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해배상 · 의료
사망한 망 O의 자녀들이 피고 병원의 의료진이 입원 중이던 망인의 욕창을 소홀히 관리하여 악화시켰다고 주장하며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원고들은 병원 의료진이 욕창 악화 보고를 늦게 하고 적절한 치료 조치를 취하지 않아 욕창이 심해졌다고 보았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병원 의료진이 환자의 욕창 관리를 위해 최선을 다했으며, 환자의 고령, 기저질환 등 복합적 요인으로 욕창이 악화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는 점을 고려하여 의료 과실이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원고들의 손해배상 청구는 모두 기각되었습니다.
망 O(당시 84세)는 뇌경색증, 알츠하이머 치매 등 기저질환을 앓고 있었으며 의식 수준이 혼미한 와상(bed ridden) 상태였습니다. 2023년 4월 6일 심한 혈뇨로 피고 병원 응급실에 내원하여 입원했으며, 입원 전부터 꼬리뼈 부위에 2단계 욕창이 있었습니다. 피고 병원 의료진은 입원 초기 욕창의 존재를 확인했으나, 입원 기간인 2023년 4월 6일부터 4월 21일 사이에 욕창은 2단계에서 '분류불가능 단계', '심부조직손상이 의심되는 단계' 등으로 악화되었고, 크기도 4㎝×1㎝에서 7㎝×7㎝로 커지는 등 상태가 나빠졌습니다. 원고들은 피고 병원 의료진이 욕창 악화 사실을 담당 의사에게 신속히 보고하지 않고, 성형외과 협진 의뢰 후 회신을 확인하지 않은 채 망인을 퇴원시켰으며, 괴사조직제거술 등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아 욕창이 악화되었다고 주장하며 치료비, 간병비, 위자료를 포함한 총 9,758,816원 상당의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피고 측은 의료진이 입원 기간 동안 욕창 치료 관련 처치를 하루도 빠짐없이 처방하고 체위 변경, 영양 공급, 드레싱 등 적절한 관리를 최선을 다해 수행했으며, 욕창 악화는 환자의 고령 및 기저질환 등 통제하기 어려운 요인 때문이라고 반박했습니다.
피고 병원 의료진이 입원 중인 망인의 욕창 악화를 방지하기 위한 주기적인 기본 관리 및 지속적인 감시 관찰 의무를 소홀히 한 의료 과실이 있는지 여부.
원고들의 피고에 대한 청구를 모두 기각하고,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법원은 피고 병원 의료진이 망인의 욕창 관리에 대해 주의의무를 위반한 과실이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병원 의료진은 성형외과에 협진을 의뢰하고 이틀에 한 번 드레싱 처치를 꾸준히 시행했습니다. 또한, 망인의 1차적인 치료 목표가 혈뇨 치료였던 점, 2시간 단위 주기적 체위 변경, 영양 공급 등 욕창 관리를 위한 조치들이 적절하게 이루어졌다는 진료기록감정촉탁 결과가 있었습니다. 환자의 고령(만 84세), 당뇨, 고혈압 등 기저질환, 의사소통 불가능, 전신 건강상태 악화 등의 복합적인 요인이 욕창 악화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인정되었습니다. 결론적으로 의료진의 의료 행위가 당시 의료 수준에 비추어 최선을 다한 것으로 보이며,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났다고 보기 어려워 의료 과실을 인정할 수 없으므로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의료 과실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다음과 같은 법령과 법리를 적용했습니다.
