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동
다수의 백화점 매장 관리자들이 위탁판매 계약을 맺은 회사에 대해 자신들이 실질적으로는 근로자라고 주장하며 미지급 임금 등을 청구하였으나, 1심과 2심 법원 모두 이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아 패소한 사건입니다. 법원은 매장 관리자들이 매출 실적에 따른 수수료를 지급받고 운영비를 스스로 부담하는 등 독립적인 사업자로서의 성격이 강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원고들은 피고 회사와 '위탁판매계약'을 체결하고 백화점에서 매장을 운영했습니다. 원고들은 매월 매출 실적에 따른 수수료를 지급받았는데, 이 수수료에는 매장 운영관리비(기타 비품, 인건비, 운반비, 수선비 등) 일체가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수수료율은 원고별로 달랐고, 지급받는 액수도 원고들 상호간은 물론 매출실적에 따라 매월 차이가 났습니다. 일부 원고(E, F, H, K, N)의 경우 매출 실적이 '기본 지원금'에 미치지 못해도 '기본 지원금'을 지급받았고, 다른 일부 원고(C, E, N)는 성수기 수수료 중 일부를 유보했다가 비수기에 지급받는 유보금 제도도 이용했습니다. 원고들은 이러한 계약 형태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이 피고 회사의 실질적인 지휘·감독을 받는 근로자이므로, 근로기준법에 따라 임금 및 퇴직금 등을 지급받아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특히 고정급 지급, 수수료율 일방적 결정, 매출 목표 및 인센티브 지급, 인사이동 조치 등을 근거로 들었습니다. 반면 피고는 원고들이 독립적인 사업자로서 위탁판매 계약을 맺고 매장을 운영한 것이며, 매출에 따른 수수료를 지급하고 운영비도 스스로 부담했으므로 근로자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과거 2007년경까지 피고 회사와 근로계약을 맺고 매장관리자로 근무했던 제1심 증인의 증언을 통해, 당시 근로계약 직원들이 위탁판매 전환을 원했고 피고 회사가 이를 강제한 적 없다는 사실도 제시했습니다.
위탁판매 계약을 맺고 매장을 운영하는 관리자들이 실질적으로 회사의 지휘·감독을 받는 근로자로 인정될 수 있는지, 즉 이들에게 근로기준법상 근로자 지위가 인정되어 미지급 임금 등을 청구할 수 있는지 여부가 쟁점이었습니다.
원고들의 항소를 모두 기각하고 항소 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하도록 하여, 1심과 동일하게 원고들이 피고에게 임금 등을 청구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법원은 매장 관리자들이 매출 실적에 따른 수수료를 지급받고 매장 운영 관련 비용을 스스로 부담했으며, 회사의 상당한 지휘·감독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근로자성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임금 청구는 이유 없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이 사건의 핵심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을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입니다.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란 직업의 종류와 관계없이 임금을 목적으로 사업이나 사업장에 근로를 제공하는 사람을 말합니다. 법원은 근로자성을 판단할 때 계약의 형식보다는 근로 제공의 실질을 중요하게 봅니다. 즉, 회사로부터 상당한 지휘·감독을 받는지, 근무 시간·장소의 구속이 있는지, 업무 내용을 회사가 정하는지, 고정적인 임금을 받는지, 스스로 비품·원자재를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하는 등 독립적인 사업자로서의 성격이 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합니다. 본 판결에서는 원고들이 매출 실적에 따른 수수료를 주된 수입원으로 하고, 그 수수료로 매장 운영관리비와 인건비를 스스로 부담했다는 점을 근거로 독립적인 사업자의 성격이 강하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회사가 원고들에게 고정급을 일률적으로 지급했다고 보기 어렵고, 매출 목표나 인센티브 지급, 매장 변경 등도 근로자에 대한 지휘·감독의 징표로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민사소송법 제420조는 항소심이 1심 판결의 이유를 인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절차 규정입니다. 이 사건에서는 1심의 판단이 정당하다고 보아 1심 판결을 대부분 인용하면서 일부 내용을 고쳐 쓰거나 추가한 것입니다.
사업주와 계약을 맺을 때 '근로자'로 인정받을 수 있는지 여부는 계약서의 명칭(예: 위탁판매계약, 용역계약 등)보다는 실제 업무 수행 방식과 내용에 따라 결정됩니다. 만약 자신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라고 생각한다면, 실제 업무에서 다음과 같은 사항들이 인정되는지 확인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회사의 지시를 받아 업무를 수행하고 근무 시간·장소가 정해져 있는지, 회사로부터 업무에 대한 구체적인 지휘·감독을 받는지, 월급이나 고정급 형태의 임금을 주로 받는지, 회사에서 제공하는 장비나 비품을 주로 사용하는지, 다른 사람을 고용하거나 대체할 수 없는지, 매출 부진이나 업무상 손실에 대한 책임이 주로 회사에 있는지 등입니다. 이 사건처럼 매출 실적에 따른 수수료를 주된 수입원으로 하고, 매장 운영에 필요한 비용(인건비 포함)을 스스로 부담하며, 회사로부터 상당한 자율성을 인정받는다면 근로자로 인정받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계약 초기부터 고정급 지급 여부, 근무 시간 및 장소의 구속성, 업무 지시의 구체성, 영업 비용 부담 주체 등 근로자성 판단에 중요한 요소들을 명확히 확인하고 기록해 두는 것이 분쟁 발생 시 유리할 수 있습니다. 고정급이 일부 지급되거나 성수기와 비수기를 고려한 지원금 또는 유보금 제도가 있더라도, 주된 소득 형태가 매출에 따른 수수료이고 운영에 대한 전반적인 책임이 본인에게 있다면 근로자성 인정이 어려울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