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동
원고들은 피고 회사 I연구소에 협력업체 소속으로 파견되어 근무했습니다. 이들은 자신들의 근로 관계가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 정한 불법 파견에 해당하므로 피고 회사의 직접 고용 근로자임을 확인하고 미지급 임금과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1심 법원은 원고들의 주위적 청구(근로자 지위 확인)는 배척했으나 예비적 청구(고용 의사 표시 및 손해배상)를 인용했습니다. 피고 회사(H 주식회사)는 이에 불복하여 항소했으나, 항소심 법원은 피고 회사의 항소를 기각하고 1심 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여 피고 회사가 원고들을 직접 고용할 의무가 있음을 인정하고 손해배상금 지급을 명령했습니다.
원고들은 2005년부터 2006년 사이에 협력업체에 고용되어 H 주식회사 I연구소의 J차 도장 공정(실러·연마 작업 등)에 파견되어 근무했습니다. 원고들은 피고 회사가 작업 계획, 작업량, 작업 방법, 작업 순서 등을 구체적으로 지시하고, 피고 회사의 정규직 근로자들과 함께 연구 개발 업무에 필수적으로 참여했으며, 협력업체는 독자적인 권한이나 설비 없이 피고 회사의 지시에 따라 인력을 제공하는 역할에 불과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따라 자신들이 실질적으로 피고 회사의 직접 고용 근로자에 해당함에도 불구하고 협력업체 소속으로 위장된 채 일해 왔다고 보아, 파견법상 2년 초과 불법 파견에 따른 직접 고용 의무 이행과 미지급 임금 상당액을 요구하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피고 회사(H 주식회사)와 협력업체 소속 파견 근로자들(원고들) 간의 관계가 단순히 업무를 위탁한 도급 관계인지, 아니면 실질적으로 피고 회사가 직접 이들을 지휘·감독한 불법적인 근로자 파견 관계인지를 판단하는 것이었습니다. 나아가 불법 파견이 인정될 경우 피고 회사가 원고들을 직접 고용해야 할 의무와 그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이 있는지도 중요하게 다루어졌습니다.
법원은 피고 회사의 항소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이는 원고들이 2년 이상 피고 회사의 I연구소에서 불법 파견 형태로 근무했음을 인정하고, 피고 회사가 파견법에 따라 원고들에게 고용 의사를 표시하고, 각 원고에게 3천만 원대 후반에서 4천만 원대 초반의 미지급 임금 상당액을 손해배상금으로 지급해야 한다는 1심 판결을 확정한 것입니다.
항소심 법원은 피고 회사의 I연구소 도장 공정에서 협력업체 근로자들인 원고들이 수행한 업무가 피고 회사의 직접적인 지휘·명령을 받았고, 피고 회사의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되었으며, 협력업체가 독립적인 사업자로서의 실질을 갖추지 못했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따라 원고들과 피고 회사 사이에 불법 파견 관계가 인정되며, 파견법 제6조의2 제1항에 따라 피고 회사는 원고들을 직접 고용할 의무를 부담하고, 그 의무 불이행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고 최종적으로 결론 내렸습니다.
이 사건 판결은 주로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을 적용했습니다. 특히 중요한 조항은 다음과 같습니다.
파견법 제6조의2 제1항 (고용의무): 이 조항은 사용사업주가 2년을 초과하여 계속적으로 파견근로자를 사용하는 경우, 해당 파견근로자를 직접 고용해야 할 의무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본 사건에서 원고들이 피고 회사에 2년을 초과하여 파견되어 근무한 사실이 인정되었으므로, 법원은 피고 회사가 원고들을 직접 고용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판단했습니다.
파견법 제2조 제1호 (근로자파견의 정의) 및 불법 파견 판단 법리: 파견법은 근로자파견을 '파견사업주가 근로자를 고용하여 그 고용관계를 유지하면서 사용사업주의 지휘·명령을 받아 사용사업주를 위한 근로에 종사하게 하는 것'으로 정의합니다. 법원은 계약의 명칭이나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근로관계의 실질을 파악하여 근로자파견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합니다. 대법원 판례(대법원 2015. 2. 26. 선고 2010다106436 판결 등)는 다음과 같은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합니다.
이 사건에서는 피고 회사가 원고들에게 작업에 대한 구체적인 지시를 하고, 원고들이 피고 회사의 연구 개발이라는 핵심 사업에 필수적으로 편입되어 있었으며, 협력업체의 독자적인 권한 행사가 미미하고, 업무의 전문성이 피고 회사에게 있다는 점 등이 종합적으로 인정되어 불법 파견으로 판단되었습니다.
유사한 문제 상황에서 다음과 같은 점들을 참고할 수 있습니다. 첫째, 계약서의 형식(도급, 용역 등)이 아닌 실제 업무 지시와 수행 방식을 중요하게 살펴야 합니다. 사용업체가 작업량, 작업 방법, 작업 시간, 작업 장소 등을 구체적으로 지시하고 이에 따라 근로자가 업무를 수행했다면 직접 고용 관계가 인정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둘째, 근로자가 사용업체의 핵심 사업에 얼마나 밀접하게 편입되어 있는지, 사용업체 소속 근로자들과 같은 작업 집단에서 공동 작업을 수행했는지도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됩니다. 셋째, 근로자를 고용한 협력업체가 독자적인 사업 시설, 기술력, 자본을 갖추고 자체적인 이윤 창출 구조를 가지고 있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만약 사용업체로부터 장비나 공간을 무상으로 제공받고, 근로자 수에 따라 단순히 대금을 정산받는 형태였다면 불법 파견으로 판단될 수 있습니다. 넷째, 파견법에 따라 2년을 초과하여 불법 파견이 이루어진 경우, 사용업체에게는 해당 근로자를 직접 고용할 의무가 발생하므로, 장기간 파견 형태로 근무한 경우라면 직접 고용을 요구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