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배상 · 의료
환자 E는 두통으로 D병원에 내원하여 뇌실외 배액술(EVD 삽입술)을 받았습니다. 수술 후 EVD가 빠지는 일이 발생하여 재삽입술을 받았고, 이후 입원 치료 중 패혈성 쇼크로 사망했습니다. 망인의 배우자와 자녀들은 병원 의료진의 과실로 인해 사망에 이르렀다고 주장하며 병원을 운영하는 학교법인 D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환자 E는 2018년 9월 10일 두통으로 D병원에 내원하여 2018년 9월 18일 EVD 삽입술을 받았습니다. 9월 28일 삽입된 EVD가 빠져 다음 날인 9월 29일 재삽입술을 받았고, 10월 4일 패혈성 쇼크로 사망했습니다. 유족들은 병원 의료진이 감염 지침을 위반하고 불필요한 항생제를 투여하여 폐렴을 치료할 수 없는 상태로 만들었으며, 수술 후 감염(뇌염, 폐렴, 패혈증)을 유발하거나 이를 제때 진단하고 치료하지 못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EVD가 여러 차례 빠지도록 방치하고, 감염 위험이 높은 처치실에서 EVD를 교체하여 뇌염에 감염시켰으며, 기관삽관이 지연되어 패혈성 쇼크를 유발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마지막으로 항생제 부작용과 수술 후 요양 방법에 대한 설명의무를 위반했다고도 주장했습니다. 이에 대해 병원 측은 적절한 의료 조치를 취했으며 과실이 없다고 맞섰습니다.
피고 병원 의료진이 항생제 오남용, 감염증 발생, EVD 관리 소홀, 뇌염 감염, 감염증 진단 및 치료 해태, 기관삽관 지연, 설명의무 위반, 요양방법 지도 의무 위반 등의 과실을 범하여 환자 E의 사망에 이르게 했는지 여부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법원은 원고들이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병원 의료진에게 항생제 오남용, 감염증 발생, EVD 관리 소홀, 뇌염 감염, 감염증 진단 및 치료 해태, 기관삽관 지연, 설명의무 및 요양방법 지도 의무 위반 등의 과실이 있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의료진의 과실을 전제로 한 원고들의 손해배상 청구는 이유 없다고 보아 모두 기각했습니다.
의료 과실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의료진에게 진료상 주의의무 위반이 있었고, 그 주의의무 위반이 환자의 손해 발생에 대한 인과관계가 있다는 점이 입증되어야 합니다. 또한, 병원은 의료진의 사용자로서 사용자책임(민법 제756조)을 부담할 수 있습니다. 주의의무 위반에는 진단, 치료, 처치 과정에서의 과실뿐만 아니라 환자에게 의료 행위의 내용, 필요성, 위험성 등을 설명해야 하는 설명의무, 그리고 치료 후 요양 방법에 대해 지도해야 할 요양방법지도의무도 포함됩니다. 이 사건에서는 원고들이 주장한 여러 과실 항목(항생제 오남용, 감염 관리 소홀, EVD 관리 소홀, 감염 진단 및 치료 해태, 기관삽관 지연, 설명의무 및 요양방법지도의무 위반)에 대해 법원이 의학적 기준과 사실조회, 진료기록감정 결과 등을 바탕으로 각각의 주장에 대한 주의의무 위반 및 인과관계를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의료 분쟁에서 의료 과실을 주장하기 위해서는 의료진의 구체적인 주의의무 위반과 그로 인한 손해 발생 사이에 명확한 인과관계를 입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EVD 삽입 후 감염 예방을 위한 항생제 투여의 필요성, 특정 항생제 사용의 타당성, 중환자 관리 및 EVD 이탈 방지 조치(억제대 사용, 진정제 투여), 감염 검사 및 치료 과정, 그리고 산소 공급 및 기관삽관 지연에 대한 일반적인 처치 기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의료진의 과실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즉, 의학적 판단의 재량과 최선을 다했음에도 발생할 수 있는 불가항력적인 상황에 대해 의료 과실을 묻기는 어려울 수 있습니다. 유사한 상황에서는 의료 기록을 철저히 검토하고, 의료분쟁조정중재원이나 의료 전문가의 감정 등을 통해 객관적인 의학적 판단 기준에 비추어 의료 행위의 적절성을 평가할 증거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