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이 사건은 건강기능식품 판매업체인 J 주식회사(피고)에서 텔레마케터로 일하다 퇴직한 9명(원고들)이 자신들의 사용자였던 피고를 상대로 퇴직금 지급을 청구한 사건입니다. 원고들은 피고가 이전 개인기업('U', 'K')의 사업과 고용관계를 승계하였으며 자신들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므로 퇴직금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반면 피고는 원고들이 독립된 사업자로서 근로자가 아니며 고용관계를 승계한 사실도 없다고 다퉈왔습니다. 1심 법원은 원고들의 주장을 받아들여 피고에게 퇴직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고, 피고가 이에 불복하여 항소했으나 2심 법원 역시 피고의 항소를 기각하고 1심 판결을 유지하여 원고들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피고의 대표자 M의 전 남편인 L은 2003년경 'U'라는 개인기업을 설립하여 텔레마케팅 사업을 시작했고 2010년 5월경에는 과대광고 제재 회피를 위해 M 명의로 'K'를 설립했습니다. 2012년 초 L은 'K'의 운영을 M에게 넘겼고, M은 2012년 10월 피고(J 주식회사)를 설립하여 건강기능식품 판매 사업을 계속했습니다. 원고들은 L이 운영하던 'U' 또는 'K'에 입사한 이래 피고 측에서 텔레마케터로 일하다 퇴직했습니다. 원고들이 퇴직 후 피고에게 퇴직금 지급을 청구하자 피고는 원고들에게 텔레마케팅 업무를 위탁한 것은 ㈜K이며 피고는 법률관계를 승계하지 않았으므로 퇴직금 지급 의무가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원고들이 근로자가 아닌 독립된 사업자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피고가 'U' 및 'K'의 사업을 사실상 승계한 것으로 보았고, 원고들이 출퇴근 시간 통제, 업무 지시, 비품 제공, 타 사업 금지 등 피고의 지휘·감독 아래 종속적으로 일했으며 고정적인 기본급을 받았다는 점 등을 근거로 근로자로 인정하여 퇴직금 지급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피고가 이전 사업자들(L 또는 M)과 원고들 사이의 고용관계를 승계했는지 여부와 원고들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이 사건의 주요 쟁점입니다.
1심 법원은 원고들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이며 피고가 고용관계를 승계했다고 판단하여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인용했습니다. 피고는 원고 A에게 12,561,464원, 원고 B에게 45,206,493원, 원고 C에게 26,225,247원, 원고 D에게 15,072,590원, 원고 E에게 58,366,641원, 원고 F에게 45,128,864원, 원고 G에게 12,945,734원, 원고 H에게 38,495,090원, 원고 I에게 35,018,898원 및 위 각 돈에 대하여 소장 송달 다음 날부터 갚는 날까지 연 15%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2심 법원(항소심) 역시 1심과 동일한 결론을 내려 피고의 항소를 기각하고 항소 비용은 피고가 부담하도록 판결했습니다.
