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한국토지주택공사(피고)의 전문직원이었던 원고들이 회사가 개정한 임금피크제 규정이 근로자들에게 불리하게 변경된 취업규칙임에도 적법한 동의 절차를 거치지 않아 무효라고 주장하며 미지급된 임금의 차액을 청구한 사건입니다. 법원은 임금피크제 규정 변경에 대한 전체 직원 과반수의 동의가 적법하게 이루어졌고 계약직 재고용 조항이 불확정적인 내용이었으므로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피고인 한국토지주택공사는 2005년부터 임금피크제를 시행해왔습니다. 2013년 5월 전문직원 임금지급률을 일부 인상한 종전 임금피크제 규정을 시행했으나, 2015년 1월 30일 임금지급률을 전환 1년차 95%, 2년차 이후 퇴직 시까지 70%로 인하하고 전문직원 재고용 조항을 신설하는 내용의 이 사건 임금피크제 규정을 개정했습니다. 이후 2015년 8월 28일 기획재정부 권고안에 따라 임금피크제 개정 규정을 전면 개정하여 임금지급률을 유지하고 재고용 조항을 삭제했습니다. 원고들은 이 두 차례의 규정 변경이 근로자에게 불리한 취업규칙 변경이므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 과반수 동의 절차를 적법하게 거치지 않아 무효라고 주장하며 2015년부터 2017년까지의 미지급 임금 차액을 청구했습니다. 특히 2015년 1월 규정의 동의는 계약직 재고용을 전제로 한 것이었으나 재고용이 무산되어 동의 효력이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사건 임금피크제 규정과 개정 규정이 근로기준법상 취업규칙의 불이익 변경 절차(근로자 과반수 동의)를 적법하게 거쳤는지 여부와 2015년 임금피크제 규정 도입 당시 계약직 재고용 조항이 변경 동의의 전제 조건이었는지 여부가 쟁점이었습니다.
원고들의 피고에 대한 청구를 모두 기각합니다.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합니다.
법원은 임금피크제 규정 변경에 대한 동의 주체는 현재 전문직원뿐만 아니라 장래 전문직원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있는 일반직원 전체라고 보았습니다. 피고는 2015년 1월 임금피크제 규정 도입 시 전문직원 및 일반직원 전체의 과반수 동의를 확보했으며, 2015년 8월 개정 규정 도입 시에도 동일한 절차를 통해 과반수 동의를 얻었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계약직 재고용 근거조항은 확정적인 재고용 의사표시가 아니었고, 재고용을 전제로 한 동의라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임금피크제 규정 변경은 유효하며 원고들의 청구는 이유 없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본 사건은 주로 근로기준법 제94조 제1항 단서에 명시된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시 근로자 과반수 동의 원칙이 핵심 쟁점이었습니다.
근로기준법 제94조 제1항 단서: "사용자는 취업규칙의 작성 또는 변경에 관하여 해당 사업 또는 사업장에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있는 경우에는 그 노동조합의,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없는 경우에는 근로자 과반수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 다만,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는 경우에는 동의를 받아야 한다."
관련 법리 해설: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동의의 주체: 대법원은 취업규칙의 불이익 변경 시 동의를 받아야 하는 근로자 집단을 판단함에 있어, 비록 변경 시점에는 특정 근로자 집단만이 직접적인 불이익을 받더라도 장래에 변경된 취업규칙의 적용이 다른 근로자 집단에게도 예상되는 경우에는 일부 근로자 집단뿐만 아니라 장래 적용이 예상되는 근로자 집단을 포함한 전체 근로자 집단이 동의의 주체가 된다고 봅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전문직원 제도의 특성상 일반직원 누구나 전문직원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있고 임금피크제 적용을 받게 될 수 있으므로, 전문직원뿐만 아니라 피고 소속 일반직원 전체를 동의 주체로 보았습니다.
집단적 의사결정 방식의 동의: 근로자들의 회의 방식에 의한 과반수 동의는 사용자 측의 개입이나 간섭이 배제된 상태에서 근로자 간에 의견을 교환하여 찬반을 집약하는 방식이 허용됩니다. 여기서 사용자 측의 개입·간섭은 근로자들의 자율적이고 집단적인 의사결정을 저해할 정도로 명시 또는 묵시적으로 동의를 강요하는 경우를 의미하며, 단순히 변경될 취업규칙의 내용을 근로자들에게 설명하고 홍보하는 행위는 부당한 개입이나 간섭으로 보지 않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피고가 간담회 개최, 의견 수렴, 노동조합 및 개별 직원의 동의서 취합 등의 절차를 거쳤고, 강압이나 부당한 개입이 있었다고 볼 만한 뚜렷한 증거가 없다고 판단하여 유효한 동의로 인정했습니다.
조건부 동의 여부: 법원은 취업규칙 변경에 대한 동의가 특정 조건을 전제로 한 것인지 여부를 엄격하게 판단합니다. 이 사건에서 전문직원 재고용 근거조항은 '사장이 정하는 바에 따라 계약직으로 채용할 수 있다'는 내용으로, '전문직원 의견 수렴 및 기재부 협의 후 최종 확정 예정'이라는 문구가 개선방안 안내문에 포함되어 있었던 점 등을 고려할 때 확정적인 재고용 의사표시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해당 조항이 무산되었다 하더라도 임금피크제 규정 변경에 대한 동의의 효력이 없어지는 조건부 동의라고 볼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회사의 취업규칙이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될 때에는 반드시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를 받아야 합니다. 이때 동의 주체는 단순히 직접적으로 불이익을 받는 특정 집단에 한정되지 않고, 장래에 변경된 취업규칙의 적용이 예상되는 전체 근로자 집단이 될 수 있습니다. 동의를 받는 과정에서는 사용자 측의 강압이나 부당한 개입·간섭 없이 근로자들의 자율적이고 집단적인 의사결정이 보장되어야 합니다. 단순히 변경 내용을 설명하고 홍보하는 것은 부당한 개입으로 보지 않습니다. 취업규칙 변경 내용에 포함된 특정 조항(예: 재고용, 추가 혜택 등)이 확정적인 약속이 아닌 '할 수 있다'와 같은 재량적 표현을 사용하고 있거나, '향후 협의 후 확정' 등 불확실한 요소가 있다면, 해당 조항의 변경이나 철회가 취업규칙 전체 변경 동의의 효력을 무효화하는 조건이 아니라고 판단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임금피크제와 같이 근로조건에 중대한 변화를 가져오는 제도를 도입하거나 변경할 때는 동의의 주체, 동의 절차의 적법성, 그리고 불확정적인 조항에 대한 해석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