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근무 중 사망한 직원의 보험금 지급을 둘러싼 유족 소송

해외 건설 현장에서 근무하던 직원이 뇌수막염과 세균 감염으로 사망하자, 유족인 아내와 아들이 보험회사를 상대로 업무상 재해로 인한 보험금과 회사의 안전배려의무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액을 청구한 사건입니다. 보험회사는 사망을 비업무상 재해로 판단하여 일부 보험금만 지급했으며, 유족들은 사망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추가적인 보험금과 손해배상금을 요구했습니다. 법원은 사망이 업무상 재해로 인정되기 어렵고, 보험금 청구권의 소멸시효도 완성되었으며, 회사의 안전배려의무 위반 증거도 부족하다고 판단하여 유족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관련 당사자

• 원고 A: 사망한 직원 E의 아내이자 미성년 아들 B의 법정대리인
• 원고 B: 사망한 직원 E의 아들
• 피고 C 주식회사: 사망한 직원 E가 근무하던 회사의 해외 근로자 보험 계약을 체결한 보험회사
• 피고보조참가인 주식회사 D: 사망한 직원 E가 근무했던 회사

분쟁 상황

사망한 직원 E는 2012년 11월 23일 D 회사에 입사하여 리비아 발전소 현장에서 자재관리 업무를 수행했습니다. 2013년 11월 8일 두통, 설사, 편마비 증상으로 입원하여 치료를 받았으나 증상이 악화되어 2013년 12월 3일 뇌수막염 및 세균 감염으로 사망했습니다. 보험회사인 C는 사망을 비업무상 재해로 보고 비업무상 재해 확장담보 특별약관에 따라 약 1억 1,500만 원의 보험금을 산정했습니다. 이 중 유족보상비 2,637만여 원과 장의비 237만여 원을 합한 2,874만여 원은 유족에게 지급하고 나머지는 회사가 선지급한 치료비 등에 충당하기로 합의했습니다. 유족들은 2014년 10월 28일 이 보험금과 별도의 단체보험금 8,000만 원을 합하여 총 1억 8백여만 원을 수령했으며, 추가 청구하지 않겠다는 확약서와 민·형사상 일체의 청구권을 포기한다는 합의서도 작성했습니다. 그러나 유족들은 망인의 사망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므로, 피고가 재해보상책임 추가특별약관에 따라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유족보상금(평균임금의 1,300일분) 및 장례비(평균임금의 120일분) 총 2억 8천만여 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기존에 받은 금액과의 차액인 2억 5천만여 원과 지연손해금을 청구했습니다. 또한, 회사의 안전배려의무 위반으로 인한 손해배상액 중 일부도 보험사가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핵심 쟁점

1. 해외 근무 중 발생한 뇌수막염 및 세균 감염으로 인한 사망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는지 여부
2. 회사가 근로자에 대한 안전배려의무를 위반하여 사망에 이르게 했는지 여부
3. 보험금 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완성되어 유족의 청구가 받아들여질 수 없는지 여부

법원의 판단

법원은 사망한 직원 E의 뇌수막염 발생 지역과 시기, 집단 발병 여부 등을 종합할 때 업무와 사망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유족들이 보험금 청구 소송을 제기한 시점이 사망일로부터 2년이 지난 후이므로, 구 상법 제662조에 따라 보험금 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고 판단했습니다. 아울러 회사의 안전배려의무 위반을 인정할 증거도 부족하다고 보아 원고들의 모든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결론

법원은 해외 근무 중 발생한 직원의 사망을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지 않았고, 보험금 청구권의 소멸시효도 지났다고 보아 유족의 보험금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연관 법령 및 법리

1. 근로기준법 제78조 (요양보상)​: 근로기준법은 근로자가 업무상 부상 또는 질병에 걸린 경우에 회사가 요양보상, 휴업보상, 장해 보상, 유족보상, 장례비 등을 지급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업무상 재해'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근로자의 업무와 재해 발생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어야 합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망인의 뇌수막염이 발생한 지역이 질병의 주요 유행 지역이 아니고, 발생 시기도 유행 시기와 다르며, 다른 근로자에게 집단 발병 사례도 없다는 점 등을 들어 업무와의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2. 구 상법 제662조 (소멸시효)​: 2014년 3월 11일 법률 개정 이전의 상법 제662조는 보험금 청구권은 2년간 행사하지 아니하면 시효로 소멸한다고 규정하고 있었습니다. 보험 계약에 따른 보험금 청구권은 보험사고가 발생한 때부터 소멸시효가 진행됩니다. 이 사건의 경우 망인의 사망일(2013년 12월 3일)로부터 2년이 지난 시점(2017년)에 소송이 제기되었으므로, 법원은 보험금 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이미 완성되어 유족의 청구가 받아들여질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3. 사용자배상책임 특별약관 및 안전배려의무: 이 사건 보험 계약에는 '사용자배상책임 특별약관'이 포함되어 있어, 회사가 재해보상 관련 법령에 따른 재해보상금액을 초과하여 법률상 손해배상 책임을 부담할 경우 보험회사가 이를 보상하도록 되어 있었습니다. 회사는 근로자에게 안전한 작업 환경을 제공하고 재해를 예방할 '안전배려의무'를 가집니다. 만약 회사가 이 의무를 위반하여 근로자에게 손해가 발생하면 민법상 불법행위 또는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회사의 안전배려의무 위반을 인정할 만한 구체적인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되었습니다.

참고 사항

1. 해외 근무 중 발생한 질병이나 사고가 업무상 재해로 인정받으려면 업무와 질병 발생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음을 객관적이고 구체적인 증거로 입증해야 합니다. 단순히 해외 근무 중 발생했다는 사실만으로는 업무상 재해로 인정받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이 사례에서는 뇌수막염의 지역적 특성, 유행 시기, 현장 내 다른 근로자의 발병 여부 등이 중요한 판단 근거가 되었습니다.
2. 보험금 청구권은 보험사고 발생일로부터 상법에서 정한 기간(구 상법에서는 2년) 내에 행사해야 합니다. 이 기간이 지나면 소멸시효가 완성되어 보험금을 청구할 권리를 잃을 수 있으므로, 보험사고 발생 시 지체 없이 보험사에 알리고 청구 절차를 진행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3. 보험금을 지급받으면서 회사나 보험사와 '추가 청구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확약서나 합의서를 작성할 때는 그 내용과 법적 효력을 신중하게 검토해야 합니다. 업무상 재해 여부에 대한 판단이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성급하게 합의하면 추후 권리 행사에 제약이 있을 수 있습니다.
4. 회사가 근로자에게 안전한 근무 환경을 제공할 의무(안전배려의무)를 위반했음을 주장하는 경우, 회사의 구체적인 위반 행위와 그로 인해 근로자에게 발생한 손해 사이의 인과관계를 명확히 입증할 증거를 확보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