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이 사건은 환자가 병원 진료 중 식물인간 상태가 된 후, 가족들이 연명치료 중단 소송을 제기하여 인공호흡기 제거 판결을 받아 실행했음에도, 환자가 한동안 생존하다 사망하자 병원이 미납 진료비를 청구한 사안입니다. 법원은 의료진의 설명의무 위반이나 의료과실은 인정하지 않았으나, 연대보증인과 상속인들에게 미납 진료비 중 일부를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다만 선택진료 해지 기간 동안의 선택진료비는 공제되었습니다.
2008년 2월 16일, 소외 1은 폐렴 의심으로 연세대학교 세브란스병원에 입원하며 병원과 의료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이때 피고 4(소외 1의 자녀)는 보호자로, 피고 5(사위)는 연대보증인으로 진료비 지급을 약정했습니다. 2008년 2월 18일, 기관지내시경 검사 중 과다 출혈로 심정지가 발생하여 소외 1은 저산소성 뇌손상으로 지속적 식물인간 상태가 되었습니다. 이후 소외 1(피고 4가 특별대리인)과 자녀들은 2008년 6월 2일 병원을 상대로 연명치료 중단 소송을 제기하여, 2009년 5월 21일 대법원에서 인공호흡기를 제거하라는 판결이 확정되었습니다. 2009년 6월 23일 인공호흡기가 제거되었으나 소외 1은 2010년 1월 10일까지 생존하다 사망했습니다. 이에 병원은 2008년 2월 16일부터 2010년 1월 10일까지의 미납 진료비 86,969,850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고, 피고들은 의료과실, 설명의무 위반, 과잉진료, 의료계약 해지 등을 주장하며 진료비 청구를 다투었습니다.
환자 치료 중 발생한 의료과실 및 설명의무 위반으로 인한 진료비 청구 가능성, 연명치료 중단 판결 확정 이후의 진료비 청구 범위, 의료계약 해지 시점 및 범위, 선택진료비 및 상급병실 사용료 등 특정 진료비 공제 여부가 주요 쟁점이었습니다.
재판부는 제1심 판결을 변경하여, 피고 4와 피고 5는 연대하여 86,437,255원을 지급하고, 피고 1, 피고 2, 피고 3은 피고 4, 피고 5와 연대하여 위 금액 중 각 21,609,313원과 각 이에 대해 2014년 3월 5일부터 2015년 1월 23일까지는 연 5%,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20%의 이자를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총 소송비용은 피고들이 부담하며, 위 금액에 대해서는 가집행할 수 있습니다.
법원은 병원 의료진의 기관지내시경 검사 시술상 과실이나 응급처치 미숙 등은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선택진료의무 위반과 설명의무 위반으로 위자료가 인정되었지만, 이것이 진료채무 불이행으로 진료비 청구를 완전히 배제할 정도는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의료계약 해지는 대법원의 연명치료 중단 판결이 확정된 2009년 5월 21일부터 효력이 발생하며, 이는 인공호흡기 제거에 한정되고 다른 생명 유지 치료 및 병실 사용에 대한 계약은 유지된다고 보았습니다. 이에 따라 병원이 자체 공제한 선택진료비 외에, 환자 측이 선택진료를 해지했다가 다시 신청한 기간 동안 발생한 선택진료비 498,195원은 공제되었습니다. 결론적으로 병원의 진료비 청구는 일부 인용되었습니다.
의사가 환자에게 부담하는 진료채무는 질병 치료의 결과 달성을 약속하는 '결과채무'가 아니라, 의학 수준에 맞춰 적절한 진료 조치를 다하는 '수단채무'입니다. 따라서 의사가 선량한 관리자로서 주의의무를 다했다면 질병이 치료되지 않아도 진료비를 청구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의사의 주의의무 위반으로 환자의 신체 기능이 회복 불가능하게 손상되고 그 이후 후유증 치유 또는 악화 방지 치료만 이루어졌다면, 병원은 그 수술비나 치료비를 청구할 수 없다는 것이 대법원 판례(대법원 1993. 7. 27. 선고 92다15031 판결)의 입장입니다. 본 사례에서는 설명의무 위반은 인정되었으나 의료적 침습 과정에서의 의사의 주의의무 위반과 동일시할 정도는 아니라고 보아, 진료비 청구권이 유지되었습니다. 또한, 의료계약 해지의 의사표시 효력 발생 시점은 법원의 최종 판결 확정 시점으로 보았으며, 해지되는 진료행위의 범위는 '인공호흡기 부착'에 한정된다고 판단했습니다. 환자의 사망 시 자녀들은 상속 지분 비율(각 1/4)에 따라 망인의 권리·의무를 포괄 승계하게 되므로, 미납 진료비에 대한 책임도 상속 지분만큼 부담하게 됩니다.
의료 계약 시 진료비 보증인 또는 연대보증인으로 서명할 경우, 주된 채무자와 동일한 책임을 지게 되므로 신중해야 합니다. 의료진의 설명의무 위반이 인정되더라도 이것이 반드시 모든 진료비 청구를 무효화하는 것은 아니며, 별도의 손해배상(위자료) 책임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연명치료 중단과 관련된 대법원 판례는 환자의 자기결정권과 최선의 이익을 존중하지만, 계약 해지의 범위는 연명치료 중단이 결정된 특정 의료행위에 한정될 수 있습니다. 의료진의 명백한 의료과실이 입증되지 않는 한, 치료비 청구를 전면적으로 거부하기는 어렵다는 점을 유의해야 합니다. 선택진료 해지를 원하는 경우 명확한 의사표시와 함께 관련 절차를 밟아야 하며, 문서화된 기록을 남기는 것이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