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류/처분/집행
피고인 B는 온라인 구직 사이트를 통해 물류 관련 업무를 제안받고, 보이스피싱 조직의 지시에 따라 피해자들로부터 현금 2천만 원 및 1,267만 원을 수거한 혐의(사기)로 기소되었습니다. 하지만 피고인은 자신이 보이스피싱 범행에 가담한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고, 정상적인 물품 대금 전달 업무인 줄 알았다고 주장했습니다. 법원은 피고인이 보이스피싱임을 의심할 만한 정황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구체적인 상황과 피고인의 행동 등을 종합하여 보이스피싱 범행에 대한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보이스피싱 조직은 금융기관이나 수사기관을 사칭하여 피해자들에게 저금리 대출, 대출금 상환, 계좌 검수 등을 명목으로 현금을 요구했습니다. 피고인 B는 인터넷 구직 사이트를 통해 물류 회사로 위장한 보이스피싱 조직에 속아 '현금 수거책' 역할을 맡게 되었습니다. 그는 조직의 지시에 따라 금융감독원 직원이나 검사 측 직원인 것처럼 행세하며 피해자 F로부터 총 2천만 원을, 피해자 K로부터 1,267만 원을 직접 전달받았습니다.
피고인 B가 보이스피싱 조직의 현금 수거책 역할을 수행하면서 범죄 가담에 대한 '미필적 고의' 즉, 자신의 행위가 범죄로 이어질 수 있음을 인식하고 용인했는지 여부가 핵심 쟁점이었습니다.
피고인 B에게 무죄를 선고하고, 배상신청인의 배상신청을 각하했습니다.
법원은 피고인이 대면 면접 없이 거액을 회수하는 업무를 맡았고, 업무 지시자의 인적사항을 몰랐으며, 과도한 보수를 받은 점 등은 보이스피싱 범죄를 의심할 만한 정황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그러나 피고인의 사회생활 경험 부족, 구직 과정에서 받은 업무 설명, 자신의 실명을 사용한 점, 피해자들과의 제한적인 대화, 친구의 말에 보이스피싱을 의심하고 즉시 경찰에 신고한 점, 추적이 쉬운 택시 호출 서비스를 이용한 점 등을 고려할 때, 피고인이 실제로 온라인 쇼핑몰의 대금 전달 업무로 오인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범죄의 증명이 없다고 보아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본 판결은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근거하고 있습니다. 이 조항은 '피고사건이 범죄로 되지 아니하거나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때'에는 무죄를 선고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는 검사가 피고인의 유죄를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해야 한다는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으로'라는 형사법의 대원칙(In Dubio Pro Reo)을 따르는 것입니다. 피고인이 실제로 범죄 행위를 하였더라도, 범죄에 대한 '미필적 고의'(어떤 행위로 인해 범죄 결과가 발생할 가능성을 인식하고 이를 용인하는 의사)가 증명되지 않으면 무죄가 선고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비대면으로 이루어지는 구직 과정에서 과도한 보수를 약속하거나, 업무 내용이 불분명하고 거액의 현금을 다루는 일을 제안받는 경우 각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특히, 채용 과정에서 주민등록증 앞뒷면, 가족 연락처 등 민감한 개인 정보를 요구하거나, 현금 인출 및 전달 방식이 일반적인 상식과 다른 경우 보이스피싱 범죄에 연루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의심스러운 상황이 발생하면 즉시 경찰 등 수사기관에 신고하여 피해를 예방하고, 범죄 가담자로 오인받지 않도록 신속하게 대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