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램 개발 의뢰 후 중도 해지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 사건

원고 주식회사 A가 피고 B에게 웹 서버 프로그램 개발을 의뢰하고 보수를 지급했으나, 피고가 개발을 중단하고 계약 해지를 통보하자 원고는 피고의 채무불이행 및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금 4천만 원을 청구한 사건입니다. 법원은 이 사건 계약이 일의 완성을 전제로 하는 도급계약으로 보기 어렵고, 노무도급계약 또는 위임계약 정도로 판단하여 피고의 채무불이행이나 불법행위를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보아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관련 당사자

• 주식회사 A: 전기통신 공사업 등을 목적으로 하는 법인으로 피고에게 프로그램 개발을 의뢰하고 손해배상을 청구한 원고입니다.
• B: C 주식회사 책임연구원으로 주식회사 A로부터 프로그램 개발을 의뢰받았으나 중도 해지 의사를 밝힌 피고입니다.
• D: 주식회사 A의 대표자로 피고에게 프로그램 개발을 의뢰한 인물입니다.
• E: D의 대학 후배이자 피고를 D에게 소개한 인물입니다.
• F: 피고의 배우자로, 원고가 피고에게 지급한 보수가 입금된 계좌의 명의인입니다.

분쟁 상황

주식회사 A의 대표자 D은 2020년 9월 6일경 피고 B와 원고의 업무에 관한 계약을 체결하고, 피고의 배우자 계좌로 2020년 9월 6일부터 2020년 12월 31일까지 총 6,769,000원을 지급했습니다. 원고는 이 계약이 'G IP 웹서버 구축'을 위한 IP방송 Web-server 개발 업무 위임 계약이며, 6개월 동안 월 150만 원의 보수를 지급하기로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피고는 2021년 1월 7일 원고에게 더 이상 일을 할 수 없다는 의사를 통보했습니다. 이에 원고는 피고가 프로그램 개발을 전혀 진행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계약을 파기했으며, 기망 행위를 통해 원고에게 700만 원 상당의 보수 지출 손해와 3,300만 원의 대체 개발비 손해를 입혔다고 주장하며 총 4천만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피고는 원고와의 프로그램 개발 도급계약을 체결한 바 없으며, 설령 계약이 있었다 해도 단순한 아르바이트성 노무계약 또는 위임계약에 불과하고 계약상 채무를 모두 이행했거나 적법하게 해지했다고 주장했습니다.

핵심 쟁점

원고와 피고 사이의 계약이 도급계약, 위임계약, 고용계약 중 어느 법적 성격을 가지는지 여부, 피고가 계약상 의무를 위반하여 채무불이행 또는 불법행위를 저질렀는지 여부, 원고가 주장하는 손해가 피고의 행위로 인해 발생한 것인지 여부, 피고의 증거 제출이 적시제출주의에 위배되는지 여부, 피고의 행위가 자기모순 또는 금반언의 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 등이 쟁점이 되었습니다.

법원의 판단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고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합니다.

결론

법원은 원고와 피고 사이의 계약이 프로그램의 '일의 완성'을 명확히 전제하는 도급계약으로 보기 어렵고, 구체적인 작업 지시, 개발 기한, 지체상금, 유지보수, 최종 결과물의 정의 등이 불명확하며 월 정액 보수 지급 방식도 도급계약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이 사건 계약은 '일의 완성을 전제로 하지 않는 일종의 노무도급계약 또는 위임계약' 정도로 보았습니다. 위임 또는 고용 계약의 경우 당사자는 언제든지 계약을 해지할 수 있고, 피고가 계약상 채무를 위반했거나 불법행위를 저질렀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가 부족하다고 보아 원고의 손해배상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피고의 증거 제출은 적시제출주의에 반하지 않으며, 피고의 행위가 금반언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볼 수도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연관 법령 및 법리

