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량 의류 생산 후 물품 대금 지급 여부 다툼 사건

의류 제조업체가 홈쇼핑 판매용 의류를 생산하여 납품했으나 품질 문제로 판매 부진을 겪었습니다. 이에 제조업체는 의류 판매 대금 잔액을 받지 못했다며 판매 회사와 그 대표에게 소송을 제기했으나, 법원은 의류 하자의 책임이 제조업체에 있고, 당사자 간의 합의로 채권·채무 관계가 이미 소멸했다고 보아 청구를 모두 기각한 사건입니다.

관련 당사자

• 원고 A: 'E'라는 상호로 의류 제조업을 영위하는 개인사업자입니다.
• 피고 주식회사 B: 신발 제조업 및 의류 도·소매업 등을 목적으로 설립된 회사입니다.
• 피고 C: 피고회사 B의 1인 주주이자 대표이사입니다.
• I: 이 사건 의류의 판매원으로서 원고 A와 상표권 사용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 L(M): 이 사건 의류 제품을 디자인하고 기획했으며, 원고 A와 업무협조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 O, T: 피고회사의 알선으로 이 사건 의류 재고 판매를 도운 업체들입니다.

분쟁 상황

원고 A는 의류 제조업체 'E'를 운영하며, 2019년 12월 27일 피고회사 B와 'F 여성4종' 의류 48,000장의 제조위탁 하도급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이후 2020년 1월 2일에는 이 사건 의류 판매원 I와 상표권 사용 계약을 맺었습니다. 의류는 L이 디자인하고 기획하여 '폴리에스터 45%, 면 55%' 혼용률의 생산지시서가 원고 A에게 전달되었습니다.

원고 A는 이 사건 의류 44,968장을 제작하여 2020년 3월 3일과 3월 16일에 나누어 납품했습니다. 그러나 실제 생산된 의류는 샘플과 달리 KOTITI 테스트 결과 폴리에스터 비율이 64.7%에서 80.7%까지 높게 나타나는 등 혼용률에서 큰 차이가 있었고, 필링 및 마찰 견뢰도 불량, 색상 불균일 등 품질 문제가 있었습니다. 이로 인해 홈쇼핑 판매 과정에서 '신축성이 좋지 않아 착용감이 불편하다', '목이 들어가지 않는다'는 소비자 불만이 접수되고 반품율이 높아 판매가 중단되는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피고회사 B는 2020년 2월 24일 원고 A에게 원단 혼용률 문제 등으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 가능성을 고지하는 공문을 보냈습니다. 이후 2020년 7월경 판매원 I는 N홈쇼핑에서 제품 판매를 재추진했으나, 제품 품질 문제로 진행이 어렵다는 통보를 받았습니다.

원고 A는 이 사건 의류 공급가액 총 238,780,000원 중 I, 피고회사 B, O 등으로부터 총 112,317,757원을 지급받았습니다. 원고 A는 2020년 8월 13일 피고회사 B 앞으로 219,519,094원의 세금계산서를 발급했으나, 2020년 10월 12일 이를 취소하고 55,000,000원의 수정세금계산서를 재발급했습니다. 이후 원고 A는 피고회사 B와의 협의 하에 O를 통해 이 사건 의류 재고를 소진했으며, O와 T로부터도 판매 대금을 수령했습니다.

재고 판매를 완료했음에도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매출액이 발생하자, 원고 A는 2021년 7월 24일 피고회사 B 앞으로 미지급 임가공비 명목으로 150,340,327원의 세금계산서를 다시 발행하고, 피고 주식회사 B와 피고 C에게 연대하여 150,340,243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핵심 쟁점

1. 이 사건 의류의 품질 하자 발생에 대한 책임이 원고 A와 피고회사 B 중 누구에게 있는지 여부입니다.
2. 원고 A와 피고회사 B 사이에 기존 계약 내용이 변경되어 채권·채무 관계가 소멸했는지 여부입니다.
3. 이 사건 계약이 매매 계약에 해당하는지 아니면 도급 계약에 해당하는지 여부입니다.
4. 피고회사 B의 대표이사인 피고 C에게 법인격 남용 또는 부인의 법리에 따라 연대 책임이 있는지 여부입니다.

법원의 판단

법원은 원고 A의 피고 주식회사 B와 피고 C에 대한 청구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소송 비용은 원고 A가 부담하도록 했습니다.