법원은 피고가 이전 개인기업들의 사업을 실질적으로 승계하여 원고들과의 고용관계를 이어받았고, 원고들은 임금을 목적으로 피고 측에 종속적으로 근로를 제공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라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들에게 퇴직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보아 원고들의 청구를 인용하고 피고의 항소를 기각하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의 정의'와 '사업의 동일성 유지 및 고용관계 승계', 그리고 '퇴직금 지급 의무'에 대한 법리가 주로 적용되었습니다.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의 정의: 근로기준법 제2조 제1항 제1호는 '근로자'를 직업의 종류와 관계없이 임금을 목적으로 사업이나 사업장에 근로를 제공하는 자라고 규정합니다. 법원은 근로자성 판단 시 계약의 형식이 고용계약인지 도급계약인지보다 그 실질에 있어 근로자가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했는지 여부를 종합적으로 판단합니다. 본 사건에서 법원은 원고들이 정해진 출퇴근 시간, 지문인식 시스템을 통한 출퇴근 확인, 지각 시 벌금, 결근 시 급여 공제, 제품 교육 및 업무 지시, 외출·휴가 현황 관리, 사용자가 제공한 DB를 이용한 판매 활동, 사무실 및 비품 제공, 타인 대리 근무 불가 및 다른 소득 활동 금지 등 여러 측면에서 피고의 상당한 지휘·감독을 받았으며, 고정적인 기본급을 받았다는 점 등을 근거로 원고들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대법원 판례(2010. 4. 15. 선고 2009다99396 판결 등)에 따라 기본급 여부나 4대 보험 가입 여부 등은 사용자가 경제적 우월성을 이용하여 임의로 정할 수 있으므로, 이러한 사정만으로 근로자성을 쉽게 부정할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사업의 동일성 유지 및 고용관계 승계: 사업체가 개인기업에서 다른 개인기업으로, 다시 법인으로 변경되는 과정에서 형식적으로는 별개의 사업체처럼 보일 수 있으나, 사업 목적, 업무 내용, 인적·물적 조직이 실질적으로 동일하게 유지되면서 사업이 승계되었다면 고용관계도 함께 승계되는 것으로 봅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L이 운영하던 'U'와 'K', 그리고 M이 운영하던 'K'와 피고(J 주식회사)가 사업 목적이 중첩되고, 피고가 스스로 'U'의 설립 연도인 2003년을 창립일로 내세우며 10주년 기념식을 개최하고 원고들의 근속기간을 인정하며 포상한 사실, 이전 사업체와 피고의 조직 구성이 유사하고 인적 구성이 중첩되는 사실, 사무실 출입문에 이전 상호와 피고의 상호를 병기한 사실 등을 종합하여 피고가 이전 개인기업들의 사업 및 고용관계를 실질적으로 승계했다고 판단했습니다.
퇴직금 지급 의무: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4조에 따라 사용자는 계속근로기간 1년에 대하여 30일분 이상의 평균임금을 퇴직금으로 지급해야 합니다. 원고들이 근로자로 인정되고 피고가 이전 사업자들의 고용관계를 승계하여 원고들의 근로기간 전체에 대한 사용자로서의 지위를 갖게 되었으므로, 피고는 원고들에게 해당 근로기간에 대한 퇴직금을 지급할 의무를 부담하게 됩니다.
사업체의 상호나 대표자가 변경되더라도 실제 업무 내용, 근무 형태, 조직 구성 등이 계속 동일하게 유지되었다면 고용관계 승계를 주장할 수 있습니다. 사업자가 고용 형태를 형식적으로 변경하거나 여러 사업자 명의를 사용하더라도 실질적으로 사용자의 지휘·감독을 받으며 일했다면 근로자로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근로기준법상 '근로자' 여부는 계약의 형식보다는 업무 내용, 사용자의 지휘·감독 여부, 근무 시간·장소 지정 여부, 비품 제공 여부, 보수 성격, 전속성 등 여러 조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됩니다. 4대 보험 가입 여부나 근로소득세 원천징수 여부는 사용자가 경제적 우월성을 이용해 임의로 정할 여지가 크므로 이러한 사실이 없다는 것만으로 근로자성을 쉽게 부정할 수 없습니다. 지각에 대한 벌금, 결근 시 급여 공제, 출퇴근 관리, 업무 교육 및 지시, 외출 및 휴가 관리, 특정 고객 DB 활용, 타인 대리 근무 불가, 다른 소득 활동 금지 등은 사용자의 상당한 지휘·감독을 받는다는 중요한 증거가 됩니다. 고정적인 기본급 지급 여부와 실적 수당의 성격도 근로자성 판단에 중요한 요소입니다. 특히 수당이 사용자가 제공한 자료(DB)에 의해 크게 좌우되고 판매 활동만 하면 어느 정도는 받을 수 있었다면 근로의 대가로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