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회사의 우회적 리베이트 제공으로 인한 의료인의 의료법 위반 판결

이 사건은 제약회사 R이 의약품 판매 촉진을 위해 의료전문지 S 등을 통해 의료인들에게 자문료, 좌담회 참가비, 해외학회 지원비, 임상연구비 등의 명목으로 경제적 이익을 제공하고, 이를 수수한 의료인들이 의료법을 위반했다는 혐의로 기소된 사건입니다. 13명의 피고인 의료인 중 일부는 원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으나, 항소심에서 일부 혐의에 대해 유죄로 인정되거나 형량이 확정되었습니다. 법원은 제약회사가 의료전문지를 통해 우회적으로 경제적 이익을 제공했더라도 그 목적이 의약품 판매 촉진에 있고, 의료인들이 이러한 사실을 미필적으로라도 인식했다면 의료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관련 당사자

• 피고인 의료인들 (A, C, D, E, F, G, H, I, J, K, L, M, N): 대학병원 및 의료기관에서 근무하는 신경과, 안과, 소아청소년과,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및 과장 등으로, 제약회사 R로부터 직간접적으로 경제적 이익을 수수한 혐의를 받았습니다.
• R 주식회사: 의약품 제조업체로, 자사 의약품의 판매 촉진을 위해 의료인들에게 경제적 이익을 제공한 주체입니다.
• S, T 유한회사, 주식회사 AT, AR: R 주식회사와 광고 계약을 맺고, R의 의약품 판매 촉진 프로그램을 대행하여 의료인들에게 자문료, 좌담회 참가비, 해외학회 지원비, 임상연구비 등을 지급한 의료전문지 및 관련 회사들입니다.

분쟁 상황

제약회사 R은 2010년 '리베이트 쌍벌제' 시행으로 의료인들에게 직접 경제적 이익을 제공하기 어려워지자, 새로운 영업 방식을 모색했습니다. R는 의료전문지 S 등과 광고 계약을 맺고, 광고비를 사용하여 의료전문지가 의료인들을 대상으로 자문, 좌담회, 임상연구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하도록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의료전문지는 프로그램 진행 비용을 R로부터 받은 광고비에서 차감하고, 의료인들에게 자문료, 좌담회 참가비, 해외학회 지원비, 임상연구비 등의 명목으로 금전을 지급했습니다. R는 의료전문지를 통해 의료인에게 금전을 제공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었으며, 행사의 결과물(기사, 자문 내용, 보고서 등)에 대해서는 큰 관심을 두지 않았습니다. 피고인 의료인들은 대부분 R의 의약품을 취급해왔던 의료인들로, R의 영업사원 또는 의료전문지 직원의 제안을 받아 이러한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금전을 수수했습니다. 문제는 이들이 수수한 금전이 외견상 합법적인 자문료 등으로 보였지만, 그 실질이 R의 의약품 판매 촉진을 위한 리베이트였으며, 의료인들이 이를 인식했는지 여부였습니다.

핵심 쟁점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제약회사 R이 의료전문지를 통해 의료인들에게 제공한 자문료, 좌담회 참가비, 해외학회 지원비, 임상연구비 등의 금전이 의료법이 금지하는 '의약품 채택·처방유도 등 판매촉진을 목적으로 제공되는 경제적 이익'에 해당하는지 여부.
2. 피고인 의료인들이 위 금전을 지급받을 당시, 그것이 R로부터 판매 촉진 목적으로 제공되는 '리베이트'라는 사실을 인식하였는지 여부 (미필적 고의 포함).