본 사건에서 적용되거나 논의된 주요 법령과 법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 계약의 법적 성격 (민법 제655조, 제664조, 제680조)​:
  • 고용계약(민법 제655조)​은 노무자가 사용자에게 노무 자체를 제공하고 사용자가 보수를 지급하는 계약입니다. 노무 제공이 목적이며, 어떤 결과물을 만들어내야 하는 의무는 없고 사용자의 지휘·감독을 받는 종속적 관계가 특징입니다.
  • 도급계약(민법 제664조)​은 당사자 일방(수급인)이 '어떤 일을 완성'할 것을 약정하고, 상대방(도급인)이 '그 일의 결과'에 대하여 보수를 지급할 것을 약정함으로써 성립합니다. 단순한 노무 제공을 넘어 '일정한 결과의 완성'이 핵심적인 목적입니다. 예를 들어, 건물 건설, 프로그램 개발과 같이 구체적인 결과물이 요구되는 경우에 해당합니다. 본 사안에서는 원고가 프로그램 개발이라는 '일의 완성'을 주장했지만, 구체적인 과업 내용, 개발 기한, 지체상금, 유지보수, 최종 결과물의 정의, 검수 조건 등이 명확히 정해지지 않았고, 월 정액 보수 지급 방식은 완성된 목적물 인도와 동시에 보수를 지급하는 도급계약의 원칙(대법원 2006다21862 판결 참조)과 부합하지 않아 도급계약으로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 위임계약(민법 제680조)​은 당사자 일방(위임인)이 상대방(수임인)에게 '사무의 처리'를 위탁하고 수임인이 이를 승낙함으로써 성립합니다. 일의 완성을 목적으로 하는 도급과는 달리 '사무를 처리하는 자체'를 내용으로 합니다. 수임인은 목적 범위 내에서 다소의 자유재량권을 가지며, 위임 사무가 완료되지 않아도 이미 처리한 사무의 비율에 따른 보수를 청구할 수 있습니다(민법 제686조 제3항). 또한, 위임계약은 각 당사자가 언제든지 해지할 수 있습니다(민법 제689조 제1항).
  • 노무도급계약: 도급의 일종으로, 도급인이 수급인에게 특정한 행위를 지휘하거나 특정한 사업을 도급시키는 경우를 의미합니다(대법원 1983. 2. 8. 선고 81다428 판결 참조). 본 사안에서는 법원이 '일의 완성을 전제로 하지 않는 일종의 노무도급계약 또는 위임계약 정도로 보아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는 '일의 완성'이라는 명확한 결과물에 대한 합의가 부족했기 때문입니다.
•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 (민법 제390조, 제667조 제2항)​:
  • 민법 제390조는 채무자가 채무의 내용에 좇은 이행을 하지 아니한 때에는 채권자는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합니다. 즉, 계약 내용을 이행하지 않아 발생한 손해에 대한 배상 책임입니다.
  • 민법 제667조 제2항은 도급인의 보수지급의무에 대한 수급인의 담보책임과 관련된 조항으로, 완성된 목적물이나 완성 전의 성취된 부분에 하자가 있을 때 수급인이 지는 책임입니다. 본 사안에서는 계약의 법적 성격이 도급으로 인정되지 않았으므로 이 조항의 직접적인 적용은 어려웠습니다.
  • 법원은 피고가 일의 완성을 전제로 하지 않는 노무제공 의무를 위반했다고 보기 어렵고, 위임계약의 경우 언제든지 해지 가능하며, 고용계약의 경우 부득이한 사유가 있으면 해지 가능하므로 피고의 계약 해지 의사표시가 채무불이행에 해당한다고 보지 않았습니다.
•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 (민법 제750조)​:
  • 민법 제750조는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규정합니다. 본 사안에서는 원고가 피고의 기망 행위를 주장했으나, 법원은 피고가 일반적인 관행이나 신의칙에 비추어 비난받을 정도의 기망을 했다고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하여 불법행위 책임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 금반언의 원칙 (민법 제452조 등 참조)​:
  • 어떠한 사람의 선행하는 행태가 다른 사람에게 신뢰를 주었을 때, 그 사람의 모순되는 후행 행위가 선행 행위로 야기된 신뢰를 부당하게 침해하는 경우 그 후행 행위의 효력을 제한하는 법원칙입니다. 본 사안에서 원고는 피고의 행위가 자기모순 및 금반언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피고의 언동이 금반언 원칙에 위반한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보았습니다. 이는 금반언 원칙이 단순한 사실행위에는 적용되기 어렵고, 법률상 효과를 발생시키는 행위에 주로 적용되기 때문입니다(대법원 1981다653 판결 참조).
• 공격방어방법의 적시 제출주의 (민사소송법 제146조, 제149조)​:
  • 소송 당사자는 공격 또는 방어 방법을 소송의 진행 정도에 따라 적절한 시기에 제출해야 하며(민사소송법 제146조),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늦게 제출하여 소송 완결을 지연시킬 경우 법원은 이를 각하할 수 있습니다(민사소송법 제149조). 그러나 늦게 제출된 자료라도 기일 속행이 필요 없고 이미 심리 마친 자료 범위에 포함되는 경우 등에는 소송 지연으로 볼 수 없어 각하할 수 없습니다. 본 사안에서는 피고가 변론 종결 전날 증거를 제출했으나, 해당 증거가 이미 선행 소송에서 원고가 제출했던 자료였으므로 법원은 이를 적시제출주의 위반으로 보지 않았습니다.

참고 사항

유사한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사항들을 명확히 문서화하고 합의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 계약의 명확한 정의: 프로그램 개발, 특정 서비스 제공 등 '일의 완성'을 목적으로 하는 도급계약인지, 사무 처리 위탁을 목적으로 하는 위임계약인지, 아니면 단순히 노무 제공을 목적으로 하는 고용계약인지를 계약서에 명확히 기재해야 합니다.
• 구체적인 과업 범위 및 목표 설정: 개발해야 할 프로그램의 기능, 사양, 최종 결과물의 형태 및 내용 등을 구체적으로 정의하고 문서화해야 합니다. 추상적인 '웹 서버 개발'보다는 '화재경보기와 연동하여 웹 화면에 아이콘 및 위치 정보를 표시하는 기능 구현'과 같이 세부적인 목표를 제시해야 합니다.
• 개발 기한 및 일정 관리: 전체 개발 기간, 중간 보고 일정, 최종 완료 기한 등을 명시하고, 기한을 지키지 못했을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지체상금 등의 페널티 조항도 고려해야 합니다.
• 보수 지급 방식 및 조건: 월 정액 지급 방식보다는 성과 달성도에 따른 분할 지급 또는 최종 결과물 인도 및 검수 후 지급 등 계약 성격에 맞는 보수 지급 조건을 명확히 해야 합니다.
• 중간 검사 및 최종 검수 절차: 개발 과정 중 진행 상황을 확인할 수 있는 중간 검사 시점과 최종 결과물에 대한 검수 조건 및 절차를 계약서에 포함해야 합니다.
• 유지보수 및 책임 소재: 개발 완료 후 발생할 수 있는 오류나 문제에 대한 유지보수 기간, 범위, 그리고 문제 발생 시 개발자의 책임 소재를 미리 정해야 합니다.
• 해지 조건 및 인수인계: 계약을 중도에 해지할 경우의 조건, 이미 진행된 작업물의 인수인계 절차 등에 대해서도 미리 합의하여 분쟁의 소지를 줄여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