결론

법원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원고 A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첫째, 의류 생산 및 하자 발생 책임: 원고 A는 피고회사 B와 섬유업종 표준하도급계약을 체결하고, 이 사건 의류의 상표권자이자 판매원인 I와 직접 상표 사용 계약을 체결하여 '최상의 상품을 제조, 공급하고 제품 생산/판매/사후처리 및 결과에 대한 모든 책임과 의무'를 부담했습니다. 또한 원고 A가 원단을 직접 구매하고 인도네시아 공장에 발주하는 등 전적으로 자기 책임 하에 의류를 제작·공급했습니다. 이와 달리 피고회사 B가 생산 전반에 대한 책임을 부담하기로 하는 약정은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더욱이 원고 A는 L로부터 생산지시서의 혼용률(폴리에스터 45%, 면 55%)을 알고 있었음에도 이와 다른 품질의 원단(폴리에스터 64.7%~80.7%)을 사용하여 필링, 마찰견뢰도 불량, 색상 불균일 등 하자가 있는 제품을 생산했습니다. 이로 인해 홈쇼핑 판매가 중단되고 재고가 발생했으며, 피고회사 B가 원고 A에게 품질 문제에 대한 손해배상을 고지한 공문에 원고 A가 별다른 반박을 하지 않은 점 등을 종합할 때, 이 사건 의류 하자의 책임은 원고 A에게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둘째, 계약 변경 합의에 따른 채권 소멸: 원고 A와 피고회사 B는 의류 하자로 인한 판매 부진 상황에서, 2020년 10월 12일 기존에 발행했던 219,591,094원 상당의 세금계산서를 취소하고 55,000,000원 상당의 수정세금계산서를 발행했습니다. 이후 원고 A는 약 9개월 동안 피고회사 B에 나머지 대금을 청구하지 않았으며, 피고회사 B가 주선한 O, T 등을 통해 이 사건 의류 재고를 처리하고 그 대금을 수령했습니다. 법원은 이러한 대금 지급 및 세금계산서 발행 관계가 기존 계약 내용과 다른 점, 매출채권 감액 등 새로운 합의가 있었음을 추단케 하는 점, 하자로 인해 I로부터 대금 수령이 불가능해진 상황에서 수정세금계산서를 발행한 것이 합리적인 계약 변경 합의로 볼 수 있는 점 등을 종합하여, 원고 A와 피고회사 B 사이의 기존 채권·채무 관계가 모두 소멸했다고 판단했습니다.

셋째, 계약의 성격: 이 사건 의류는 L이 디자인하고 작성한 생산지시서에 따라 특정 주문자의 수요를 만족시키기 위해 제작된 '부대체물'이므로, 그 제조 위탁은 매매의 성질보다는 도급의 성질을 띠는 제작물공급계약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원고 A의 주장은 이 사건 계약이 단순히 원단 매매 계약이라는 전제에 서 있으므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넷째, 피고 C의 책임: 피고회사 B가 법률이나 정관에 규정된 의사결정 절차를 밟지 않았다거나 자본이 부실하다거나, 피고 C을 위한 영업체에 지나지 않을 정도로 형해화되었다고 볼 자료가 없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원고 A의 피고회사 B에 대한 대금 채권이 존재하지 않으므로, 피고 C에게 법인격 남용 또는 부인의 법리에 따른 연대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연관 법령 및 법리

1. 제작물공급계약의 성격 (대법원 1996. 6. 28. 선고 94다42976 판결 등 참조)​

   • 당사자의 일방이 상대방의 주문에 따라 자기 소유의 재료를 사용하여 물건을 공급하기로 하고 상대방이 대가를 지급하는 계약을 '제작물공급계약'이라고 합니다.
   • 이러한 계약은 제작하는 측면에서는 '도급'(어떤 일을 완성할 것을 약정하고 그 일의 결과에 대해 보수를 지급하는 계약)의 성질을, 물건을 공급하는 측면에서는 '매매'(재산권을 이전하고 대가를 지급하는 계약)의 성질을 함께 가집니다.
   • 계약의 적용 법률은 물건의 성격에 따라 달라지는데, 만약 물건이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대체물'이라면 매매에 관한 규정이 적용됩니다.
   • 그러나 이 사건 의류처럼 특정 주문자의 요구를 만족시키기 위해 특별히 제작되는 '부대체물'의 경우에는 단순히 물건을 공급하는 것을 넘어 '제작' 자체가 계약의 주된 목적이 되므로, 도급의 성질이 강하게 나타납니다.
   • 이 판결에서 법원은 이 사건 의류가 특정 상표가 부착되고 특정 디자인과 혼용률에 따라 제작된 '부대체물'이므로, 그 제조 위탁은 도급의 성질을 띠는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2. 계약의 변경 및 채권 소멸에 관한 법리