법원의 판단

법원은 각 피고인의 구체적인 금전 수수 경위와 인식 정도에 따라 다른 판단을 내렸습니다. 주요 판결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 피고인 A, D, H: 원심의 무죄 판결이 유지되었습니다. 검사의 항소가 기각되었는데, 이들은 제약회사의 판매 촉진 목적이나 우회적인 금전 제공 사실을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하기 어렵다고 보였습니다.
• 피고인 C: 자문료 명목으로 12,433,000원을 수수한 혐의에 대해 원심 무죄를 파기하고, 벌금 500만 원과 추징 12,433,000원을 선고했습니다. 피고인이 연구비 재원 마련을 위해 R 직원으로부터 S를 통한 자문료 지급 제안을 받은 경위와 S에 자문을 해주지 않은 점 등이 고려되었습니다.
• 피고인 E: 자문료 명목으로 11,485,000원을 수수한 혐의에 대해 원심 무죄를 파기하고, 벌금 500만 원과 추징 11,485,000원을 선고했습니다. 좌담회 참가비 명목 부분은 무죄 판결이 유지되었습니다.
• 피고인 F: 자문료 명목으로 7,652,000원을 수수한 혐의에 대해 원심 무죄를 파기하고, 벌금 300만 원과 추징 7,652,000원을 선고했습니다. 피고인이 자문료 출처를 R로 인식하고 있었으며 실제 자문을 해준 사실이 없는 점이 고려되었습니다.
• 피고인 G: 원심의 유죄 판결(구체적인 형량은 본문 미기재)이 유지되었습니다. 피고인의 항소가 기각되었습니다.
• 피고인 I: 자문료 명목으로 15,303,000원을 수수한 혐의에 대해 원심 무죄를 파기하고, 벌금 700만 원과 추징 15,303,000원을 선고했습니다. 피고인이 R 직원을 통해 자문계약서를 작성하고 R가 실질적인 주체임을 알고 있었다고 판단했습니다.
• 피고인 J: 자문료 명목으로 2,869,500원 및 임상연구비 명목으로 4,781,500원을 수수한 혐의에 대해 원심 무죄를 파기하고, 벌금 300만 원과 추징 7,651,000원을 선고했습니다. 좌담회 참가비 명목 부분은 무죄 판결이 유지되었습니다.
• 피고인 K: 원심 판결(벌금 30만 원 및 추징 50만 원)이 유지되었습니다. 피고인과 검사의 항소가 모두 기각되었습니다.
• 피고인 L: 자문료 명목으로 24,040,000원 및 좌담회 참가비 명목으로 1,956,000원을 수수한 혐의에 대해 원심 무죄 및 유죄 부분을 모두 파기하고, 벌금 1,000만 원과 추징 25,996,000원을 선고했습니다.
• 피고인 M: 원심 판결(벌금 50만 원 및 추징 978,000원)이 유지되었습니다. 피고인과 검사의 항소가 모두 기각되었습니다.
• 피고인 N: 자문료 명목으로 4,782,500원 및 좌담회 참가비 명목으로 80만 원을 수수한 혐의에 대해 원심 무죄 및 유죄 부분을 모두 파기하고, 벌금 200만 원과 추징 5,582,500원을 선고했습니다. 법원은 '리베이트 쌍벌제' 시행 이후 제약업체의 금품 제공 위법성을 의료인들이 충분히 인식할 수 있는 지위에 있었다고 보았으며, 의료전문지 등을 통한 우회적인 금전 제공도 판매 촉진 목적이 있다면 위법하다고 판단했습니다.

결론

결론적으로, 이 판결은 제약회사가 의약품 판매 촉진을 위해 의료전문지 등을 통한 우회적인 방식으로 의료인에게 경제적 이익을 제공하는 행위가 의료법 위반에 해당하며, 의료인 또한 이러한 사실을 미필적으로라도 인식하고 수수했다면 처벌 대상이 된다는 점을 명확히 했습니다. 특히 '리베이트 쌍벌제' 시행 이후 의료인에게는 제약업체의 금품 제공 행위의 위법성을 인식할 책임이 더욱 강조됩니다. 법원은 실제 자문이나 연구 활동 여부보다 금전 제공의 '판매 촉진 목적'과 의료인의 '인식' 여부를 중요한 판단 기준으로 삼았습니다.

참고 사항

의료인과 제약회사 간의 관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유사 문제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다음 사항들을 유의해야 합니다.

• 경제적 이익의 출처 확인: 자문료, 강연료, 연구비 등 명목으로 금전을 지급받을 때, 그 실제 출처가 제약회사이며 판매 촉진 목적이 있는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중간에 의료전문지 등 다른 기관이 개입되어 있더라도 실질적인 의사결정권과 자금원이 제약회사라면 리베이트로 간주될 수 있습니다.
• 대가성 활동의 실질적 내용: 지급받는 금전에 상응하는 실질적인 자문, 연구, 강연 등의 활동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형식적인 계약만 있고 실제 활동이 없거나, 활동의 내용이 제약회사의 의약품 판매와 직접적으로 연관되는 경우 문제가 될 소지가 큽니다.
• 관계 법령 및 지침 숙지: 의료법 및 약사법의 리베이트 관련 조항, 그리고 보건복지부 고시 등 관련 지침의 내용을 정확히 숙지하여 허용되는 경제적 이익의 범위와 조건을 명확히 이해해야 합니다. 특히 '리베이트 쌍벌제' 이후에는 의료인에게도 법규 위반에 대한 책임이 엄격히 적용됩니다.
• 위법성 인식의 중요성: 설령 제약회사 직원이 '문제없다'고 하더라도, 의료인 스스로 금전 수수 행위의 위법 가능성을 신중하게 판단하고 의심스러운 상황에서는 참여하지 않아야 합니다. 특히 통상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연구비 등이 개인 계좌로 지급되거나, 계약서 내용이 모호한 경우 더욱 주의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