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배상 · 의료
파킨슨병을 앓던 환자가 요양병원 입원 중 침대에서 내려오다 넘어진 후 뇌출혈 진단을 받았으나, 다른 병원에서 치료받던 중 급성 심정지로 사망했습니다. 환자의 자녀들은 요양병원이 신체보호대 미사용 등 안전 관리 의무를 소홀히 한 과실로 아버지가 사망했다고 주장하며 손해배상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요양병원의 과실을 인정하지 않고 낙상 사고와 사망 사이에 직접적인 인과관계도 없다고 판단하여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파킨슨병 및 심근병증 등을 앓던 망인 G은 2021년 5월 27일 피고 의료법인 D이 운영하는 요양병원에 입원했습니다. 2021년 6월 9일 밤 9시 30분경, 망인이 병실 침대에서 혼자 내려와 신발을 신다가 넘어져 어지러움을 호소하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다음 날 다른 병원에서 영상 검사 결과 뇌출혈 소견이 확인되어 입원했고, 뇌좌상성 출혈 등의 진단을 받고 약 3주간 치료 후 퇴원했습니다. 이후 다른 요양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던 중, 2021년 8월 27일 오후 5시 27분경 급성 심정지로 사망했습니다. 망인의 자녀들인 원고들은 요양병원이 망인에게 신체보호대를 사용하지 않는 등 안전배려의무를 소홀히 하여 사망에 이르게 했다고 주장하며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요양병원이 환자에게 신체보호대를 사용하지 않거나 환자 안전 관리를 소홀히 한 과실이 있는지 여부와 환자의 낙상 사고가 최종 사망 원인인 급성 심정지에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있는지 여부입니다.
법원은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고,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하도록 결정했습니다. 즉, 피고 의료법인에게 손해배상 책임이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법원은 피고 요양병원에게 환자에게 신체보호대를 사용하지 않아 낙상 사고를 방지하지 못한 주의의무 위반이나 환자의 안전관리를 소홀히 한 과실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신체보호대는 환자의 권리 침해 및 부작용 위험으로 의료법 시행규칙에 따라 엄격하고 제한적인 상황에서만 사용해야 하며, 망인의 당시 상태는 필수적인 사용 상황이 아니었습니다. 또한, 원고 측 보호자가 신체보호대 사용 동의를 철회한 사실도 있었습니다. 요양병원 직원이 망인의 야간 이동을 발견했을 때 기저귀 사용 권유 및 화장실 동반 등 기본적인 조치를 했다고 보았습니다. 설령 요양병원에 주의의무 위반이 있었다 하더라도, 망인의 사망 원인이 패혈성 쇼크로 보이며 낙상 사고로 인한 뇌출혈과 감염 사이에는 직접적인 관련성을 찾을 수 없으므로, 낙상 사고와 망인의 사망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도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다음과 같은 법령과 법리가 적용되었습니다.
민법 제390조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 이 조항은 계약을 이행하지 않거나 제대로 이행하지 않아 손해가 발생한 경우 채무자가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원칙입니다. 원고들은 요양병원이 환자에 대한 안전 관리 의무(계약상 안전배려의무)를 소홀히 하여 낙상 사고와 사망을 초래했다고 주장하며 이 조항을 근거로 손해배상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요양병원의 의무 위반이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민법 제750조 (불법행위의 내용): 이 조항은 고의 또는 과실로 다른 사람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는 원칙을 규정합니다. 원고들은 요양병원의 과실로 인한 낙상 사고가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요양병원의 과실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의료법 시행규칙 제39조의7 (환자안전기준 등) 및 [별표 7] 의료기관의 신체보호대 사용 기준: 이 법규는 의료기관이 환자의 안전을 위해 신체보호대를 사용할 때 지켜야 할 엄격한 기준을 규정합니다. 이 기준은 신체보호대가 환자의 권리를 침해하고 질식, 순환장애, 피부손상 등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최소한의 시간 동안만, 그리고 환자의 상태를 충분히 파악한 후 다른 대안이 없는 경우에만 의사의 직접 처방에 따라 신중하게 사용해야 한다고 명시합니다. 법원은 이 기준에 비추어 볼 때, 망인의 인지 및 신체 기능 상태, 그리고 보호자의 신체보호대 사용 동의 철회 등을 고려했을 때 요양병원이 사고 당시 신체보호대를 사용할 의무가 없었다고 판단했습니다.
상당인과관계의 원칙: 손해배상 책임이 성립하려면 가해 행위와 손해 발생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 즉 일반적인 경험칙상 그러한 행위가 있으면 그러한 결과가 발생할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는 연관성이 있어야 합니다. 이 사건에서는 낙상 사고가 뇌출혈 발생과는 관련이 있을 수 있지만, 최종 사망 원인인 패혈성 쇼크와 낙상 사고 사이에는 직접적인 관련성(상당인과관계)이 없다고 법원은 판단했습니다.
요양병원 등 의료기관에서 환자의 낙상 사고가 발생했을 때 병원의 과실 여부는 환자의 건강 상태와 인지 능력, 병원의 구체적인 안전 조치, 관련 법령 준수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됩니다. 특히 신체보호대 사용은 환자의 안전을 위한 조치이지만, 환자의 자유를 제한하고 부작용의 위험이 있어 의료법 시행규칙에 따라 매우 엄격하고 제한적인 경우에만 허용됩니다. 보호자의 동의 여부뿐만 아니라 환자의 실제 상태, 다른 대안의 유무, 의사의 처방 등 다각적인 측면이 검토됩니다. 또한, 사고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때에는 사고와 최종적으로 발생한 손해(예: 사망) 사이에 직접적이고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음을 명확히 입증해야 합니다. 단순히 사고가 발생했고 나중에 환자가 사망했다는 사실만으로는 인과관계가 인정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요양병원 입원 시에는 환자의 건강 상태에 맞는 적절한 보호 및 관리 계획이 수립되고 있는지, 그리고 낙상 등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병원의 구체적인 조치들이 무엇인지 미리 확인하고 필요시 보호자 의견을 적극적으로 전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