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계약금
원고는 마스크 필터를 공급하고 그 대가로 마스크를 받기로 H 주식회사와 계약했으나 세금계산서는 피고 명의로 발행되었습니다. 원고는 피고가 계약 당사자라며 미지급된 필터 대금 14,482,600원 및 지연손해금을 청구했습니다. 그러나 항소심 법원은 피고가 계약 당사자이거나 필터를 공급받았다고 보기 어렵다며 제1심 판결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2020년 3월경 코로나19로 마스크 수요가 늘어나자 원고는 마스크 판매를 위해 제조업체를 찾던 중 H 주식회사 및 대표이사 I을 알게 되었습니다. 원고는 H과 H이 지정하는 상대방에게 KF94 마스크용 필터를 공급하고 대가로 KF94 마스크를 받기로 하는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원고는 2020년 4월 2일 H이 지정한 K 주식회사에 필터 436.8kg를 공급했고 같은 달 여러 차례에 걸쳐 KF94 마스크 21,690장을 공급받았습니다. 원고가 I에게 세금계산서 발행 대상자를 묻자 I은 피고의 이름을 알려주어 원고는 2020년 4월 2일 피고를 공급받는 자로 하여 품목 원단(436.8kg), 공급가액 및 세액 합계 28,798,000원으로 기재된 세금계산서를 발행했습니다. 원고는 피고가 이 사건 계약의 상대방이며 필터 대금 중 마스크로 상계되지 않은 나머지 14,482,600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반면 피고는 이 사건 계약의 당사자가 아니며 필터를 공급받지도 않았으므로 대금 지급 의무가 없다고 반박했습니다.
마스크 필터 공급 계약의 실제 당사자가 누구인지 그리고 피고가 원고에게 필터 대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는지 여부입니다.
제1심 판결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며 소송의 총비용은 원고가 부담합니다.
항소심 법원은 계약 당사자를 판단할 때 당사자들의 의사를 최우선으로 고려하며 의사가 합치되지 않을 경우 의사표시 상대방의 관점에서 합리적인 사람이 누구를 계약 당사자로 이해했을 것인지를 기준으로 삼는다고 보았습니다. 이 사건에서 세금계산서 발행 사실만으로는 피고가 계약 당사자이거나 필터를 공급받았다고 보기 어렵고 원고가 피고와 직접 연락한 사실이 없으며 H의 대표이사 I의 증언과 다른 정황들을 종합할 때 원고의 주장을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계약 당사자의 확정 (민법상 의사해석의 원칙): 계약 당사자가 누구인지는 계약에 참여한 당사자들의 의사를 해석하여 결정합니다. 당사자들의 의사가 일치하는 경우에는 그 의사에 따르며 의사가 일치하지 않을 때는 의사표시를 받은 상대방의 입장에서 합리적인 사람이라면 누구를 계약 당사자로 이해했을 것인지를 기준으로 판단합니다 (대법원 2020. 12. 10. 선고 2019다267204 판결 등). 본 판결에서는 원고와 피고 사이의 의사 불일치가 있었고 피고를 계약 당사자로 볼 합리적인 근거가 부족하다고 보았습니다. 세금계산서의 증명력 (부가가치세법): 세금계산서는 부가가치세법에 따라 사업자가 재화나 용역을 공급한 과거의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 작성하는 보고 문서에 불과합니다 (대법원 2011. 6. 24. 선고 2008다68890 판결 등). 따라서 세금계산서가 발행되었다는 사실만으로는 실제 계약 당사자나 물품 공급 사실을 결정하는 강력한 증거가 될 수 없습니다. 본 판결에서도 피고 명의로 세금계산서가 발행되었지만 이를 계약 당사자를 확정하는 유력한 증거로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계약 당사자는 서면 계약서에 명확히 명시하거나 상대방과 직접 소통하여 확인해야 합니다. 구두 계약 시에도 계약 내용과 당사자를 입증할 수 있는 객관적인 증거(메시지, 이메일, 녹취 등)를 남기는 것이 중요합니다. 세금계산서의 발행은 부가가치세법상 보고 문서일 뿐 그 자체만으로 계약 당사자나 물품 공급 사실을 확정하는 강력한 증거가 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실제 물품을 공급받는 자와 세금계산서상 공급받는 자가 다를 경우 실제 계약 관계를 명확히 하는 추가적인 증거가 필요합니다. 중개인을 통한 계약 진행 시 중개인의 진술이 실제 계약 당사자의 의사와 다를 수 있으므로 최종 계약 상대방과 직접적인 확인 절차를 거치는 것이 안전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