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 건설 입찰 담합 과징금 산정 부당 판결

이 사건은 공정거래위원회가 철도 건설 공사 입찰에 참여한 건설업체들이 담합하여 과징금을 부과하자, 해당 업체가 과징금 처분의 취소를 요구하며 제기한 소송입니다. 원고 건설사는 담합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경쟁제한성이 없었으며, 특히 과징금 산정 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법원은 경쟁제한성은 인정했지만, 과징금 산정의 기초가 되는 '관련 매출액'에서 발주처가 직접 구매하는 자재비와 건설폐기물 처리비용은 제외되어야 하며, '과거 법 위반 횟수'를 산정하는 기준 시점 또한 피고인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 개시 시점으로 보아야 한다고 판단하여, 과징금 납부 명령의 일부 취소를 결정했습니다.

관련 당사자

• 원고 A 주식회사: G 건설공사 입찰에 참여한 건설업체 중 하나로, 다른 업체들과 함께 담합행위를 했다는 이유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과징금을 부과받음.
• 피고 공정거래위원회: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 행위를 조사하고 제재(시정명령 및 과징금 부과)하는 국가기관.
• 주식회사 E, F 주식회사: 원고 A 주식회사와 함께 G 건설공사 입찰에 참여하여 담합한 건설업체들. F 주식회사는 최종 낙찰자였음.
• D 공단: G 건설공사의 발주기관으로, 입찰 담합으로 인해 피해를 본 주체.

분쟁 상황

G 건설공사는 D 공단이 발주한 수도권 철도 건설 사업으로, 2010년 설계·시공 일괄(Design Build) 방식으로 입찰이 진행되었습니다. 입찰에는 원고 A 주식회사, E 주식회사, F 주식회사 등 3개사가 공동수급체를 구성하여 참여했습니다. 이들 3개사는 입찰일 전인 2010년 7월 말경부터 8월 초순경까지 전화 및 직접 만남을 통해 가격 경쟁을 피하고 설계 경쟁만 하기로 합의하고, 투찰률을 95%를 넘지 않는 선에서 각자의 투찰률(E 95.90%, 원고 94.83%, F 94.68%)을 정하여 입찰에 참여했습니다. 그 결과 F 공동수급체가 낙찰자로 결정되었습니다. 이후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들의 행위를 부당한 공동행위(담합)로 보고 2015년 시정명령과 함께 총 8,077,000,000원의 과징금을 부과했으며, 원고에게는 2,393,000,000원이 부과되었습니다. 원고는 이에 불복하여 이의신청을 제기했으나 기각되었고, 결국 행정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핵심 쟁점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원고 건설사들의 입찰 담합 행위가 실제로 시장의 '경쟁제한성'을 가졌는지 여부입니다. 원고는 설계 부문에서 경쟁이 치열했으므로 가격 담합이 경쟁을 제한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습니다. 둘째, 공정거래위원회가 부과한 '과징금 산정의 적법성'입니다. 특히 과징금 산정의 기초가 되는 '관련 매출액'의 범위(관급자재비용 및 건설폐기물 처리비용 포함 여부)와 '과거 법 위반 횟수'를 산정하는 기준 시점이 적절했는지 여부가 쟁점이 되었습니다.

법원의 판단

법원은 원고의 주장을 일부 받아들여 다음과 같이 판결했습니다.

1. 피고(공정거래위원회)가 원고에게 부과한 과징금 납부 명령 중 일부를 취소한다.
2. 원고의 나머지 청구(시정명령 취소)는 기각한다.

이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산정한 과징금 액수에 법률 적용 오류가 있었음을 인정한 것이며, 구체적으로는 관련 매출액과 과거 법 위반 횟수 산정 기준에 대한 원고의 주장이 타당하다고 보았습니다. 그러나 시정명령 자체의 위법성은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결론

결론적으로, 원고 건설업체는 공정거래법 위반(담합) 사실에 대한 시정명령 자체는 유효하다고 인정되었으나, 과징금 산정 과정에서 발생한 오류를 법원이 인정함에 따라 부과받았던 과징금 2,393,000,000원 중 일부(최종적으로 2,094,000,000원으로 조정된 금액에 대한 취소 판단)가 취소되어, 결과적으로 부담해야 할 과징금 액수가 줄어들게 되었습니다. 이는 공정거래위원회의 과징금 부과 재량권 행사에 대한 사법적 통제를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연관 법령 및 법리

이 사건과 관련된 주요 법령과 법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1.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공정거래법)​

• 제19조 (부당한 공동행위의 금지) 제1항: 사업자는 계약, 협정, 결의 또는 기타 어떠한 방법으로도 다른 사업자와 공동하여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를 할 수 없다고 규정합니다. 이 사건의 원고 등 건설사들이 입찰 가격을 사전에 합의한 행위는 이 조항에서 금지하는 '부당한 공동행위'에 해당합니다. 법원은 이러한 입찰 담합이 전형적인 '경성 공동행위'로, 가격 경쟁 자체를 소멸시켜 입찰의 취지를 몰각시키는 '경쟁제한성'을 가진다고 판단했습니다.
• 제22조 (과징금)​: 공정거래법 위반 사업자에 대해 매출액의 100분의 10을 곱한 금액을 한도로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합니다. 이 조항은 위반행위에 대한 제재와 부당 이득 환수의 목적을 가집니다.
• 제55조의3 (과징금 부과기준)​: 과징금 부과 시 위반행위의 내용과 정도, 기간과 횟수, 위반행위로 얻은 이익의 규모 등을 고려하도록 정합니다.