   • 계약 당사자들은 합의에 의해 기존 계약의 내용을 변경하거나 새로운 계약을 체결함으로써 기존 채권·채무 관계를 소멸시킬 수 있습니다.
   • 이러한 합의는 명시적일 수도 있고, 당사자들의 일련의 행동이나 주고받은 서류 등을 통해 '묵시적'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습니다.
   • 이 판결에서는 원고 A가 세금계산서를 취소하고 수정 발급한 행위, 피고회사 B의 알선으로 재고를 처리한 행위, 일정 기간 미청구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기존 계약 내용이 변경되고 채권·채무가 소멸한 것으로 보았습니다.

3. 법인격 부인론

   • '법인격 부인론'은 회사가 형식적으로만 존재하고 실질적으로는 법인 뒤에 있는 개인(주주나 대표이사)의 개인 사업체처럼 운영되면서, 법인격이 남용되어 거래 상대방에게 부당한 결과를 초래할 때, 예외적으로 법인의 독립된 인격을 부정하고 그 뒤에 있는 개인에게 책임을 묻는 법리입니다.
   • 그러나 이 법리는 법인 제도의 근간을 흔들 수 있으므로, 법원이 이를 인정하는 데에는 매우 엄격한 요건을 요구합니다.
   • 단순히 법인의 자본이 부족하다거나 대표이사가 법인을 실질적으로 운영한다는 이유만으로는 법인격 부인이 인정되지 않으며, 법인이 이름뿐이고 사업이 대표이사 개인에게 완전히 귀속되어 법인과 개인이 사실상 동일하다고 볼 정도여야 합니다.
   • 이 판결에서는 피고회사 B가 법인격 남용에 이를 정도로 형해화되었다고 볼 만한 자료가 없다고 보아 피고 C에게 개인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참고 사항

1. 계약서의 명확한 작성: 하도급 계약 시 의류의 혼용률, 품질 기준, 하자 발생 시 책임 소재, 대금 지급 조건 등을 계약서에 명확하게 명시하고 모든 당사자가 이해하도록 해야 합니다.
2. 품질 관리 및 검수 철저: 샘플과 실제 생산 제품 간의 품질 차이는 중대한 계약 위반의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생산 과정에서 원자재 검수, 중간 검수, 최종 검수 등 철저한 품질 관리를 통해 계약서에 명시된 품질 기준을 충족해야 합니다.
3. 문제 발생 시 문서화된 소통: 제품 품질 문제나 계약 조건 변경 등 중요한 사안이 발생했을 때는 반드시 공문, 내용증명, 이메일 등 서면으로 소통하고 기록을 남겨야 합니다. 구두 합의나 단순한 통화 내역만으로는 법적 분쟁 시 증거로 인정받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4. 계약 변경 합의의 명확화: 기존 계약의 내용이 변경되는 경우, 반드시 변경된 내용을 서면으로 합의하고 모든 관련 당사자가 서명해야 합니다. 특히 세금계산서의 발행 취소 및 수정 발행, 대금 정산 방식 변경 등은 묵시적 합의로 해석될 여지가 크므로 더욱 명확한 합의가 필요합니다.
5. 제작물 공급 계약의 이해: 의류 등 제품 제작 위탁 계약은 매매와 도급의 성질을 모두 가질 수 있습니다. 특정 주문자의 요구에 맞춰 생산되는 '부대체물'인 경우 도급의 성질이 강하여, 주문 제작 과정에서의 책임과 완성물의 하자에 대한 책임이 더욱 중요하게 다루어집니다.
6. 법인과 대표자의 책임 분리: 법인격은 대표이사와 별개이므로, 법인 대표에게 개인적인 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법인격이 남용되었다'는 점을 입증해야 합니다. 이는 법인이 명목상 존재할 뿐 사실상 대표이사 개인 사업체와 다름없을 정도로 형해화되었거나, 법인격을 악용하여 부당한 이득을 취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어야 인정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