1. 의사의 주의의무 및 의료 행위의 수준: 의사는 환자의 생명, 신체, 건강을 관리하는 업무의 특성상 환자의 구체적인 증상이나 상황에 따라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요구되는 '최선의 조치'를 다할 주의의무가 있습니다. 이때 의사의 주의의무 위반 여부는 의료 행위 당시 의료기관 등 임상의학 분야에서 실천되고 있는 의료 행위의 수준, 즉 통상적인 의사에게 알려져 있고 시인되는 '의학 상식'을 기준으로 판단합니다(대법원 2004. 10. 28. 선고 2002다45185 판결 등). 이 사건에서 법원은 피고 병원 의료진이 망인의 혈뇨 치료를 1차 목표로 하면서도 욕창 관리를 위해 체위 변경, 영양 공급, 드레싱 등의 조치를 시행한 것이 당시 의료 수준에 비추어 부적절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2. 의사의 진료 방법 선택의 재량: 의사는 진료를 행함에 있어 환자의 상황, 의료 수준, 그리고 자신의 지식과 경험에 따라 적절하다고 판단되는 진료 방법을 선택할 상당한 범위의 재량을 가집니다. 선택된 진료 방법이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 한, 진료 결과만을 놓고 특정 조치만이 정당하고 다른 조치를 취한 것이 과실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대법원 2007. 5. 31. 선고 2005다5867 판결 등). 이 사건에서 망인의 욕창 크기가 커지고 가피가 발견된 상황에서도 괴사조직제거술 대신 드레싱 치료를 시행할지 여부는 의사의 재량에 달린 문제로 보았고, 감정의 역시 환자의 건강상태 악화로 수술적 치료가 신중해야 한다는 소견을 밝혔습니다.
3. 불법행위책임 및 채무불이행책임: 원고들은 피고 병원 의료진의 과실로 인해 손해가 발생했다며 민법상 불법행위책임(민법 제750조) 또는 진료계약상 채무불이행책임(민법 제390조)을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의료진의 의료 과실 자체가 인정되지 않으므로, 이를 전제로 하는 피고 병원의 손해배상 책임 역시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여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4. 욕창 관리의 의학적 지식 및 실제 적용: 판례는 욕창이 신체 뼈 돌출부에 만성적 압력으로 혈액순환 문제가 생겨 피부 조직 손상 및 괴사가 발생하는 궤양임을 설명하며, 욕창의 단계별 분류(미국 NPUAP)와 발생 위험인자(마찰, 응전력, 기동성, 습한 정도, 마비 유무, 감각, 영양상태, 기저질환, 의식 유무 등)를 제시했습니다. 법원은 피고 병원 의료진이 망인에게 2시간 단위 체위 변경, 영양집중지원팀 협진을 통한 완전비경구영양(TPN) 공급, 이틀에 한 번 드레싱, 1~2일 주기 기저귀 교환 등 욕창 관리를 위한 다양한 조치를 시행했고, 이는 2단계 욕창 관리에 적절했다는 감정의의 소견을 받아들였습니다.
고령의 환자나 뇌경색증, 치매, 당뇨, 고혈압 등 기저질환이 있는 환자는 욕창 발생 및 악화 위험이 매우 높으므로 더욱 세심하고 지속적인 관찰이 필요합니다. 의료 행위에 대한 과실 여부는 해당 의료 행위가 이루어질 당시의 의료기관 및 임상의학 분야에서 일반적으로 인정되는 의료 수준을 기준으로 판단됩니다. 환자의 상태가 악화되더라도, 의사는 환자의 전반적인 건강 상태, 다른 중증 질환의 치료 우선순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치료 방법을 선택하는 데 상당한 재량권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 의료 기록은 의료 분쟁 발생 시 환자의 상태 변화와 의료진의 조치를 증명하는 중요한 자료가 되므로, 모든 의료 행위와 관찰 내용을 상세하고 정확하게 기록하고 보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환자 보호자는 환자 상태 변화에 대해 의료진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궁금한 점이나 우려 사항을 명확히 전달하여 의료 기록에 남도록 하는 것이 분쟁 발생 시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욕창 관리에는 주기적인 체위 변경, 적절한 영양 공급, 피부 상태 관찰 및 드레싱, 위생 관리 등 다양한 조치가 복합적으로 필요하며, 이 중 어느 한 가지만으로 과실을 단정하기보다는 전체적인 관리의 적절성을 종합적으로 살펴봐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