2. 구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9조 (과징금 부과기준)​

• 제9조 제1항: '대통령령이 정하는 매출액'이란 위반사업자가 위반기간 동안 일정한 거래분야에서 판매한 관련 상품이나 용역의 매출액 또는 이에 준하는 금액을 말한다고 규정하며, '입찰담합 및 이와 유사한 행위'의 경우에는 '계약금액'을 말한다고 명시합니다. 이 사건에서는 이 '계약금액'의 해석이 쟁점이 되었습니다. 법원은 공정거래법이 정한 '매출액'의 통상적 의미의 한계를 벗어나지 않아야 하고, 침익적 행정행위인 과징금 부과는 엄격하게 해석·적용되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실제로 사업자에게 귀속되지 않는 관급자재비용이나 분리 발주된 건설폐기물 처리비용은 관련 매출액(계약금액)에서 제외되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3. 건설폐기물의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 (건설폐기물법)​

• 제5조 및 제15조: 대규모 건설공사 시 건설폐기물 처리용역을 공사와 분리 발주하고, 그 비용을 계약금액에서 공제하도록 규정합니다. 이 조항에 따라 이 사건 공사 역시 건설폐기물 처리비용이 분리 발주될 예정이었고, 법원은 이러한 분리 발주 비용은 담합의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지 않는 부분으로 보아 과징금 산정의 관련 매출액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4. 중소기업제품 구매촉진 및 판로지원에 관한 법률 (판로지원법)​

• 제12조 (공사용 자재 직접구매)​: 공공기관이 공사용 자재를 직접 구매해야 하는 대상을 규정합니다. 이 사건 공사 역시 직접구매 대상 공사로 미리 예정되어 있었으며, 이에 따라 관급자재비용은 낙찰자가 실제 취득하는 이익이 아니므로 관련 매출액에서 제외되어야 한다는 법원의 판단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5. 행정법상 '재량권 일탈·남용' 및 '신의성실의 원칙', '비례·형평의 원칙'

• 공정거래위원회의 과징금 부과 처분은 '재량 행위'에 해당하지만, 재량권의 범위를 넘어서거나 남용된 경우에는 위법한 처분이 됩니다. 법원은 '과징금고시'와 같은 행정청의 공표된 처분 기준은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하고 국민의 권리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행정청은 이러한 기준에 따라 재량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특히 '과거 법 위반 횟수'를 산정하는 기준 시점을 피고가 자의적으로 결정한 것은 신의성실, 비례, 형평의 원칙에 반하여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으로 보아 위법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참고 사항

비슷한 상황에 처할 수 있는 분들이 참고할 만한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입찰 담합의 위험성: 건설 공사 입찰과 같은 경쟁 환경에서 사업자들이 사전에 투찰률이나 투찰 가격을 합의하는 행위는 '경쟁제한성'이 매우 강한 부당한 공동행위로 간주되며, 낙찰 여부와 관계없이 엄중한 제재 대상이 됩니다. 설령 설계 경쟁이 치열했다고 하더라도 가격 담합이 있었다면 법 위반으로 판단될 수 있습니다.
2. 과징금 산정의 정확성 확인: 공정거래위원회 등 행정기관이 부과하는 과징금은 재량 행위지만, 그 산정의 기초가 되는 사실 오인이나 법리 오해는 취소 사유가 될 수 있습니다. 특히 '관련 매출액' 산정 시, 발주처가 직접 구매하거나 분리 발주하는 비용(예: 관급자재비, 폐기물 처리비)이 계약금액에 포함되어 있다면, 실제로 사업자에게 귀속되는 이익이 아니므로 과징금 산정에서 제외될 수 있는지 꼼꼼히 확인해야 합니다. 이는 과징금의 부당 이득 환수적 성격에 부합하는지 여부로 판단됩니다.
3. 과거 위반 횟수 산정 기준일의 중요성: 과징금 가중 사유 중 하나인 '과거 법 위반 횟수'를 산정할 때, 그 기준이 되는 조사 개시 시점을 명확히 알아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행정기관이 언제부터 어떤 목적으로 조사를 시작했는지는 과징금 가중 여부 및 그 폭을 결정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조사 공문 발송일, 현장 조사일 등 관련 시점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어야 합니다.
4. 계약 변경에 따른 과징금 조정: 최초 계약 이후 계약 내용이 변경되어 실제 사업자가 얻는 이익(매출액)이 달라진 경우, 변경된 최종 계약을 기준으로 과징금을 산정하는 것이 합리적이고 형평에 맞을 수 있습니다. 증액된 경우뿐만 아니라 감액된 경우에도 최종 계약 금액을 기준으로 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