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계약금
원고 회사는 피고 회사로부터 비염 치료기를 공동 구매하여 판매하기로 했고, 피고는 제조사가 원고에게 독점 공급을 약속했다고 하였으나 이는 사실이 아니었습니다. 이에 원고는 피고에게 물품대금 반환을 요구하였고, 피고는 계약 해지가 아닌 유효함을 주장하며 잔금 지급을 요구하였습니다. 법원은 계약이 합의 해제되었다고 보아 피고가 원고에게 6,000만 원을 반환하도록 판결하였습니다.
원고 주식회사 A는 2020년 1월경 피고 주식회사 B로부터 비염 치료기 'F' 1,000개를 1억 원에 공동 구매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6,000만 원을 지급했습니다. 이 계약 과정에서 피고 측 담당자는 제조사 E이 원고 측에게 이 치료기를 독점 공급하는 총판계약을 체결해 줄 것이라고 약속했으나, 2020년 3월경 이 약속이 사실이 아님을 원고가 알게 되면서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원고는 피고의 약속 불이행을 이유로 계약 해제 및 지급한 물품대금과 법정이자의 반환을 요구했습니다. 반면 피고는 계약이 유효하다며 원고에게 남은 물품대금 4,000만 원을 지급하라는 반소 청구를 제기했습니다.
피고가 독점 공급 불이행에 대한 후속 조치로 제안한 내용이 무엇인지, 원고가 피고의 제안을 승낙하여 계약이 합의 해제되었는지, 그리고 합의 해제 시 물품대금에 대한 법정이자도 함께 반환해야 하는지가 주요 쟁점이었습니다.
법원은 피고가 원고로부터 별지 목록에 기재된 동산을 인도받는 동시에 원고에게 6,000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원고의 나머지 본소 청구와 피고의 반소 청구는 모두 기각되었습니다. 소송비용은 본소와 반소를 합하여 원고가 10%, 피고가 90%를 각각 부담하도록 결정되었습니다.
재판부는 원고와 피고가 비염 치료기 매매계약의 해제 및 원상회복에 관하여 의사합치가 있었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로부터 치료기를 인도받음과 동시에 지급받은 물품대금 6,000만 원을 반환할 의무가 있다고 보았습니다. 다만, 합의해제의 경우 민법상 법정이자 규정이 당연히 적용되지 않으므로, 별도의 특약이 없었던 이 사건에서는 원고가 청구한 법정이자 반환 부분은 기각되었습니다. 이와 달리 매매계약이 유효하다는 전제하에 제기된 피고의 반소 청구(잔금 4,000만 원 지급) 역시 기각되었습니다.
이 사건과 같이 당사자 간의 합의로 계약을 해제하는 '합의해제'의 경우에는, 민법 제543조 이하의 일반적인 계약 해제에 관한 규정이 직접 적용되지 않습니다. 대법원 판례(대법원 1997. 11. 14. 선고 97다6193 판결)에 따르면, 합의해제의 요건과 효력은 당사자 합의의 내용에 따라 결정됩니다. 따라서 합의해제 시에는 민법 제548조 제2항에서 규정하는 '해제 시 받은 날로부터의 이자 가산' 의무가 별도의 특약이 없는 한 당연히 발생하지 않습니다. 이 사건에서도 원고는 민법 제548조 제2항을 근거로 법정이자를 청구했으나, 재판부는 합의해제의 법리에 따라 특약이 없었으므로 법정이자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계약을 체결할 때는 독점 공급권과 같이 중요한 내용은 반드시 서면으로 명확하게 작성하고 구체적인 증거를 확보해야 합니다. 구두 약속만으로는 나중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입증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계약 위반 상황이 발생하여 계약을 해소하기 위한 협상을 진행할 때에는, 합의 내용을 서면으로 명확히 기록하고 쌍방의 의사합치가 이루어졌음을 확인할 수 있는 증거를 남겨야 합니다. 또한, 합의 해제 시에는 원상회복의 범위, 법정이자 지급 여부 등 모든 조건을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합니다. 별도의 특약이 없는 한 합의 해제에서는 법정이자 반환 의무가 당연히 발생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