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금 · 압류/처분/집행
이 사건은 상가를 분양받은 원고가, 분양자인 피고가 당초 설계와 다르게 통합 오배수배관을 변경 시공하여 상가의 가치 하락 및 이용에 제약이 발생했으므로 손해를 배상하라고 청구한 사건입니다. 법원은 피고가 원고의 동의 없이 배관을 변경 시공한 것은 채무불이행 또는 신의칙상 고지의무 위반에 해당하며, 이로 인해 원고에게 발생한 재산상 손해를 인정하여 분양대금의 10%에 해당하는 금액을 배상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원고는 피고로부터 호텔 1층에 위치한 제2종 근린생활시설 상가를 분양받았습니다. 1층 상가는 일반적으로 접근성, 가시성, 임대료 측면에서 가장 좋은 위치로 평가되어 분양대금도 높게 책정됩니다. 당초 분양계약 당시의 설계도면에 따르면, 통합 오배수배관은 공용부분인 지하 1층 주차장 천장에 설치될 예정이었습니다. 그러나 피고는 호텔 신축 과정에서 통합 오배수배관과 우수관의 높이 간섭 문제로 인해 원고의 동의를 구하거나 사전에 알리지 않고 통합 오배수배관의 위치를 변경 시공했습니다. 변경 시공된 통합 오배수배관은 이 사건 상가를 포함한 1층 상가들의 천장을 관통하게 되었고, 특히 원고의 상가는 천장 중앙 부분을 세로로 관통하며 가로 폭 4m 중 약 1m를 차지하는 형태로 설치되었습니다. 또한 이 배관은 상가의 외벽을 따라 수직으로 연결되었습니다. 이러한 변경으로 인해 원고 상가는 노출형 인테리어 등 인테리어 방식 선택에 상당한 제약을 받게 되었고, 배관을 따라 흐르는 오배수로 인한 소음(환경정책기본법상 생활소음 범위 내이나 경미하지 않음)이 발생했습니다. 또한 외벽에 설치된 배관은 조망권 침해 및 외부 미관 저해를 야기했고, 배관이 외벽으로 나가는 부분의 마감 역시 건축공사 표준시방서에 부적합한 것으로 판단되었습니다. 원고는 만약 이러한 변경 시공 사실을 알았더라면 계약에서 정한 분양대금으로는 상가 분양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피고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피고는 계약서 및 모집공고상 '경미한 설계변경'에 대해서는 수분양자들이 이의를 제기할 수 없거나 동의가 간주된다는 조항을 근거로 반박했습니다.
분양자가 수분양자의 동의나 고지 없이 상가의 주요 시설물(통합 오배수배관)의 위치를 변경 시공한 것이 채무불이행 또는 신의칙상 고지의무 위반에 해당하는지 여부와, 그로 인해 상가 가치 하락 등 손해가 발생했다면 그 배상 범위는 어디까지인지가 쟁점이 되었습니다.
법원은 피고가 원고에게 102,780,280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2020. 10. 23.부터 2021. 8. 19.까지 연 5%,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2%)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원고의 나머지 항소 및 예비적 청구는 기각되었고, 소송비용은 원고와 피고가 각 1/2씩 부담하도록 결정되었습니다.
재판부는 피고가 원고와의 분양계약 체결 이후 동의나 고지 없이 통합 오배수배관의 위치를 변경하여 상가의 천장을 관통하고 외벽을 따라 설치한 것은 분양계약상 채무를 불완전하게 이행했거나 신의칙상 고지의무를 위반한 것이라고 보았습니다. 이로 인해 원고의 상가는 인테리어 선택에 제약을 받고, 소음 발생, 미관 저해 등의 피해를 입어 재산적 가치가 하락했다고 판단했습니다. 구체적인 손해액 증명이 어려운 점을 고려하여 분양대금의 10%인 102,780,280원을 손해배상액으로 정하였으며, 정신적 손해는 재산상 손해 배상으로 회복된다고 보아 별도로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이 사건 판결에는 다음과 같은 법령과 법리가 적용되었습니다.
1. 채무불이행 및 고지의무 위반 (민법 제390조, 제2조 신의성실의 원칙) 분양자가 계약 체결 당시의 설계도면과 다르게 상가의 중요 시설물인 통합 오배수배관을 변경 시공하고 이를 수분양자에게 알리지 않은 채 인도한 것은, 계약 내용대로 완전하게 이행하지 못한 채무불이행에 해당합니다. 또한, 상가의 가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변경 사항을 알리지 않은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상 고지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2. 손해배상책임 및 범위 (민법 제390조, 민사소송법 제202조의2) 분양자의 채무불이행 또는 고지의무 위반으로 인해 수분양자에게 손해가 발생한 경우, 분양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습니다. 특히 이 사건과 같이 상가의 가치 하락, 이용 가능성 제한 등 구체적인 손해액을 산정하기 어려운 경우, 법원은 변론 전체의 취지와 증거조사 결과를 종합하여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금액을 손해배상액으로 정할 수 있습니다. 재판부는 이러한 사정을 고려하여 분양대금의 10%를 손해배상액으로 인정했습니다.
3. 정신적 손해(위자료)의 인정 여부 (대법원 2004. 11. 12. 선고 2002다53865 판결 등) 일반적으로 계약상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정신적 고통은 재산상 손해에 대한 배상이 이루어짐으로써 회복된다고 봅니다. 따라서 재산상 손해 배상만으로는 회복될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별도의 정신적 손해(위자료)는 인정되지 않습니다. 이 사건에서도 원고의 정신적 손해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상가와 같은 부동산을 분양받을 때는 계약서 내용뿐만 아니라 설계도면, 배치도 등을 꼼꼼히 확인하고 보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계약서상 '경미한 설계변경' 조항이 있더라도, 그 변경이 상가의 재산적 가치나 이용 가능성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경우 분양자의 채무불이행 또는 고지의무 위반이 될 수 있습니다. 단순히 경미한 변경 조항만으로 분양자의 책임이 면제되는 것은 아닙니다. 분양받은 건물의 실제 시공 상태가 계약 당시의 설계나 고지 내용과 다르다면, 분양자에게 이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특히 1층 상가처럼 고객 접근성, 시야 확보, 인테리어 가능성이 중요한 경우, 천장 내부나 외벽에 배관 등 시설물이 추가되거나 위치가 변경되는 것은 상가의 가치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주의 깊게 살펴야 합니다. 손해액을 산정하기 어렵더라도 법원은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합리적인 금액을 손해배상액으로 인정할 수 있습니다. 피해가 발생했다면 관련 증거(계약서, 설계도면, 변경 전후 사진, 감정 결과 등)를 충분히 확보하는 것이 유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