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해배상 · 의료
산모가 유도분만을 받던 중 태아의 심박동수가 불안정하게 여러 차례 감소했음에도 병원 의료진이 질식분만을 강행하여 신생아가 저산소성 뇌병증으로 인한 뇌성마비로 영구적인 장애를 갖게 된 사건입니다. 법원은 의료진이 태아곤란증을 의심할 만한 상황에서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질식분만을 시도한 과실을 인정했습니다. 다만, 출산 직후 응급처치와 설명의무 위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법원은 피고들의 책임을 60%로 제한하여 총 1,590,586,811원 및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산모 C는 2014년 10월부터 피고 병원에서 산전 진찰을 받으며 특별한 이상 소견이 없었습니다. 2015년 7월 1일, C는 유도분만을 위해 피고 병원에 입원했고, 의료진은 자궁수축제인 옥시토신을 투여했습니다. 투여 중 아기(원고 A)의 태아심박동수가 여러 차례 불안정하게 감소하는 양상을 보였습니다. 그럼에도 의료진은 질식분만을 계속 진행했고, 아기는 출생 후 호흡, 울음, 움직임이 없고 태변이 착색된 심각한 상태로 태어났습니다. 이후 다른 병원으로 전원되었으나, 저산소성 허혈성 뇌병증 등으로 인한 뇌성마비 진단을 받고 영구적인 장애를 갖게 되었습니다. 이에 아기와 부모는 피고 병원 측에 의료과실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피고 병원 의료진이 산모 C의 유도분만 과정에서 태아 심박동수 이상 징후(태아곤란증 의심 상황)를 적절히 감지하고 필요한 비수술적 혹은 수술적 조치(응급 제왕절개술 등)를 소홀히 한 과실이 있는지 여부, 원고 A 출산 직후 신생아의 청색증, 호흡 곤란 등 이상 소견에 대해 의료진이 태변 제거 및 산소 공급 등 응급처치를 신속하고 적절하게 시행하지 않은 과실이 있는지 여부, 피고 병원 의료진이 자궁수축제 사용으로 발생 가능한 태아곤란증 등의 위험성에 대해 산모에게 충분히 설명하지 않은 설명의무 위반이 있는지 여부, 의료과실이 인정될 경우, 원고 A에게 발생한 영구적인 장애에 대한 피고들의 손해배상 책임 범위는 어디까지인지
법원은 산모 유도분만 중 태아곤란증 의심 징후를 제대로 대처하지 않아 신생아에게 뇌 손상을 입힌 병원 측의 의료과실을 인정했습니다. 이에 따라 병원 운영 의사와 담당 산부인과 전문의는 신생아에게 발생한 재산상 손해 및 위자료를 포함하여 총 15억 9천만 원 가량을 공동으로 배상할 책임이 있다는 판결이 내려졌습니다.
의료과실 판단 기준 (민법 제750조 불법행위): 의사가 진찰 및 치료 등의 의료행위를 할 때에는 환자의 생명, 신체, 건강을 관리하는 업무의 특성에 비추어 환자의 구체적인 증상이나 상황에 따라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최선의 조치'를 취해야 하는 '주의의무'가 있습니다. 이 주의의무의 수준은 의료행위 당시 '임상의학 분야에서 실천되고 있는 의료행위의 통상적인 수준'을 기준으로 하며, 진료환경 및 의료행위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규범적으로 파악됩니다. 특히 진단은 치료법 선택의 중요한 출발점이므로, 임상의학 분야에서 실천되는 진단 수준 내에서 전문직업인으로서 요구되는 의료상의 윤리, 의학지식, 경험에 기초하여 신중히 환자를 진찰하고 정확히 진단하여 위험 발생을 예견하고 회피하는 데 필요한 최선의 주의의무를 다했는지 따져봐야 합니다 (대법원 2010다55866 판결 등 참조). 이 사건에서는 태아 심박동수 불안정 등 태아곤란증 의심 징후에도 질식분만을 강행한 것이 최선의 주의의무를 다하지 못한 과실로 인정되었습니다. 