전에 특정 방식의 금전 지급을 강제하기보다는 당사자 간의 합의를 유도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분쟁 해결 과정에서 방송통신위원회 재정 신청과 같은 행정적 절차를 거칠 수 있으나, 법적 소송이 제기되면 행정 절차는 중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