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대차
코로나19 확산으로 국제공항 국제선 터미널이 폐쇄되어 면세점 영업이 중단되자, 면세점 운영사들이 임대인인 한국공항공사를 상대로 임대료 감액 및 기지급 임대료 반환을 청구한 사건입니다. 법원은 임차인의 임대료 감액 청구권 행사를 인정하여, 면세점 운영사들이 이미 납부한 임대료의 일부를 부당이득으로 반환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주식회사 A와 B는 한국공항공사로부터 C공항과 D공항 국제선 터미널 내 면세점 공간을 임대하여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2020년 3월경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국제선 항공편 운항이 대폭 감축되었고, 2020년 4월 6일 국토교통부의 조치로 C공항 및 D공항의 국제선 터미널이 폐쇄되면서 두 회사는 면세점 영업을 중단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이에 따라 면세점 운영사들은 2020년 3월부터 8월까지 매출이 거의 없거나 전혀 발생하지 않았음에도 계약에 따른 높은 고정 임대료를 계속 납부해야 했습니다. 면세점 운영사들은 한국공항공사에 임시 휴점 및 임대료 조정을 요청했고, 한국공항공사는 2020년 3월부터 8월까지 임대료의 50%를 감면해주었으나, 운영사들은 추가적인 감액 또는 전액 면제를 요구하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국제공항 국제선 터미널 폐쇄로 인해 임차인이 임대차 목적물을 전혀 사용·수익할 수 없는 상황에서,
피고 한국공항공사는 원고 주식회사 A에게 2,583,416,420원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원고 주식회사 B에게 3,765,657,825원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원고들의 나머지 청구는 기각되었습니다. 소송 총비용은 원고들이 70%, 피고가 30%를 부담합니다.
재판부는 코로나19 확산과 정부의 국제선 일원화 조치로 인한 공항 폐쇄는 민법 제628조에서 정한 '경제사정의 변동'에 해당하므로, 임차인인 면세점 운영사들의 차임 감액 청구권 행사가 적법하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나 임대인의 의무 불이행이나 채무자 위험부담 법리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보았고, 임대료 전액 감액이 아닌 일부 감액(2020년 3월분 50%, 2020년 4월부터 8월까지 70%)이 정당하다고 판단하여 제1심 판결을 변경했습니다.
본 판결은 주로 다음 법리들에 근거하여 판단되었습니다.
민법 제623조 (임대인의 의무): 임대인은 임차인이 목적물을 사용·수익하게 할 의무가 있으며, 이를 불이행할 경우 임차인은 차임 지급을 거절할 수 있습니다. 재판부는 공항 폐쇄가 임대인인 한국공항공사의 책임 영역에서 발생한 문제가 아니고, 한국공항공사가 상황을 예측하거나 해결하는 것이 불가능했으므로, 임대인의 의무 불이행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민법 제537조 (채무자 위험부담주의): 쌍무계약에서 당사자 쌍방의 책임 없는 사유로 채무 이행이 불가능해진 경우, 채무자는 상대방의 이행을 청구하지 못합니다. 재판부는 국제선 일원화 조치가 한시적·일시적인 것에 불과하여 임대인의 임대 목적물 제공 의무가 종국적으로 이행불능 상태에 이르렀다고 보기 어렵고, 임차인들도 계약의 유효한 존속을 전제로 임대료 청구권 소멸을 주장했으므로 이 법리도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민법 제628조 (차임증감청구권): 임대물에 대한 공과금 등 부담의 증감이나 기타 경제사정의 변동으로 인해 약정한 차임이 상당하지 않게 된 때에는 당사자가 장래에 대한 차임의 증액 또는 감액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2020년 9월 29일 개정된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11조는 1급 감염병을 경제사정 변경의 원인 중 하나로 명시하고 있습니다.
재판부는 코로나19 확산과 국토교통부의 국제선 일원화 조치로 인한 공항 국제선 터미널 폐쇄 및 면세점 매출액 급감은 예측할 수 없었던 중대한 경제사정의 변동에 해당하며, 기존 임대료를 유지하는 것이 정의와 형평에 현저히 부당하다고 보아 차임 감액 청구를 인정했습니다.
감액 범위 결정: 재판부는 2020년 3월 면세점 매출액이 전년 대비 약 96% 감소한 점, 2020년 4월부터 8월까지 매출이 전혀 발생하지 않은 점, 임차인이 임대차 목적물을 전혀 사용·수익하지 못한 점 등을 고려했습니다. 다만, 면세점업의 특성상 국제정세나 감염병 확산 등 외부 환경에 영향을 받는 위험을 임차인이 어느 정도 감수해야 한다는 점, 임대인인 한국공항공사도 이미 임대료의 50%를 감면해 손실을 일부 분담했다는 점 등을 종합하여, 2020년 3월 차임은 50%, 2020년 4월부터 8월까지의 차임은 70% 감액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따라서 한국공항공사가 이미 감면한 50%를 초과하여 추가로 감액된 임대료(70% 감액분 - 50% 감면분)와 정당하게 감액된 임대료(50% 감액분)의 차액을 부당이득으로 반환해야 한다고 판시했습니다.
예상치 못한 경제 상황 변동으로 임대료 조정이 필요한 경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