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해배상
원고들이 피고로부터 납품받은 선별기 엔진의 하자로 인해 손해배상을 청구했으나, 이미 동일한 엔진 대금 지급에 관한 조정이 성립된 바 있어 이전 조정의 기판력에 반한다는 이유로 원고들의 청구가 기각된 사건입니다.
원고 A와 B는 'D'라는 사업체를 공동 경영하며 선별기 등을 생산했습니다. 2010년 3월경, 원고들은 E과 선별기 국내외 영업 및 판매에 관한 독점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원고들은 이 계약 유지를 위해 E의 소개로 알게 된 피고로부터 선별기 제작에 필요한 중고 엔진을 납품받았습니다. 2015년 5월 30일경, 원고들은 E으로부터 납품된 선별기 엔진 부위에 하자가 있다는 확인서를 받았고, 2017년 8월 11일경에는 엔진 하자 선별기 5대에 대한 변상금 미화 20만 달러를 지급하라는 내용증명을 받았습니다. 원고들은 이 하자가 피고가 2011년 2/4분기에 공급한 선별기 엔진 11대에서 발생한 것이라고 주장하며, 대당 350만 원씩 총 3,850만 원의 손해배상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 지급을 청구했습니다. 피고는 2016년 10월경 원고들을 상대로 중고엔진 공급대금 지급명령 신청을 했고, 이 사건은 2017년 3월 27일 원고들이 피고에게 납품대금을 지급하는 내용으로 임의조정이 성립되었습니다. 피고는 당시 원고들이 엔진 하자에 대해 아무 주장도 하지 않았으며, 상법상 하자 통지 기간을 지키지 않았고, 실제로 납품한 엔진 수와 하자 발생 여부도 불분명하다고 반박했습니다.
이전에 동일 당사자 간에 엔진 대금 지급에 대한 임의조정이 성립된 경우, 해당 엔진의 하자를 이유로 한 손해배상 청구가 기존 조정의 기판력에 저촉되는지 여부입니다.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며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합니다.
법원은 피고가 원고들을 상대로 제기한 엔진 대금 지급 소송에서 2017년 3월 27일 원고들이 피고에게 납품대금 등을 지급하기로 하는 임의조정이 성립되었음을 인정했습니다. 원고들의 이번 손해배상 청구는 피고가 납품한 선별기 엔진의 하자로 인한 채무 불이행을 원인으로 하므로, 이는 기존 조정과 동일한 소송물에 관한 청구입니다. 따라서 이 사건 청구는 이전 조정의 변론종결 이전에 존재했던 공격방어방법을 주장하여 기존 조정에서 판단된 법률관계의 존재 여부와 모순되는 판단을 구하는 것이므로, 조정의 기판력에 반하여 허용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조정은 당사자 간 합의된 사항을 조서에 기록함으로써 성립하며, 확정판결과 동일한 효력을 가집니다. 이를 '기판력'이라고 합니다. 기판력이 발생하면, 이전에 판단된 법률관계에 대해 동일한 당사자들 사이에 다시 소송을 제기하거나 이전 판결 내용과 모순되는 주장을 하는 것이 허용되지 않습니다. 비록 조정 내용이 강행법규에 위반된다 하더라도, 특별한 사유(확정판결의 당연 무효 사유 등)가 없는 한 그 조정 자체를 무효라고 주장할 수 없고, 준재심 절차와 같은 특별한 방법을 통해서만 다툴 수 있습니다. 확정판결의 기판력은 소송물로 주장된 법률관계의 존부에 미치며, 전소 변론종결 이전에 존재하던 공격방어방법을 후소에서 주장하여 전소 판단과 모순되는 판단을 구하는 것은 기판력에 반합니다. 당사자가 공격방어방법을 알지 못했거나 과실로 주장하지 못했더라도 이는 마찬가지입니다. 상법 제69조 제1항(매수인의 목적물 검사 및 하자 통지의무)에 따르면, 상인 간의 매매에서 매수인은 물건을 수령한 즉시 이를 검사해야 하며, 하자나 수량 부족이 있는 경우 즉시 매도인에게 통지해야 합니다. 이를 게을리하면 하자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나 계약 해제 등의 권리를 잃게 됩니다. 이는 상거래의 신속한 해결을 도모하기 위한 규정입니다. 본 사건에서는 피고가 원고들이 상법상 하자 통지 기간을 지키지 않았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기판력에 의해 이 주장을 판단하지 않았습니다.
이전 소송이나 조정 절차에서 다툴 수 있었던 내용이라면 나중에 다시 같은 내용으로 소송을 제기하기 어렵습니다. 한번 확정된 판결이나 조정은 '기판력'이라는 효력을 가지기 때문입니다. 물품의 하자나 채무 불이행에 대한 주장은 관련 소송이나 조정 절차가 진행될 때 반드시 제기해야 합니다. 특히 조정이 성립되면 이는 확정판결과 동일한 효력을 가지므로, 조정 내용에 이의가 있다면 준재심 절차 등 특별한 방법을 통해서만 다툴 수 있으며 단순히 무효라고 주장할 수 없습니다. 상법상 상인 간의 매매에서는 물건을 인도받은 즉시 물건을 검사하고 하자가 있으면 지체 없이 매도인에게 통지해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하자 담보 책임을 주장하기 어렵다는 점을 유의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