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배상
한국토지주택공사가 아파트 스프링클러 배관 누수로 인한 하자보수 비용을 시공사인 주식회사 A와 그 보증사인 B공제조합에 청구했으나 법원은 한국토지주택공사의 설계 지침에 따라 두께가 얇은 M형 동관을 사용한 것이 누수의 주원인이며 시공사의 시공상 하자가 아니라고 판단하여 청구를 기각한 사건입니다.
한국토지주택공사가 건설한 아파트의 스프링클러 배관에서 누수가 발생하자 한국토지주택공사는 이를 시공사인 주식회사 A의 시공상 하자로 보고 하자보수 비용 약 26억 8천만 원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청구했습니다. 보증기관인 B공제조합에게는 그 보증 범위 내에서 약 4억 6천만 원을 공동으로 지급하라고 청구했습니다. 하지만 주식회사 A는 한국토지주택공사가 직접 지정한 자재(M형 동관)를 설계대로 시공했을 뿐 시공상 잘못이 없다고 주장하며 책임이 없다고 다퉜습니다.
아파트 스프링클러 배관 누수 하자가 시공사의 잘못된 시공 때문인지 아니면 아파트 건설 사업자의 설계 및 자재 지정에 따른 것인지 여부에 따라 하자보수 책임 소재가 결정되는 것이 핵심 쟁점입니다.
법원은 한국토지주택공사의 설계 기준에 따라 시공사가 가장 얇은 M형 동관을 사용했고 이 동관이 소화수가 정체된 스프링클러 배관에는 부식 우려가 높다는 점을 들어 시공상 하자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따라 제1심과 마찬가지로 한국토지주택공사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고 항소 비용도 한국토지주택공사가 부담하도록 했습니다.
한국토지주택공사의 항소는 기각되었으며 시공사인 주식회사 A와 B공제조합에게 하자보수 비용을 청구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본 사건은 항소심이 제1심 판결을 그대로 인용할 수 있도록 규정한 민사소송법 제420조가 적용되었으나, 핵심 법리는 수급인의 하자보수책임에 관한 것입니다. 민법 제667조에 따르면 수급인(시공사)은 완성된 목적물 또는 완성 전의 성취된 부분에 하자가 있을 때 도급인(발주처)에 대해 하자보수책임을 집니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스프링클러 배관의 하자가 수급인 주식회사 A의 잘못된 시공 방식이 아니라, 도급인 한국토지주택공사가 관의 두께가 가장 얇은 M형 동관을 자재로 지정하는 등 설계 및 자재 선택상의 문제에서 비롯되었다고 판단했습니다. 법원은 시공사가 설계도서나 시방서에 정한 사항에 어긋나는 방식으로 시공했다고 볼 구체적인 자료가 없다고 보아, 수급인인 시공사에게는 하자보수책임이 없다고 본 것입니다. 이는 하자가 도급인의 지시에 따른 것이거나 재료의 성질로 인한 경우 수급인이 책임을 지지 않을 수 있다는 원칙이 적용된 사례로 볼 수 있습니다.
건축물에 하자가 발생했을 때 하자보수 책임은 시공사 외에도 설계자나 자재 선정자에게 있을 수 있습니다. 특히, 발주처가 특정 설계나 자재를 명시하여 시공사가 이에 따라 시공한 경우 하자가 발생하더라도 시공사에게 전적인 책임을 묻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이처럼 설계 단계에서의 자재 선정과 시공의 적합성은 매우 중요하며 잠재적인 문제 발생 가능성을 사전에 충분히 검토해야 합니다. 시공사는 발주처의 요구사항이더라도 문제의 소지가 있는 경우 반드시 이의를 제기하고 기록을 남겨두는 것이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