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배상
수산업협동조합중앙회(원고)는 주식회사 한국외환은행(피고)이 자신의 출자전환 주식을 위법하게 매각하여 손해를 입혔다며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원고는 피고와 직접 주식 관리 및 반환에 대한 위임 또는 임치 계약이 있었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피고는 채권금융기관협의회의 주관기관일 뿐 원고와 피고 사이에 직접적인 법률관계가 성립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원고의 주위적 청구 중 일부는 이전 확정 판결의 기판력에 저촉되어 허용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다만, 피고가 원고의 매각 위임 취지를 벗어나 주식을 매각한 행위는 위법하다고 인정했지만, 원고가 주장하는 손해액 산정 기준일(2006년 6월 26일)에 해당 주식은 매각 제한 기간 중이었으므로 일반 주식의 시가를 적용할 수 없다고 판단하여 손해 발생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법원은 원고의 주위적 청구와 예비적 청구 모두 기각하고 원고의 항소를 기각했습니다.
수산업협동조합중앙회는 채권금융기관협의회 결의에 따라 출자전환 주식을 보호예수하고 주권을 현대증권에 인도했습니다. 협의회 주관기관인 한국외환은행은 현대증권과 보호예수 주식관리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이후 한국외환은행은 원고가 동의한 제2차 공동매각 조건인 '제2차 부의안건 가결'이 부결되었음에도 원고 소유의 출자전환 주식 1,255,305주를 투자자들에게 매각했습니다. 이에 수산업협동조합중앙회는 한국외환은행이 직접적인 주식 반환 의무를 위반하거나 위임 취지에 벗어나 위법하게 주식을 매각하여 손해를 입혔다고 주장하며 손해배상을 청구하게 되었습니다.
원고와 피고 사이에 출자전환 주식의 관리 및 반환에 관한 직접적인 위임 또는 임치 계약이 체결되었는지 여부, 이전 확정 판결의 기판력이 이번 소송의 주위적 청구에 미치는지 여부, 피고의 출자전환 주식 매각 행위가 원고의 위임 취지를 벗어난 위법한 행위인지 여부 및 그로 인한 손해 발생 여부와 범위가 주요 쟁점이었습니다.
원고의 항소를 기각하고 항소비용은 원고가 부담하도록 판결했습니다.
법원은 원고와 피고 사이에 출자전환 주식에 대한 직접적인 위임 또는 임치 계약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보았으며, 이전 확정 판결의 기판력도 인정했습니다. 비록 피고의 주식 매각 행위가 원고의 위임 취지를 벗어나 위법하다고 판단했지만 원고가 주장하는 시점에 주식은 매각 제한 상태였으므로 원고에게 손해가 발생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모든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민사소송법 제420조는 항소심 법원이 제1심 판결의 이유를 그대로 인용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으로 이 사건 항소심 역시 제1심 판결의 대부분의 이유를 그대로 받아들였습니다. 이는 하급심 판결의 타당성을 인정하고 소송 절차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것입니다. 위임계약은 당사자 일방(수임인)이 상대방(위임인)에게 사무 처리를 위탁하고 상대방이 이를 승낙함으로써 성립하는 계약이며 임치계약은 물건의 보관을 맡기는 계약입니다. 이 판결에서는 원고와 피고 사이에 직접적인 이러한 계약 관계가 없다고 보아 주식 반환 의무를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은 채무자가 계약 내용에 따른 의무를 이행하지 않음으로써 발생한 손해에 대해 배상 책임을 지는 것입니다. 기판력은 확정된 종전 판결의 판단 내용에 구속력을 부여하여 동일한 소송물에 대해 다시 소송을 제기할 수 없도록 하는 효력으로 이 사건에서 원고의 주위적 청구 중 일부는 이전 소송에서 이미 패소 확정된 부분과 동일한 소송물로 간주되어 기판력에 저촉된다고 판단되었습니다.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액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불법행위 당시의 목적물 시가에 따라야 합니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매각 제한 기간 중인 주식의 경우 일반 시장 가격을 시가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하여 원고가 주장하는 손해배상액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신의성실의 원칙(신의칙)은 권리 행사나 의무 이행은 신의에 좇아 성실하게 해야 한다는 민법의 대원칙입니다. 피고는 원고가 공동매각을 추인하거나 신의칙에 위배된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원고가 공탁금 수령 시 이의를 유보했고 매각 요청 등의 사정만으로는 위법성 주장이 신의칙에 반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주식 관리, 보관, 매각 등 중요한 재산과 관련된 위임이나 임치 계약을 체결할 때는 어떤 당사자와 직접적인 계약 관계를 맺고 있는지 명확히 확인하고 문서화해야 합니다. 주관기관이나 중개기관의 역할과 직접 당사자의 역할을 구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재산 매각 등 특정 사무를 위임할 때는 위임의 조건과 범위를 명확히 설정해야 합니다. 위임받은 자는 위임 취지에 벗어난 행위를 해서는 안 되며 위임 조건이 충족되지 않았다면 그 행위는 위법할 수 있습니다. 동일한 소송물에 대해 이미 확정된 판결이 있는 경우 다시 소송을 제기하더라도 기판력에 의해 허용되지 않을 수 있으므로 소송 제기 전 이전 판결의 내용과 효력을 신중히 검토해야 합니다. 재산의 위법한 처분으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때는 손해 발생 시점의 시가를 기준으로 하며 이때 해당 재산의 특성(예: 매각 제한 여부)을 고려하여 시가를 정확하게 산정할 수 있는 증거를 제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단순히 일반 시장 가격을 적용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을 수 있습니다. 상대방의 공탁금을 수령하거나 특정 행위를 할 때 자신의 권리를 포기하지 않는다는 의미의 이의 유보를 명확히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상대방의 주장을 묵시적으로 인정한 것으로 오해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