의료사고 인과관계의 추정 및 입증책임 완화: 의료행위는 고도의 전문적 지식을 요하고 그 과정이 의사만이 알 수 있는 특수성이 있어 환자 측이 의료상의 과실과 손해 발생 간의 인과관계를 의학적으로 완벽하게 입증하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따라서 환자 측이 일반인의 상식에 기초하여 의료상의 과실이 있는 행위를 입증하고, 그 결과와 일련의 의료행위 외에 다른 원인이 개입될 수 없다는 점, 예를 들어 의료행위 이전에 그러한 결과의 원인이 될 건강상 결함이 없었다는 점을 증명하면, 의료기관 측이 결과가 의료상의 과실이 아닌 다른 원인 때문이라는 것을 입증하지 못하는 한, 의료상 과실과 결과 사이의 인과관계를 추정하여 손해배상 책임을 지울 수 있도록 입증책임이 완화됩니다 (대법원 2003다3822 판결 등 참조). 본 사건에서는 출생 전 태아와 산모에게 특이사항이 없었고, 출생 직후 심각한 상태로 다른 병원에 전원된 점 등을 들어 의료진 과실 외 다른 원인 개입 가능성이 없다고 보아 인과관계를 추정했습니다. 사용자 책임 (민법 제756조): 피고 D은 병원을 운영하는 의사이자 피고 병원 의료진의 사용자이므로, 소속 산부인과 전문의 E의 의료과실로 인해 발생한 손해에 대해 사용자로서 연대하여 배상 책임을 부담합니다. 설명의무 (민법 제750조): 의사의 설명의무는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보장하기 위한 것으로, 수술 등 침습적인 의료행위나 중대한 결과 발생 가능성이 있는 의료행위 전에 환자에게 질병의 증상, 치료 및 진단 방법, 예상되는 위험성 등을 설명하여 환자가 해당 의료행위를 받을지 여부를 스스로 선택할 기회를 제공해야 합니다. 다만, 모든 의료과정 전반에 걸쳐 자기결정권 침해가 문제 되는 것이 아니며, 이 사건의 경우 출생 전 태아의 자기결정권이 침해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되었습니다 (대법원 2010다25971 판결 등 참조). 손해배상 범위 및 책임 제한: 의료과실로 인한 손해배상은 일실수입, 치료비, 개호비, 보조구비 등 재산상 손해와 위자료(정신적 손해)를 포함합니다. 법원은 제반 사정(과실 내용과 정도, 결과, 분만 2기 진단의 어려움 등)을 고려하여 피고들의 책임 비율을 60%로 제한했습니다. 지연손해금은 불법행위 발생일로부터 판결 선고일까지 민법상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상 연 12%가 적용됩니다.
태아 심박동수 모니터링의 중요성: 유도분만 시 태아의 심박동수는 생명과 직결되는 중요한 지표입니다. 심박동수가 불안정하거나 반복적으로 감소하는 등 이상 징후가 보인다면 의료진은 그 원인을 정확히 파악하고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진료기록의 정확한 작성 및 보관: 의료분쟁 발생 시 진료기록은 가장 중요한 증거 자료가 됩니다. 태아 심박동수 및 자궁수축 그래프와 같이 중요한 모니터링 기록이 누락되거나 불명확하게 기재되지 않도록 정확하고 상세하게 작성되어야 합니다. 또한 환자 측은 진료기록 사본을 미리 확보해두는 것이 좋습니다. 태아곤란증 의심 시 의료진의 신속한 판단: 태아곤란증이 의심되는 상황에서는 태아의 상태를 면밀히 관찰하고, 비수술적 조치로 호전되지 않을 경우 응급 제왕절개술 등 신속한 분만을 고려해야 합니다. 의료진의 판단 지연은 태아에게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의료사고 인과관계 입증의 어려움: 의료행위는 고도의 전문성을 요구하므로, 환자 측이 의료과실과 손해 발생 사이의 인과관계를 의학적으로 완벽하게 입증하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이 판례처럼 일반인의 상식에 비추어 의료상의 과실이 인정되고, 의료행위 외에 다른 원인이 개입될 가능성이 없다는 점이 증명되면 인과관계가 추정되어 입증 부담이 완화될 수 있습니다. 손해배상 범위의 복합성: 의료사고로 인한 손해배상은 일실수입, 치료비, 개호비, 보조구비 등 재산상 손해와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를 모두 포함합니다. 특히 신생아에게 발생한 영구적인 장애의 경우, 장기간의 개호비와 향후 치료비 등 고액의 손해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